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인데 65세 이전에 발병해 간과
성격 변화·우울감 등 다양한 증상에 진단 늦어
연말 신약 상륙...초기 치매 치료 도움 기대
강성훈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교수가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에서 조발성 치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건망증 중에도 이런 게 있어요. 어떤 단어를 들었는데 갑자기 그 단어의 뜻이 뭔지 모르겠는거예요. 아니면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그때 그랬었잖아'라고 기억을 떠올릴 도움말을 줘도 도통 기억이 안 나는 경우라면 치매 검사를 받는 게 좋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구로구 고대구로병원에서 만난 강성훈 신경과 교수는 만 65세 이전에 나타나는 조발성 치매(초로기 치매) 빈도수가 늘고 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조발성 치매 환자군은 60대 초반이 가장 많지만 50대에서도 왕왕 발병한다. 예후는 노인성 치매보다 훨씬 좋지 않다. "노인성 치매의 90% 정도가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조발성 치매는 그 비율이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는 언뜻 치매와 관련 없어 보이는 증상도 많습니다. 성격이 바뀌어 갑자기 화를 잘 낸다거나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고요. 생각하는 대로 말이 제대로 안 나오거나 문법에 맞지 않게 말을 하는 언어장애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뇌에 켜켜이 쌓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 위축을 불러오고, 이는 결국 치매로 이어진다. "빵빵했던 축구공이 바람이 빠지면서 쪼글쪼글해지는 것과 비슷해요. 쌓인 아밀로이드를 떼어낸다면 치매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걸로 보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올해 연말 국내 상륙을 앞둔 새로운 약물(레켐비)이 치매 증상이 심하지 않은 초기 치매환자나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존 치매 관련 약물은 인지기능이나 기억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잘 작용하도록 도왔다면, 이번 약물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뇌에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지만 치매 증세가 없거나, 심하지 않은 이들에게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부작용은 발열‧두통‧발진 등 알레르기 반응과 뇌출혈‧뇌부종 등이다. 강 교수는 "분해한 아밀로이드 조각이 배출될 때 뇌혈관을 쓸고 지나가면서 혈관 자체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심한 뇌출혈은 1,000명당 1명 수준이고 대부분은 무증상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증상 뇌출혈이라도 인지하지 못한 채 약을 계속 복용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여부 판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촬영할 필요가 있다.
투약 방법은 2주에 한 번씩 정맥 주사를 맞는 방식으로, 18개월 정도 맞아야 한다. 몸무게 70㎏ 기준 1년에 소요되는 비용은 2,900만 원 안팎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약품으로 출시 예정이라 향후 비용 부담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강 교수는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일본에서는 현재까지 4,000명 이상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한신경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향설 젊은 연구자 상'을 받기도 한 강 교수는 "환자별 효과‧부작용 여부를 예측해 처방하는 항암제처럼 치매 관련 약물치료도 예측 모델을 만들어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를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향설 젊은 연구자 상은 만 40세 이하 신경과학회 회원 중 최근 2년간 우수 논문을 다수 발표한 이에게 수여한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