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죽음의 백조’ 한반도 진입 25분前 탄도미사일 쐈다
고체연료 로켓 시험한 동창리서
동해로 최대사거리 800km 날려
‘北후방서 南전역 타격 가능’ 과시
北의 B-1B 탐지 여부엔 분석 갈려
美 B-1B 2대-韓 F-35A 4대 연합훈련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죽음의 백조’ B-1B 2대(가운데)와 우리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A 4대(위아래)가 19일 낮 편대를 이뤄 한반도 상공에서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미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전개된 건 6일 B-52가 전개된 이후 13일 만이다. 국방부 제공
북한이 한일 정상회담 당일인 16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한 지 3일 만에 또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이번엔 단거리탄도미사일을 해당 기종의 최대 사거리인 800여 km까지 날려 보냈다. 방향만 남쪽으로 틀면 북한 후방에서도 한국 전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 2대가 한반도에 전개되기 불과 약 25분 전이어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B-1B는 한반도 작전 구역에 진입하기 전 일본 항공자위대와 함께 미일 연합 공중훈련을 진행했다.
● 北 후방서 韓 전역 전술핵 공격 가능 위협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은 19일 오전 11시 5분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미사일은 800여 km를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다. 최고 고도는 약 50km였다. 미사일은 한미의 요격망을 회피하기 위해 수평비행을 하다가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기동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달 들어서만 5번째다. 13일 시작된 한미 연합연습인 ‘프리덤실드(FS)’의 예비 단계인 위기관리 연습(CMX)이 6일 시작된 후 북한은 9일부터 2, 3일 간격으로 미사일을 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은 16일 ICBM ‘화성-17형’을 쏘며 미국을 겨냥한 것과 달리 이번엔 한국으로 목표를 바꿨다. 이날 쏜 미사일은 북한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이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800km. 이날 북한은 이를 동쪽으로 최대 사거리만큼 날려 보냈다. 북한 서쪽 끝부터 내륙을 가로지르는 방식을 택해도 미사일이 추락하지 않을 것이란 기술적 자신감도 보였다. 북한은 앞서 14일에도 이 미사일 2발을 발사했는데, 이번엔 당시 발사한 황해남도 장연에서 약 160km 북상한 동창리를 택했다. 동창리에서 남쪽으로 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제주까지 넉넉하게 타격권에 들어온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군사분계선(MDL) 인근까지 내려오지 않아도 후방 지역 등 북한 내 어디에서도 남한을 타격할 수 있다고 과시한 것”이라고 했다.
도발 지역이 동창리인 점도 관심을 끈다. 동창리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고체연료를 사용한 고출력 엔진 시험을 진행하고 뒤이어 군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 시험이라며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곳이다. 이 때문에 이번 도발이 북한이 동창리에서 기습 타격에 유리한 신형 고체연료 ICBM 발사나 고체연료 ICBM 확보의 사전 단계인 군 정찰위성 발사를 다음 달 중 감행할 것을 예고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北 미사일 발사 약 25분 뒤 B-1B 한반도에
B-1B 2대는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 뒤 이날 오전 11시 반 전후 한반도 작전 구역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B-1B의 한반도 전개는 FS와 연계해 사전에 계획됐다. 북한이 B-1B의 전개 사실을 탐지하고 미사일을 발사했는지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미리 탐지해 전략자산 전개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무력시위를 벌였을 가능성을 거론한다. 다만 군 당국은 북한의 탐지 능력으로 볼 때 사전에 전략폭격기 전개 사실을 알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 사우스다코타주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1B는 우리 공군 스텔스 전투기 F-35A와 동해 및 한반도 내륙, 서해에서 연합훈련을 했다. 미군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온 건 6일 B-52 전개 이후 13일 만이다. B-1B의 전개는 16일 만이다.
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