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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가는데 위안과 용기를 주는 이야기
라면.. 이 게시글은 후자쪽입니다
주식과 간식은 당연하고, 이 글은 과자 또는 비타민 알약 부류 정도로
여겨 주시면 좋겠습니다
장편은 커녕 단편도 길다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긴 글은 저도 안읽습니다
7-7 에서 끝내려고 합니다
과거와 현재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과
무슨 메세지를 전달하려는 거지?
그리 느끼신다면 그건 오롯이 '선구안'이 미흡한
제 탓입니다
아시다시피 '대망'은 20권의 장편입니다
'필사' 임을 밝힙니다 소몽小夢
#고심하는인내1
출처
'대망' 야마오카 소하치
번역 박재희
(공유금지)
<구름을 부르는 자>
상경군은 대략 이만 오천의 예정이었다
선봉인 마쓰다이라 군이 이천 오백.
제2진인 아사히나가 이천 오백.
제3진인 우도노가 이천.
제4진인 미우라가 삼천.
제5진인 가즈라야마가 오천.
제6진에는 요시모도의 본대 오천.
이밖에 보급대가 약 오천.
이것만 거느리고 가고 순뿌, 하마마쓰, 요시다, 오까사끼의 여러 성에는 각각 후비군을 남기고 있었다
당시 아마도 이만한 대군을 동원 할 수 있는 자가 일본에는 없었을 게 틀림없다
노부나가는 고작해야 오천이었다
《오, 왔는가. 드디어 때가 왔어》
아직 서쪽 하늘의 태양이 뜨거운데 요시모도는 장지문을 모두 닫게 하고, 왕성 풍습으로 화장한
이마에서 목덜미에 걸쳐 땀을 잔뜩 띄우고 있었다
올해는 더위가 이른 탓으로 벌써 모여드는 모기의 침입을 몹시 싫어해서, 해가 있을 때부터
장지문을 닫게 하는 요시모도 였다
《덥군, 올해는. 자, 편히 앉게》
자기는 양켠에서 시동들에게 부채질을 하도록 하며
《오다(노부나가)는 그대 부조 이대의 숙적이다》
갑자기 어조를 무겁게 하여
《그러니 그대에게 선봉을 명한다》
모도야스('도꾸가와 이에야스'로 개명전 이름)는 가슴에 끓는 감정을 누르고
《고마우신 말씀... 》
하고 조용히 머리를 숙여 갔다. 분함이라기 보다도 어쩐지 웃고 싶은 심정이 움직였다
모도야스는 감정을 눈치 채이지 않게하려고
《예》
하고 명랑하게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요시모도는 신기하게도
《모도야스에게 술을 내리라》
하고 좋은 기분으로 말했다.
모도야스는 잔에 입만 대는 시늉을 하고 일치감치 요시모도의 거실에서 물러나왔다.
더울 때의 요시모도는 자기의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기가 싫어서 오래 있으면 반드시 기분이 나빠져 간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기요스 성의 주방은 들보 네 칸에다 넓이가 여덟 칸인 마루방이었다
그 중앙에 한 칸 사방의 화덕이 마련되어 있다
《여봐라, 시식할 상은 아직 멀었나?》
큰소리로 고함친 것은 새로운 주방장이 된 기노시다 도오끼찌('도요또미 히데요시'로 개명전 이름)로 였다
《빨리해라. 배가 고프다》
《고픈 것은 내가 아니다. 주군께서 하시는 말씀인데》
하고 고쳐 말했다
일년이라는 세월은 이 원숭이 같은 사나이의 신상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그는 이제 후지이 마다에몬 배하의 졸개가 아니었다
삼십석의 녹을 받고 오다 가문의 주방을 책임 맡은 주방 우두머리인 것이다
처음에는 마굿간의 소제당번이었던 것이 어느 틈에 노부나가의 신발을 맡은 하인이 되고,
그리고서 노부나가의 말재갈을 쥐었고 다시 삼림을 맡아보는 소임에서 주방장이라는, 돌계단을
뛰어 오르는 듯한 출세였다.
어째서 이 원숭이 같은 사나이가 그처럼 노부나가의 마음에 드는 것인지 아무도 확실히는 몰랐지만,
이 새로운 주방장은 식사 때마다 노부나가와 같은 요리를 2인분 만들게 하여 화롯가에서 입맛을
다셔 가며 먹는다.
따라서 이 기요스 성에서 지금 가장 미식을 하고 있는 것은 노부나가와 이 사나이 였다
도오끼찌로는 먼저 그 은어부터 날름 입에 넣었다.
요리를 만든 고히사이라는 자가
《어떻습니까, 양념간장 맛이?》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잖아》
《나쁘지는 않다고 말씀하신 것은 잡숫기 전이었습니다》
《또 임자는... 》
하고 도오끼찌로는 또 한 마리를 입 안에 집어 넜었다. 두 마리씩 담겨 있었다
《통털어 생선 종류라는 것은 싱싱하냐 않느냐를 판단해야 하는 법이다. 입에 넣기 전에 맛을
모르는 인간이라면 주방장을 하지 못한다》
고히사이는 못마땅한 듯이 혀를 차며 외면해 버렸다
《이 전복은 별로 맛이 좋지 못해. 허나 된장국은 언제 먹어도 맛이 있거든. 여봐라, 밥을 퍼라》
큰 공기에 수북히 담아온 밥을 도오끼찌로는 마치 녹여 없애는 듯한 속도로 뱃속에 우겨 넣었다.
그리고 두 공기째를 내밀었을 때 밥통을 안고 있던 오쓰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다르구나 싶자
갑자기 바로 뒤에서 꼭대기로 벼락이 떨어져 왔다
《원숭이 놈아!》
십리 사방에 울린다는 노부나가의 노호였다. 그러자 그 목소리에 지지 않을만한 큰 목소리가
《예!》
하고 응했다
《이거 주군님이 웬일이십니까?》
《오너라, 내 방으로 와라》
《예, 곧 가겠습니다. 여봐, 시식상을 치워라》
그는 침착하게 노부나가의 뒤를 따라갔다.
거실로 들어가자 갑자기 노부나가는 웃음을 터트렸다. 도오끼찌로는 움찔했다.
노부나가가 노하고 있을 때는 무섭지 않다.
허나 웃기 시작하면 가슴이 조마조마해진다
《원숭이!》
《예》
《그대는 무슨 일로 불렀는지 아나? 말해봐》
《글쎄요, 잔뜩 배불리 먹은 것이 밥통에 차있는 까닭인지 통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그래, 그럼 말해주마. 그대에게 상을 줄까 한다. 하루 세 끼니마다 시식하느라 수고했다》
노부나가는 노여움을 누르고 비꼬았다
《특히 오늘의 시식은 애를 먹었을 거다. 닭국에다 은어에다 새끼 도미와 생 전복이니 말이다》
노부나가에게 이 말을 듣자, 도오끼찌로는 공손히 절을 했다
《칭찬을 해주시니 시식한 보람이 있읍니다. 아뫃든 이 원숭이란 놈은 험한 음식에 익숙한 비천한 출신이라
오늘 같은 진수성찬을 보면 쳐다보기만 해도 현기증이 납니다. 그것을 참고서 먹는 고생이란... 》
《원숭이!》
《예!》
《뻔뻔스럽게 잘도 꾸며댄다. 차후부터는 밥의 시식은 한 공기로 해라》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된장이 너무 짜다》
《아니 이것은 좀 뜻밖인 말씀이군요. 된장은 주군 뿐만이 아니라 성 안 근무의 하졸까지 먹습니다.
무릇 몸을 쓰는 자는 짠것을 좋아합니다. 달면 몸이 약해집니다》
《건방지다. 소금은 생명의 근원이다. 드디어 일전을 벌일 때, 소금이 부족하면 싸움이 안된다.
소금창고가 너무 줄었다》
도오끼찌로는 흘깃 윗눈질로 노부나가를 쳐다보고, 잔소리를 하는 사나이로구나 하는 눈빛이 되었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원숭이... 》
《예》
《그대는 천문을 볼줄 알았지?》
《또 주군님의 놀리시는 말씀... 》
《어때, 요시모도가 순뿌를 출발하려 하고 있다. 며칠이나 걸려서 오까사끼에 도착하겠는지
생각하는 것을 말해 봐》
《말씀 않겠습니다. 말씀드려도 헛일입니다》
《뭣이... 》
하고 노부나가는 사방을 둘러보고 목소리를 떨어뜨렸다
《헛일이라니?》
《상대는 일찌기 그 예를 보지 못하는 대군을 거느리고 행군해 올 줄 압니다. 그 군세가 하마마쓰에
어느 날 도착하건, 요시다, 오까사끼에 며칠 있건, 그런 일은 이쪽과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아니면 주군님은 얼마 안되는 가신을 이끌고서 구름안개 같은 적 속에 원정이라도 하시겠습니까?》
살며시 마음을 떠보니, 노부나가는 무뚝뚝하게 화제를 돌렸다
《국이 식겠다. 어째서 그대는 시식을 끝내 놓고 여지껏 상을 가져오게 하지않나? 괘씸한 주방장 같으니》
《좋아, 그대가 갈 것까지 없다. 시동을 보내지. 그리고 그대 상도 이리로 가져오게 해서 같이 먹자》
노부나가는 손뼉을 쳐서 시동을 불러, 싱그레 웃으며 도오끼찌로의 밥상도 가져오라고 일렀다.
도오끼찌로의 얼굴에 순간 당황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밥상 ㅡ 이라해서 특별히 차리게 한 일이 없었다. 독이 있나 없나를 검사하는 시식으로 배불리 양을 채우고, 그것으로 나날을 때우고 있었다
지금 새삼스레 노부나가의 명령을 전한다면, 주방에선 어리둥절하여 어떤 상을 차려올지 알수가 없었다
물론 노부나가는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 명령하고 있다
노부나가와 같은 상을 가져왔다간 큰일이었다
《원숭이 ㅡ 》
《예》
《내기를 할까》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밥상 말인데》
노부나가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그대는 틀림없이 부하들에게 교육을 잘 시켜두었겠지》
《예》
《그런데 얼굴빛이 좀 안됐구나. 그 은어구이에 독이라도 있었나?》
《주군님!》
하고 도오끼찌로는 정색을 하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독은 대장님의 입에 있습니다》
《무엇을 내기할까, 원숭이》
《글쎄요, 만일 제 소임에 허물이 없다면, 이마가와(요시모도) 군과의 싸움을 할 때 이 원숭이에게도
한 부대의 지휘를 맡겨 주십시요》
도오끼찌로는 속으로 조마조마하면서도 기회를 잡아 한 마디 하는 것을 잊지않았다
그 성격이 노부나가로선 재미있기도 하고 아니꼽기도 했다
《그럼 소임에 허물이 있을 때는?》
《처분에 맡기겠습니다》
노부나가는 흥 하고 코웃음치며, 교묘하게 당황을 얼버무려 가는 도오끼찌로를 지켜보았다
하야시 사도나 사꾸마, 시바다 같은 중신에게는 없는 천진성을 원숭이는 갖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비위 맞추며,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경박한 느낌도 없다
사양 않고 할 말은 다 하면서도 마구 상대의 마음을 잡는다
잠시 그의 상급자였던 후지이의 말에 의하면, 그 꼴에 또 몹시 바람둥이라는 것이었다
《ㅡ 그 얼굴로, 설마하고 여겼습니다만, 하졸들의 아낙, 딸들이 몰래 그의 집에 음식 같은 것을
나르는 자가 있습니다. 난처한 일이죠》
꼼꼼한 후지이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ㅡ 야에에게도 조심하라고 엄하게 타일렀습니다만》
하고 덧붙였다
그러한 도오끼찌로에게 노부나가는 지금 한 가지 일을 명해야 할지 어떨지 망설이고 있다
이런 난세에서는 살아남는데, 몇 가지인가의 조건이 필요했다
그 첫째는 물론 능력과 수완이었다
허나 그것에는 이미 도오끼찌로는 급제했다고 봐도 좋았다
그러나 제2의 것은 후천적인 소질 이상의 것... [운 ㅡ] 이라고 세상에서 부르는 것을 과연 갖고
태어났는지 어떤지 하는 것이었다
노부나가는 지금 그 도오끼찌로의 운 ㅡ 을 시험하려 하고 있다
상이 날라져 왔는지, 시종들이 옆방에서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먼저 노부나가의 상이 차려져 왔을 때, 도오끼찌로는 제법 염려스럽다는 듯이 그것을 점검했다
그리고 자기 상을 받쳐들고 온 시동 쪽은 일부러 보지 않도록 했다
상이 놓여졌다.
이미 꾸중을 받을지 어떨지의 운명은 도오끼찌로의 뒤에서 결정되고 있다
그러나 도오끼찌로는 어디까지나 침착하게 쓱 뒤로 물러나서 자기 상을 보았다
노부나가도 흘끔 날카롭게 그것을 보고 있다
도오끼찌로는 간신히 마음을 놓고, 곧 노부나가 쪽으로 고쳐 앉으며 꿇어 엎드렸다
《황공합니다. 이 내기, 원숭이 놈의 패배올시다. 처분껏》
상 위에는 무우 생채와 짠지, 볶은 된장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노부나가의 얼굴에 씁스름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겼다! 고 생각하면 곧 반대로 부복해서 사과해 보이기도 한다
약삭 빠른 놈이라 생각했지만, 사과한 뒤의 이유를 어떻게 꾸며댈지 듣고도 싶었다
《발칙한 놈, 이것으로 그대는 끝났다고 생각하나?》
《황송합니다. 차후부터는 이런 잘못이 없도록 잘 단속하겠습니다》
《듣고 싶다, 어떻게 이를 것인지 말해 봐》
《예, 평소에 절약 제일을 입버릇 처럼 일렀기 때문에 이와같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래가지고는 주군 앞에서, 우리들 평소의 식사가 얼마나 허술한가를 빈정대는 것 밖에 되지않습니다.
주군이 분부하실 때는 우리들도 같은 상을 차리도록, 잘 타이를 셈입니다》
노부나가는 혀를 차고
《원숭이 놈!》
하며 잇몸을 드러냈지만, 뒷말은 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이르지 않았던 것은 처음의 당황하는 태도로 봐서 알고 있건만, 운도 세지만
얄미우리만큼 머리도 잘 돌아간다.
이만하면 살아남을 것이라고 노부나가는 생각했다
《좋아, 먹어라》
노부나가는 손수 고려자기의 술병을 기울여 술을 남실남실하게 따라 마시면서도
그에게는 준다고 말하지 않았다
잠시 주종은 묵묵히 밥통을 채워 갔다
《원숭이 ㅡ 》
《예, 이제 많이 먹었습니다》
《밥 말이 아니다. 나는 말이야, 이마가와(요시모도)군이 성문 앞에 몰려 올때까지 잠이나 잘까 생각해》
《과연, 농성하시겠다면 그것이 좋겠지요》
《그대도 말했듯이 요시모도가 하마마쓰에 도착하든, 요시다, 오까사끼에 이르든 적지로
쳐 나갈 수는 없으니 나는 잠을 자야겠어. 허나 오와리에 이른다면 슬슬 눈만은 떠 있어야 되겠지》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니 그대는 적이 미즈노의 영내에 이르렀을 무렵부터 자세히 동태를 알리도록》
《그러시다면, 저도 이번 싸움에 참가할 수 있습니까?》
《못난것! 농성이란 것은 아녀자까지 싸우는 거다》
《고마우신 분부》
《알겠나? 그날 나는 자고 있겠다. 슬슬 눈을 떠도 좋을 무렵이면 알려라. 단단히 일렀다. 알겠나?》
시중을 들던 시동은 얼굴을 마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도오끼찌로는 공손하게 장그릇에 부은
뜨거운 물을 마시며 고개를 숙였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