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충원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발생해 국민적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그 동안 일부 극우단체들이 김 전 대통령의 묘역 파내기 퍼포먼스를 벌이는가 하면 화재현장 부근에서 김 전 대통령을 친공산주의자로 표현한 전단도 발견돼 그들에 의한 방화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일 오후 이 방화 사건을 전해들은 이희호 여사는 "생전에도 와서 데모도 하고 그러던데 돌아가셔서까지 이렇게 해야 하느냐, 이런 일이 있어야 하느냐"며 큰 충격과 우려를 나타냈다고 김대중 평화센터 최경환 공보실장이 전했다.
최경환 김대중 평화센터 공보실장은 3일 평화방송 라디오시사프로와의 인터뷰에서 "어제 오전에 현충원에 들르셨을 때는 말씀을 안 드렸다. 놀라실 거 같아서. 돌아오셔서 어제 오후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다고 보고를 드렸는데, 좀 많이 걱정을 하셨다"며 이같은 이 여사 반응을 전했다.
방화 가능성에 대해 최 실장은 "이 엄동설한에 화재가 난 거 아니냐? 어떤 사람들의 어떤 의도가 없이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방화를 확신했다.
경찰의 초기 수사 태도에 대해 최 실장은 "현충원은 말 그대로 국립 현충원이고,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인데 그러한 국가 시설에 자그마한 작은 불이라도 났다고 하면 아주 엄중한 일이라고 보고 있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꼭 방화범을 색출해서 꼭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생전에도 투석치료 받으면서 누워계실 때, 집 앞에 와서 북치고 소리치고 데모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돌아가셔서까지 이런 일이, 이런 행태가 계속 되는 것에 대해서 참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 묘역 근처에서 고인을 친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한 전단들이 발견된 데 대해서도 "대통령님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지 공산주의, 공산당에 잡혀 죽을 고비도 넘기셨다"며 "그건 일부 정치 극우 분들께서 하시는 주장에 불과하고. 일국의 대통령,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에 대해서 그렇게 이야기해서야 되겠냐"고 비판했다.
현충원측이 '이번 사건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유족의 요청으로 흔적을 없애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매주 화요일 날 이희호 여사님께서 대통령 묘소를 참배를 하신다. 11시 좀 넘어서. 어제도 그 날이었는데 마침 대통령님을 오래 모셨던 측근들이나 가족들이 먼저 와서 그거를 확인하고 나서 여사님이 곧 도착을 하실 텐데 그걸 보시면 얼마나 놀라고 마음이 상하시겠냐, 빨리 좀 수습을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을 했다고 들었다"며 "뭐 흔적을 없애거나 화재의 증거를 없애라 이런 취지로 말한 것이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우리 사회 일부 보수 우익 단체들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 파내기 퍼포먼스 등에 대해 그는 "이제 돌아가신 분이고, 국장으로 모신 분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이명박 대통령도 연초에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민주화의 공로자라고 이렇게 말씀도 하시고 그랬는데 이제 그런 일들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보수 우익 진영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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