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없고 기온도 올랐으니 밖으로 나간다.
계족산은 이제 어느정도 알았으니 피아골 대피소까지나 사성암이 있는 오산을 다녀오면 좋겠다.
피아골 대피소는 조금 멀으니 조금 더 가까운 사성암으로 운전한다.
벚꽃이 막 하얗게 피어나고 걷기 노래자랑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죽연마을 셔틀버스 승강장을 조금 더 지나 빈 곳에 차를 세운다.
꽤 오래 전 마을과 감나무 밭 사이를 지나 올라본 적이 있는데 입구를 못 찾겠다.
비어있는 집을 찍으며 비탈진 시맨트 옆길을 따라 오르자 사성암 이정표가 나타난다.
길 가엔 제비꽃이 이쁘다.
급경사의 산사면에 길을 지그재그로 돌아가고 검은 돌밭에 돌탑이 여럿 보인다.
섬진강에 저녁해가 비춰 돌탑을 앞에 놓고 찍어본다.
한 사나이가 돌탑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찍고 있다.
내려오는 그는 자전거를 끌고 가며 계단은 싫다고 한다.
그의 굵은 허벅지를 보며 지그재그 길을 올라간다.
5시 15분 쯤에 시작한 걷기가 6시가 가까워지자 사성암 아래에 닿는다.
활공장 쪽으로 걷자 조망이 열린다.
구례를 둘러싸고 있는 낮고 긴 견두지맥과 앞쪽에 차일봉 노고단 뒷쪽에 작은 듯 반야봉도 보인다.
지리 주능선을 가리는 왕시루봉도 크다.
뒷쪽으로 돌아 오산 정상으로 오르는 계단이 은근 가파르다.
한 남녀가 있다가 사진을 찍으며 내려온다. 정자 위에 서서 내가 사는 간전 쪽과 오산이 이어지는
둥주리봉 쪽으로 본다. 운조루 곡전재가 있는 토지면 오미리 뒷산봉우리의 이름은 모르겠다.
저 산 아래 좋은 샘도 있고 명당도 많다는데.
정상 전망대에서 서서히 돌아온다. 해는 이제 더 붉어진다.
도선굴 산왕각에 벌써 불이 켜졌다.
유리광전인지 약사전인지 암벽 사이의 전각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스님 한분이 새로 새긴 듯한 약사불 앞에서 촛불을 살피고 있다.
올라오며 땀을 많이 흘린터라 물을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500원짜리 두개가 주머니 속에 있어 자판기로 가니 그도 고장이다.
몸이 영 말이 아니다. 허벅지 앞부분도 근육이 뭉치려는 듯 부드럽지 못하다.
지난 일요일 동네 친구들과의 음주 탓일게다.
한치 앞도 모르면서 기고만장하는 나의 자업자득 자승자박이다.
물을 못 먹고 내려오니 힘은 더 떨어진다.
곡성 쪽 나무 위로 져가는 해가 내려오니 이제 나뭇가지 사이에서 더 빨갛다.
지그재그 검은 돌길을 내려와 차로 돌아오니 7시 15분이다. 사위는 불이 켜지고 깜깜해졌다.
이제 3월이니 앞으로 점점 해가 길어지겠지.
밥을 쾌속으로 눌러놓고 배가 고파서 반찬과 국물을 떠 먹으며 기다린다.
밥 먹으면서 쳐다보는 서경 몇 구절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