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의학에서 쓰는 한약재 이름 가운데는
조금 특이한 의미를 가진 약재들이 있습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서 보면
당귀라고 하는 약재는 피를 보하는데 쓰는데
마땅히 돌아간다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피를 관장하는 장기(혈부)로 돌아간다라는 의미입니다
우슬이라고 하는 약재는
무릎이 아프거나 근골이 약할때 쓰는 약재인데
글자 그대로 소의 무릎이라는 의미여서
그 쓰임이 이름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속단이라고 하는 약재는 끊어진것을 잇는다는 의미로
타박이나 골절등의 질환에 응용하기도 하고
골쇄보라고 하는 약재는 이름 그대로
뼈가 부숴진것을 보하는 약재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니
선인들이 약재 이름을 지을 때는 염제 신농씨가
하루에 백여가지 약초를 맛을 보고
그 효능을 알아내었다고 하는 전설도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은 반하라는 약재입니다
이름 그대로 여름의 절반이라는 글자로 이루어 졌는데
지금 한참 땅속에서 둥근 구균을 길러내고 있는 약재로
몸에 습과 담을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귀중한 약재입니다
예전 한의원을 할때는 노인어른들이 직접 캐셨다며
말린 반하半夏를 한근이나 두어근 가져오셔서
돈 사러 왔습니다 하시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다른 약재보다 훨신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였고
어르신들에게는 한때 용돈이 충분히 될만한 가격이었으며
지금도 수입산 반하보다는 대여섯배 가격이 높아서
우리나라 반하를 토반하라고 하는데 효과 자체가
중국산보다는 월등히 좋습니다
반하라는 약재 이름에서 보듯 반하를 캘때가 되면
여름의 반이 지나간다는 시기적인 의미가 있어서
어떤가 하는 생각에 오늘 도량에 있는 반하를 캐어 살펴보니
아직은 덜 영글어서 조금 더 시간이 지난뒤에야
채취가 가능하겠다 싶습니다
이 반하는 신경성 소화불량등에 쓰는 반하사심탕
혹은 십병구담이라는 말처럼 담痰을 치료하는 이진탕
매핵기라고 불리는 신경성 인후염등에 쓰는 반하후박탕등
여러가지 처방전에 들어가서 다른 약과 어울려
습담이나 가래등을 삭히고 풀어주는 역할을 하기에
한의학 처방에서는 감초못지 않은 역할을 한다하겠습니다
맛이 약간 깔깔한데다가 습을 말리는 효능이 뛰어나서
만약 멋모르는 사람이 반하의 맛이 어떤가 입에 대었다가는
어마 뜨거라 하고 던져버릴 약재입니다
왜냐하면 입안에 침을 싹 빨아들이는
반하의 효능때문에 그리되는 것인데 종종 한의원에 놀러온 벗이
약장에 약을 꺼내 맛을 본다고 할때 아뭇소리 안하고 놓아두면
반하맛이 어떤가 본다고 입에 댔다가는 놀래 가지고
다시는 안그러겠다 하고 돌아갈 지경입니다
반하는 법제를 해서 쓰면 약효는 높아지고 부작용은 작아지는데
법제를 할때 쓰는 약재가 바로 생강즙으로
반하와 같이 섞어서 약한 불에 둘러 내면
제독이 되고 약성은 좋아집니다
그러니 반하를 먹고 놀란 상태에 생강즙을 내서주면
입은 아리고 맵고 써서 어쩔줄을 모르지만
일단은 반하로 인한 부작용이 해소되니
울며 겨자먹기로 먹을수밖에 없습니다
대서와 중복이 지났으니 여름의 절반은 지난듯하지만
장마후의 무더위가 남아있으니 습한것과 냉에 상하지 않도록
몸을 잘 단속하는 것이 가을에 큰병을 막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 생반하가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혓바닥이 아리고 침이 바짝 마르는데
꿩이란 녀석은 반하를 통째로 삼키는 까닭인지는 몰라도
반하를 그렇게 좋아한다는 속설도 있습니다
하늘에 임금이 지상에 반하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꿩을 시켜서 반하를 캐오도록 명령을 내리고는
절대로 먹어보아서는 안된다 신신당부를 하였답니다
꿩은 임금의 명을 수행하느라 반하를 캐기 시작하였는데
도대체 이 작은 알갱이같은게 무슨 효험이 있어서 임금님이
이것을 캐오라고 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임금의 당부는 잊고
한번 먹어보게 되는데 그 맛이 천하에 일품입니다
그래서 이미 캐놓은것조차 다먹고 없을 때에 이르러
하늘에서 천둥과 번개를 치면서 왜 반하를 아직 가져오지 않느냐
호통을 치는 소리에 놀란 꿩은 대답하기를 캐거든 캐거든
이라고 소리를 낸다는것이 꿩의 울음소리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지금은 한의원을 그만 두었으니 반하를 만질일이 없지만
그래도 원효사 도량을 중심으로 잠시 돌아다 보아도
반하 귀전우 목련 작약 목단 죽여 꿀풀 엉겅퀴 황정 인동초 복분자 질경이 연근
더덕 제니 도라지 오가피 개망초 구절초 삘기 포공영 연교 상심자(뽕열매) 마(산약)
모과 익모초 애엽 산초 매실 명다 돼지감자 두릅 맥문동 장명채 마치현(엉겅퀴) 소엽 은행 감태 시누대 등 만가지 병에 만가지 약이라는 말처럼 귀한 약재들이 자라고 있음을 봅니다
공주에는 제세당 다리와 박물관 올라가는 곳 그리고 봉황동 오거리에
자그마한 약전골목이 있었음도 기억을 떠올려 봅니다
이상 여름의 절반을 지나가면서
하늘 임금도 좋아하고 꿩도 좋아한다는 반하 단상이었습니다
이 모두가 부처님 덕분입니다 나무석가모니불 ()()()
원효사 심우실에서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