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세·상속세 시가 적용 기준, 법원이 처음으로 국세청에 제동 걸었다>
부동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 세금의 기준이 되는 '시가'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수억 원의 세금 차이가 발생합니다. 2025년 12월, 이 기준을 둘러싼 오랜 논쟁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국세청이 2020년부터 운영해 온 '꼬마빌딩 감정평가사업'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된다는 판단입니다.
상속·증여세는 시가 과세가 원칙입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1항은 재산의 가액을 현재의 시가에 따라 평가하도록 명시하며, 시가란 특별한 관계 없는 사람들끼리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서 거래할 때 형성되는 가격을 말합니다.
꼬마빌딩이나 단독주택처럼 시가 확인이 어려운 경우 공시가격을 보충적으로 사용하는데, 국세청은 2020년부터 감정평가사업을 시행하면서 고가 부동산이 기준시가로 신고되어 세금이 탈루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습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꼬마빌딩 896건을 감정평가해 신고액(5조 5000억 원) 대비 75% 높은 9조 7000억 원에 대해 과세했습니다.
그동안 법원은 국세청의 감정가액이 객관적 시가를 반영한다면 절차적 미비함보다 실질적 부합 여부에 무게를 두어 처분의 정당성을 인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2025년 12월 15일 서울행정법원은 판단을 달리했습니다. 재판부는 옛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2019년 개정)가 헌법과 법률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시하며 164억 원 규모의 추가 상속세 부과 처분을 취소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기준의 비대칭성이었습니다. 납세자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가 산정 기간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상속세는 상속 개시일 전후 각 6개월, 증여세는 증여일 전 6개월·후 3개월이 그 기간입니다. 반면 국세청은 같은 시행령(제49조 제1항 단서)에 근거해 상속세의 경우 신고기한으로부터 9개월까지, 증여세의 경우 신고기한으로부터 6개월까지 추가로 감정평가를 실시해 소급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재판부는 "납세의무자가 활용할 가능성이 없는 기간을 과세관청에 대해서만 감정을 추가로 허용함으로써 시가 인정 기준이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 사이에 다르게 적용되도록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납세의무자의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강남구 꼬마빌딩을 증여받은 납세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같은 취지로 40억 원 규모의 증여세 부과 처분이 취소되었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아직 1심에 불과합니다. 설령 대법원에서 시행령이 최종 무효로 확정되더라도, 제척기간 내에 적법하게 불복을 제기한 납세자만이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2026년 현재 감정평가 대상은 단독주택, 고급 아파트, 비상장법인이 보유한 부동산까지 확대된 상태입니다.
증여나 상속을 앞두고 있다면 신고 전 미리 감정평가를 받아 시가를 확정하면 이후 더 높은 거래 사례가 나타나더라도 세액을 확정 지을 수 있습니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거나 추가 과세 통보를 받은 경우, 불복 기간이 남아 있는지 즉시 확인하고 세무 전문가와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