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인들이 이슬람교를 비판할 때 종종 일부다처제를 거론한다. 부족 국가도 봉건 국가도 아닌 요즘에 여러 명의 아내를 두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한다. 막상 이슬람교 신자를 만나서 물어보면 대답이 좀 다르다. 일부다처는 아주 소수에게만 해당한다고 반박한다. 이슬람교의 일부다처제, 그 뿌리와 현실은 어떤 걸까.
무함마드(Muhammad 570~632)는 1400년 전 인물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삼국시대다. 신라는 원광법사가 화랑에게 세속오계를 전할 때다. 고구려는 중국 수나라가 침략해 을지문덕의 살수대첩이 있을 때다. 또 백제는 서동요의 주인공인 무왕이 왕위에 즉위할 때였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 전이다. 이런 시기에 이슬람교가 창시됐다. 무함마드가 이슬람교를 만들기 전에는 아랍 남성이 거느리는 여성의 수에 제한이 없었다.
아랍은 사막 지역이다.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각 부족들이 살고 있었다. 오아시스에는 물도 있고, 식물 재배도 가능했다. 당시 아랍권은 부족간에 오아시스를 뺏고 빼앗기는 전쟁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 와중에 부족간 약탈과 살육이 이어지던 시기였다. 한 부족이 다른 부족을 정복하면 남자는 모두 죽이고, 여자는 모두 노예로 만들었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아랍의 남성이 거느릴 수 있는 여성의 수에 제한이 없었다. 이슬람교가 생겨나면서 비로소 아내를 4명까지 둘 수 있다는 제한이 생겼다.
꾸란 4장3절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너희가 고아 소녀들을 공정하게 대처하여 줄 수 없다면, 좋은 여성과 결혼하라. 두 번, 혹은 세 번, 혹은 네 번도 좋으니라.’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을 무슬림이라고 한다. 무슬림들은 꾸란을 하느님의 계시라고 생각한다. 이 구절을 근거로 이슬람교에서는 아내를 4명까지 두는 게 허용된다.
그럼 지금은 어떤가. 무슬림 남성들은 다 아내가 여러 명인가. 아니다. 지금은 무슬림의 99%가 일부일처다. 일부다처를 하는 무슬림은 소수에 불과하다. 사실 꾸란도 일부다처를 권하는 게 아니라 일부일처를 권하고 있다. 꾸란 4장3절 다음에 이런 구절이 이어진다. ‘그녀들에게 공평을 베풀어 줄 수 없다면, 한 여성이거나 너희 오른손이 소유한 것이거늘, 그것이 너희를 부정으로부터 보호하여 주는 것보다 적합한 것이라.’ 다시 말해 여러 아내를 공평하게 대할 수 없다면 한 여성과만 결혼하라는 말이다.
일부다처를 하려면 각 아내에게 각자의 집이나 방이 있어야 한다. 또 남편은 모든 아내에게 똑같이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만약 한 여자에게 선물을 줬다면, 다른 모든 여자에게도 비슷한 급의 선물을 줘야만 한다. 돈 문제, 애정의 정도, 부부관계도 한쪽으로 기울지 않게 공평하게 해야 한다. 꾸란에는 이렇게 돼 있다. ‘알라는 심판의 날에 아내들을 불공평하게 대한 남편을 반신불수로 만들 것이다.’
4명의 아내를 두려면 돈이 아주 많아야 한다. 또 집도 여러 채 있어야 한다. 아내들이 각자 자신의 집이 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이번에 코로나 사태로 인해 중동에서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가령 4명의 아내가 있다고 하자. 그럼 4일마다 그 집들을 돌아가면서 남편이 자야 한다. 그런데 통행금지 때문에 이동할 수가 없게 됐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이슬람법 율법 학자에게 종교적 해석을 요구하는 남편이 꽤 있었다.
남편이 네 집 중 한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면, 다른 아내들의 허락을 모두 받아야 한다고 했다. 만약 수용하지 못할 경우 해당 여성은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내에게 공평하게 대한다는 게 정말 엄격한 기준이다. 또 이런 해석도 있다. 아내들이 동의할 경우, 코로나 시국에 어느 집에 머물지를 아내들의 제비뽑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꾸란 4장4절에는 이렇게 돼 있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각 아내를 공정하게 대할 자신이 없다면, 아내를 한 명만 거느리도록 해라. 그러는 게 더 낫다.’
무슬림의 99%는 일부일처지만, 그래도 일부다처는 낯설다. 그런데 무함마드 당시에는 시대적 상황이 있었다. 전쟁으로 인해 남자들이 많이 죽고, 고아와 미망인이 많이 늘었다. 여성은 대외적 경제 활동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먹고 살 길이 없었다. 일부다처제가 일종의 시대적 산물인 측면도 있다. 이슬람 쪽에서는 이렇게 반박한다. 서구 사회에서는 일부일처라고 하지만 사실상 일부다처다. 왜냐하면 바람을 피우거나, 돈을 주고 여자를 사거나, 첩을 두는 경우가 꽤 있지 않나. 그런데 이슬람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가령 일부다처라 해도 정식으로 결혼을 해서 아내로서 법적인 권리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강제에 의한 결혼은 이슬람 사회에서는 철저하게 무효로 인정된다.
무함마드는 25세 때 40세인 카디자라는 과부와 결혼을 했다. 그녀는 부유한 상인이었다. 그런데 무함마드보다 먼저 죽었다. 무함마드는 50세까지 혼자 살았다. 그러다 50세부터 재혼을 하는데, 전승에 따르면 모두 13명의 아내가 있었다고도 한다. 한 명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과부이거나 이혼녀였다. 그런데 그 한 명이 아이샤라는 여성인데, 53세인 무함마드와 결혼할 때 9살이었다. 무함마드의 친구이자, 무함마드 사후 제1대 칼리프가 된 아부 바크르의 딸이었다. 일종의 정치적 동맹이었다.
그런데 무함마드는 왜 그렇게 아내가 많았나. 이슬람에서는 신의 계시였다고 설명한다.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선지자들도 모두 일부다처였다고 말한다. 서구 사회에서 주로 비판하는 게 9살짜리 여자 아이와 결혼한 일, 그리고 양자가 있었는데 그 양자의 부인을 무함마드가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였다는 점이다. 그 둘을 갖고 주로 무함마드를 비판한다. 그런데 거기에는 7세기 아라비아 사막 부족의 관습이 녹아있다. 우리도 조선시대에는 사실상 일부다처제가 있었지 않나. 사대부 양반들은 상당수가 정실부인 외에 첩을 두었다. 서구사회도 마찬가지였다.(백성호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