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를 보는 이유
드라마가 재미있다. 많이 보는 건 아니지만 마음을 빼앗긴 드라마는 '본방사수'도
한다. 얼마 전 선악의 복수 대결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도 늦게 합류해서 봤
다. 영조와 사도세자의 갈등을 그린 드라마도 곧잘 본다. 종합상사 신입 사원의 애환
을 다룬 인기 드라마는 감정이입까지 한다.
"어? 선배님도 드라마 보세요? 달라 보이시네요." "글쎄, 남자도 중년을 넘어서면
드라마를 좋아한다던데, 그런 건 아니고." "혹시 드라마 보고 울기도 하세요? 드라마
를 왜 보시는 거예요?"
후배들과 대화 중에 드라마 얘기가 나와 몇 마디 거들었다가 받은 질문이다. 달라
보인다면 평소엔 내가 어떻게 보였을까 싶지만, 아직 드라마를 보면서 울지는 않는
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드라마가 좋아지는 건 굳이 호르몬 변화를 얘기하지 않아
도 분명 그 이유가 있으리라.
내가 드라마를 보는 것은 악인의 형벌을 보기 위해서다. 한때 탄광에서 일하는 분
들이 나쁜 드라마에 '막장'이라는 단어를 쓰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공감한
다. 드라마에는 꼭 악인이 등장한다. 예전에는 선악 구도였지만 요즘은 '선'보다는 차
악과 최악의 대결이 많다. 드라마의 악인은 그래도 끝에 꼭 형벌을 받는다. 나는 그
순간 느끼는 통쾌함을 기다리며 드라마를 본다. 현실에서는 악인들이 형벌을 잘 받
지 않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건·사고의 주범이 형벌을 피해 가는 이야기는 뒤로 미루련다. 주변에 악
인은 많다. 공공의 적은 차치하고, 나를 괴롭히고, 조직에 피해를 주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대개 형통한다. 그들이 형벌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도무지 그 모습을 볼 수 없
으니 드라마를 통해 대리 만족을 하는 거다. 드라마에서도 착한 주인공은 의도적인
복수를 하지 않는다. 악인이 상황에 의해 형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 나도 복수할 생각
은 없다. 그저 그들이 내 인생의 동심원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원수를 사랑하
기는 참 어렵다. 내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악인이라는 사실
이다.
첫댓글 원수를 사랑하는 경지까지 이르지는 못해도 복수까지도 생각은 않고...그저 내 시야에서 멀어지는 거~~
이 아나운서 성향이 소심 그리고 선과 악은 큰 틀에서 구분이 가능하다는 거..
제 성향도 이렇다보니 현실에서는 통쾌하게 살지 못하니 드라마에서나마 대리만족 하기에
드라마 좋아합니다
저의 부족한 현실을 드라마를 통하여
배우고 반성하고 대리만족 하기에
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외국 영화가 더 멋져 보입니다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