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일본 만화 중 가장 많이 팔린 '드래곤 볼'의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68세를 일기로 세상과 작별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요즘 일본의 유명인들은 장례를 마친 뒤에야 세상에 부음을 알리고 있는데 고인이 세상을 떠난 것은 지난 1일이었다. 가족과 아주 소수의 지인들만 장례에 참여했다고 했다.
고인의 스튜디오는 뇌 근처에 피가 흘러나오는 경막하 출혈로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8일 전했다. 영국 BBC는 고인이 죽음을 맞기 직전까지도 뭔가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드래곤 볼'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여러 만화, 팬픽 작품, 게임, 영화로도 많이 만들어졌다. 1984년부터 11년 동안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됐다. 소년 손오공이 외계 휴먼노이드의 지구 점령 야욕에 맞서 일곱 개의 마법 드래곤 볼을 모으는 과정을 그렸다. 팬들은 어린 시절의 일부를 형성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고인의 스튜디오는 "(세상을 등지지 않았더라면) 이룰 일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많은 만화 타이틀들과 작업을 이 세상에 남겨놓았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나아가 "우리는 도리야마 아키라의 독특한 창조 세계가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만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만화가뿐 아니라 모든 업계에서 활약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소년 시절 '드래곤볼' 연재 당시의 흥분과 감동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만화 '나루토' 작가 기시모토 마사시도 "초등학교 때 '드래곤볼'과 '닥터 슬럼프'라는 만화와 함께 자랐으며 싫은 일이 있어도 매주 '드래곤볼'이 그것을 잊게 해줬다"면서 "시골 소년인 내게 그것은 구원이었다"며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다.
팬들도 소셜미디어에 추모의 뜻을 올리고 있다. X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 곧바로 500개의 좋아요!가 달렸다. "나의 젊은 시절을 대변하는 만화를 그려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 평안한 안식을, 열심히 일해주신 데 감사" 다른 이는 "너무 빨리 갔다. 너무 슬프다"고 적었다. 다른 이는 "그의 유산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역대 가장 독보적인 만화 캐릭터를 창조해줘 고맙다"고 적었다.
1955년 나고야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교 졸업 뒤 광고회사 디자이너로 잠시 일하다 1978년 '주간 소년 점프'에 '원더 아일랜드'를 연재하며 데뷔, 1980년부터 '닥터 슬럼프'로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린 소녀 로봇 아랄레와 그녀를 발명한 천재 과학자 얘기를 담았다.
2013년 아사히 신문 인터뷰를 통해 도리야마는 드래곤 볼이 그렇게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이 시리즈를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나처럼 뒤틀린 성격을 가진 인물이 성실하게 일해 세상에 받아들여지게 만든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라며 "내가 이 시리즈를 그리며 원했던 것은 오로지 일본의 아이들을 즐겁게 하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 메시지가 없다는 지적에 대한 반론이었다. "그런 메시지나 감동은 다른 만화가가 그리고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