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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야! 너 거기 안서!!!!!!"
벌써 몇 십분 째 시내를 뛰어다니고 있는 강진과 나...
숨차 죽겠다. 추운 게 아니라 이젠 덥다. 다리는 길어서 얼마나 쭉쭉 뻗어 도망가는지...
"경희야.....내가 잘못했어. 제발~~"
"야 너같으면 그말을 또 믿겠냐? 너 거기 안서? 저게 아!!"
아프다. 더 이상 내 다리가 힘들어서 못 버티겠나 보다. 다리가 꼬이면서 앞으로 넘어졌다. 흑.
아프다. 쪽팔리게 사람들 다 쳐다본다. 오늘따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경희야!! 괜찮아? 응? 어디봐봐 좀."
"씽. 비켜어~"
넘어진 나에게 다가와 괜찮냐며 이리보고 저리보는 강진.
"나쁜놈~ 그러기에 서라고 할 때 섰으면 안 넘어 졌잖아. 아앙 이게 뭐야 또. 피나잖아~"
"그러길래 그만 따라오지. 아휴 바보. 일어나봐. 괜찮아?"
"씽"
나를 일으켜 세워놓고 흙이 묻은 내 옷을 털어주는 강진이. 이 자식 따른 여자한테도 이렇게
해 주면서 꼬신거 아니야? 아 뭐야 진짜. 나만 맨날 넘어지고.
"야 다리 내밀어봐."
"왜 또."
"좀 내밀라면 내밀어봐. 무슨 여자가 맨 날 넘어지냐."
강진이의 말대로 피나는 다리를 내밀자 손수건으로 피를 닦아주고 어디서 났는지 푸우 대일
밴드를 붙여준다.
"야, 너 대일밴드는 어서 났냐?"
"어서났긴. 내 주머니에서 났지."
"그걸 왜 가지고 다니는데?"
"왜 가지고 다니긴! 니가 하도 넘어지고 피나고 하니까 그렇지."
"내가 뭘."
"자 됐다. 이제 안아프냐?"
"안 아프긴! 아프다 뭐."
"피식."
"넌 니 여자친구가 아프다는데 웃기냐?"
"피식."
"야!"
"됐다. 현아 기달리겠다. 그만 가자."
"씨잉."
내 손을 잡는 강진이.
"야 너 누가 손잡으래.ㅡㅡ^"
"내가."
"이게 또 얼렁뚱땅이네."
'퍽'
집 앞.
강진녀석 아까 나에게 맞은 데를 아직도 손으로 비비며 뒤에서 걸어오고 있다.
"빨리안와!"
소리를 지르자 쫄래쫄래 뛰어오는 녀석. 저런 녀석이 뭐가 멋있다고 기집애들이 줄을 서는지.
엄연히 박강진이란 남자는 이 최경희라는 마누라가 있는데.
대학에 다니면서 현아와 같이 살게 된 나. 패션 디자이너이신 현아 아버님의 도움으로 우리는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층은 7층. 7층까지 올라가기 위해 강진과 엘리베이
터를 탔다. 아무도 없는 엘리베이터 안. 7층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강진 녀석이 엘리베이터 벽
에 날 밀어넣터니 자기 손으로 날 가둬버린다.
"야. 너 또 왜 이래. 비켜어."
"경희야. 오늘따라 이뻐 보인다."
"이게 죽으ㄹ.읍."
입을 맞춰 오는 강진녀석. 녀석의 키스는 7층에 도착해 문이 열릴 때까지 이어졌다.
"이게 진짜!"
녀석을 팍 밀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살짝 강진을 째려보자 싱긋 웃어 보이는 놈. 저런
배짱이 어디서 나올까. 하지만 그 웃음에 아무말 못하는 나다. 왜? 멋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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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째째짹짹짹'
"누구세요?"
"나야."
카페에서 그렇게 뛰어 나간 뒤 1시간하고 15분만에 집으로 온 경희. 그 뒤에 강진녀석도 있다.
"야, 오늘은 빨리왔다? 오늘은 체력이 딸려서 빨리 넘어 졌냐?"
내가 웃으면서 야골리자 경희 날 살짝 째려봐 준다. 헌데 오늘은 무릎에 못보던 걸 붙이고 들
어왔다?
"야, 오늘은 못보던 대일밴드를 붙이고 들어왔다? 왠일이냐?"
"현아야, 내가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다가 붙여줬어. 잘했지?"
브이를 지어 보이며 말하는 강진이. 짜식. 귀여운 면도 많다니까.
"그래? 잘했어 강진아. 야 넌 좋~겠다. 여자친구를 위해 대일밴드를 챙겨 다니는 남자친구도
있고~ 부럽다~"
"부러울 것도 많다. 남친도 있는게."
"지금 내곁에 없잖냐.."
"현아야. 정혁이 올 때까지 내가 너의 낭군님이 되줄게."
내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하는 강진이. 난 그런 강진의 손을 살짝 내려 놓으며 말했다.
"성의는 고맙지만. 지금 너의 여자친구께서 심하게 째려보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만 고
맙게 생각하마."
"ㅋ"
언제나 날 웃게 만드는 강진이. 참 착한 녀석이다. 바람기만 어떻게 없으면 진짜 멋있는 사내
녀석인데.. 그게 문제란 말이지.
"야! 그만 좀 먹어!"
"야, 이거 진짜 맛있다. 누가 만든거야?"
벌써 냉장고를 뒤져 이것저것 먹기 시작한 강진이. 어제 저녁에 내가 만든 맛탕을 통째로 들
고 먹고 있다.
"야 이 누님이 만든 거다. 넉넉히 만들었으니까 그거 가지고 가서 먹어."
"어? 진짜? 고마워 현아야."
맛있게 먹는 강진이. 맛있게 먹어주니까 심히 고맙구나 강진아.
"야 체한다. 자, 물먹으면서 천천히 먹어 좀."
물을 따라서 강진에게 주는 경희. 잘~어울린다. 제발 싸우지 좀 말아라.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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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
"응. 맛탕 맛있게 먹을게. 잘자 자기야~"
"빨리 가기나 해."
"알았어. 현아야 잘있어. 내일 동아리 모임 때 보자."
"참! 그게 내일이었냐?? 고맙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ㅋ 그럼 나간다."
"응."
"조심히 가~"
동아리 모임이 내일이였구나. 또 깜빡하고 있었다. 강진이 아니였으면 성완 선배한테 또 욕먹
을 뻔했다.
"나 씻는다."
"어."
씻으로 욕실에 들어가는 경희. 쇼파에 앉아 TV켰다.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리다. 발신번호를 보니 아빠다. 지금 패션쇼 때문에 영국에 가계신 아빠. 그래서 요즘 밤이
면 아빠와 통화를 한다.
"아빠?"
"그래. 우리딸 오늘도 잘 지냈어?"
"당연하지. 아빠도 잘 지냈어요?"
"아빠는 우리딸 보고 싶어서 잘 못지냈어."
"나도 아빠보고 싶어요. 아빠 언제 들어와요?"
"응. 한 내일모레 쯤?"
"정말? 내일이 패션쇼 하는 날인가?"
"응."
"벌써 그렇구나. 내일 패션쇼 잘하세요. "
"우리딸은 언제 아빠가 만든 옷 입고 패션쇼 하나?"
"치. 조금만 기다려요. 이제 얼마 안남았어. 2년만 있으면 졸업 한다구."
"그래 알았다, 알았어."
"그럼 아빠 내일 패션쇼 잘하시구. 도착 시간 내일 알려줘. 마중나갈게."
"우리딸이 마중나온다니 얼른 한국가고 싶은걸?"
"치. 참! 점심은?"
"방금 먹었어."
"아무리 바뻐도 끼니는 거르지 말구요."
"알았어요."
"그럼 아빠. 내일 잘해요. 파이팅!"
"그래. 파이팅!"
"끈어요. 네."
패션쇼 때문에 자주 외국을 나가시는 아빠. 중학교 1학년 때 엄마가 돌아가신 후. 바쁜 아빠가
싫었지만 커가면서 아빠의 직업을 존경하게 되었고 아빠가 만드신 옷을 입고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모델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 졸업 후, 아빠의 옷을 입기로 약
속했다. 이제 2년만 기다리면 된다. 그때까지 열심히 해야지!!
"아저씨한테 전화온거야?"
"응."
"언제 오신데??"
"내일 모레. 내일 아빠집에 가서 청소 해놓고 내일 모레 마중나가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머리를 말리려고 화장대에 앉은 경희. 내일은 10시까지 동아리모임에 갔다가 아빠 집에 청소
하러 가야겠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같이 사시는 아빠. 하지만 지금 두 분은 여행 중이시라 아
빠가 오시면 집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가서 맛있는 것도 해드리고 해야지. ㅋ
"야! 현아!"
"왜?"
"너 내일 몇시까지 가냐?"
"10시. 그건 왜?"
"아~.우리도 내일 동아리 모임 있지 않냐."
"그래? 그럼 같이 가면 되겠네."
"응. 야 근데 우리 진짜로 인연의 끈이 우릴 연결해 놓고 있는거 같지 않냐?"
"또 시작이다."
"왜~ 봐봐.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같은 반이 였잖냐. 거기다가 대학같이
왔지. 이렇게 같이 살지. 그리구 우리 부모님이랑 너희 엄마랑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돌아가시
고. 아무튼, 우린 너무 우연이기엔 너무너무 인생을 같이 왔어.."
"대충 그렇다고 치고 잠이나 자자."
"우린 어쩔 수 없이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야 하는 인생의 동반자라니까!"
"먼저 잔다. 잘 자라~"
"그래. 내일 니가 나 깨워!"
"알았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어렷을 때부터 알아온 경희
네 가족과 여행을 떠났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엄마와 경희네 부모님은 장을 보러 갔다오신다
며 우릴 아빠와 함께 숙소에 남아있게 하셨다. 그게.... 그분들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두 세시
간 뒤.. 우리에게 돌아오신 세 분의 모습은 양손에 먹을 것을 잔뜩 들고 웃으시면서 돌아오시
는 모습이 아니라 사늘한 시체로 변하신...그런 세 분의 모습이였다. 커브길을 도시다 미쳐 발
견하지 못하신 트럭을 피하려고 핸들을 꺽으신다는게 그만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셨단다.
그날..아빠와 나 그리고 경희는 많이 울었다. 평생 살아가면서 흘릴 눈물을 그 날, 모두 흘렸
다.
패션쇼에서 만나셨다는 엄마와 아빠. 아빠께선 스승님의 패션쇼에 가셨다가 모델이신 엄마를
만나셨단다. 엄마는 훌륭한 모델이 되고 싶어하셨단다. 아빠의 옷을 입고 멋있게 워킹하는 모
습의 그런 훌륭한 모델. 그 때부터였을 꺼다. 내가 모델이 되겠다고 생각했을 때가. 그 뒤로 키
를 키우기 위해 우유도 많이 먹고 몸매를 가꾸기 위해 운동도 열심히 했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 수 있었다. 키 175에 32.24.32의 완벽한 몸매..는 아니지만 엄마, 내가 아빠가 만
드신 의상을 입고 무대 위에 설테니까 하늘에서 아저씨랑 아줌마랑 지켜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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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가 싸준 맛탕을 들고 오피스텔에서 나와 집으로 가고 있다. 3월이지만 아직 춥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가 TV를 보고 있다.
"왔냐?"
"응. 아버진?"
"주무시지. 그건 뭐냐?"
내 손에든 맛탕을 보고 날 따라 부엌으로 들어오는 엄마.
"맛탕."
"맛탕? 현아가 한거냐?"
"어. 진짜 맛있어. 먹어봐."
뚜껑을 열어 하나를 먹어보는 엄마. 표정 예술이다.
"맛있네. 가시네 음식 솜씨하나는 끝내 준다니까."
"그치? 내가 친구하난 잘 뒀어."
"그래 니 잘났다."
맛탕을 냉장고에 넣는데 엄마가 날 이상한 눈초리로 계속 쳐다본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어."
"뭐?"
"시퍼런 물이 묻었네."
"어? 어디?"
"요기."
내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는 엄마.
"아퍼!!"
"왜 아픈디?"
"어? 경희 한테 맞...헉;;"
강열한 눈빛으로 날 째려보는 우리 엄마. 내 이마에 있는 멍. 아까 경희한테 맞아서 난 것 같
다. 그 것도 모르고 난 맛탕들고 신나게 왔으니. 길거리에 사람들이 그래서 실실 웃었나? 그나
저나 지금 이 난관을 어떻게 하나. 죽었다.
"경희한테 맞. 뭐? 왜 말을 끈냐?"
"어? 아니 그게.."
"니 또 바람폈냐?"
"어? 아, 아니야~~"
"아니여? 이게 죽을라고!!"
"어 엄마!!"
국자를 들고 날 쫒아 오는 엄마. 아 미치겠다.
"엄마 진정해 어?"
"이노무 자슥. 너 일로 안오나?"
엄마 같으면 무서워서 가겠어? 아 진짜...
"엄마..~~"
"니 내가 말했나? 안했나? 세상에 경희같은애 없다고 다시 한번만 바람이고 뭐고 피면 니 내
손으로 주기뿐덴다 그랬지? 어?"
"그, 그랬지..."
"근데 또 바람을 펴?"
"아악~~ 엄마 아퍼!!"
"아프긴 뭐가 아퍼!! 넌 더 맞아야 되!!!"
쇼파를 사이에 두고 실랭이를 벌이는 우리 모자. 무섭게 달려드는 우리 마미와 어떻게든 피하
려는 나. 이게 무슨 일인지.
"아, 왜 이리 시끄러워."
우리 때문에 깨셨는지 아버지지가 방문을 열고 나오신다. 난 얼른 아버지 뒤로 숨었다.
"니 일로 안오나!!!"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시끄러워! 너 또 무슨 잘못했냐?"
"아니요."
"이게! 죽을라고!! 너 내가 경희만한 여자 없다고 내가 속썩이지 말라고 했지!!"
"했지."
"근데 또 딴 눈을 팔아? 이노무 자슥 너 오늘 나한테 한번 주거봐라. 으잉?"
"아악!! 엄마 잘못했다니까!!!!"
아버지를 사이에 두고 접전을 펼치는 우리 모자. 아 미치겠다. 어무이 잘못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