장 담그는 날
순천 메주를 사다가 장을 담았다. 메주를 닦는데 냄새가 강하게
코를 찔렀다. 작년까지 엄마네 집에다 담아 놓고 날라다 먹었다.
나르는 것이 귀찮아 집에서 담으려 해도 엄마는 한사코 우리 메
주까지 사서 함께 담그시곤 했다. 올해 부터는 집에서 장을 담는
다. 작년 장 담그던 날 생각난다. 엄마는 메주와 소금을 장만해
놓으시고 목요일을 장 담그는 날로 정했다. 아버지 퇴원하시고
일년 반동안 나는 매주 목요일마다 정기적으로 김포에 갔었다.
그날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자욱했다.부지런히 장 담으러 갈
준비를 하는데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셨다. 안개가 많이 끼었으
니 오지 말라는 말씀이셨다. 김포의 안개는 윤정희의 <안개>를
촬영할 정도로 유명하다. 텔레비젼에서는 김포공항에 비행기가
못뜬다고 했다.엊그제 왔다 갔으니 오지 말라고,장은 동생이 와
서 담을 것이니 오지 말라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그주 화요일
날 다른 일로 딸 애를 데리고 다녀왔기 때문에 나는 순순히 포기
했다. 하루종일 무언지 불안했다.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엄마와
두 번의 통화를 동생하고 여러 번의 통화를 했다. 저녁 7시 쯤에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아니 괜찮지않다."
"저녁엔 뭐 좀 잡스셨어요?" "도통 먹을 수가 없어. 힘들어.그만
끊자." 아버지는 수화기를 힘없이 내려 놓으셨다. 그리고 그날,
그 밤을 주무시다가 아버지께서 타계하셨다.아버지 별고 소식을
듣고 달려갔을 때 집안에서는 막 담은 메주 냄새가 풍겼다. 장을
담았다. 제 몸을 썩혀 간장을 빼내고 남어지는 항아리에 담아져
일년 내내 우리집 반찬이 될 된장처럼 당신의 흔적을 내 가슴 속
에 담아 놓고 아버지는 가셨다. 아버지 가신지 1년이 되어온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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