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거의 볼 수 없지만 수십년 전에는
일반가정의 살림살이 가운데 '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곡식 가루를 치거나 술 따위의 액체를 거르는 기구였지요.
체는 매우 중요한 기물인 까닭에 집집마다 갖추었으며
부잣집에서는 네댓개를 부억 벽에 걸어 두고 썼습니다.
체는 똑같은 모양은 아니었지만
서양에서도 오랜 옛날부터 쓰여졌던 것 같습니다.
아래 이야기는 말조심의 방법을
체거르기로 설명하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이야기입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사는 마을에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돌프라는 청년이 있었다.
어느 날 소크라테스가 마을 앞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데
아돌프가 휘파람을 불면서 나타났다.
소크라테스는 아돌프가 헛소문을 퍼트리고 다니는 바람에
마을 사람 중에 상처를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고
이 기회에 아돌프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했다.
소크라테스를 본 아돌프가
먼저 다가와 인사를 하더니 시키지도 않은 이야기를 꺼냈다.
소크라테스 선생님!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윗마을에 사는 필립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세요? 그 착한 친구가 글쎄...
이때 소크라테스는 아돌프의 말문을 막으며 물었다.
먼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자네의 말을 세 가지 체에 걸러보세.
첫째는 사실이라는 체라네.
자네가 지금 말하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증거가 확실하나?
그러자 아돌프는 머뭇거리며 "아닙니다.
저도 남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다시 아돌프에게 물었다.
두 번째는 선(善)이라는 체네.
자네가 하려는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최소한 좋은 내용인가?
아돌프는 이번에도 머뭇거리며 아닙니다.
별로 좋은 내용이 아닙니다."라고 답했다.
소크라테스는 이제 아돌프에게
마지막으로 이제 세 번째 체로 다시 한번 걸러보세.
자네 이야기가 꼭 필요한 것인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돌프는 고개를 떨구며
소크라테스의 말에 조용히 말했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그의 풀죽은 대답에 소크라테스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타일렀다.
그렇다면 사실인지 아닌지 확실한 것도 아니고
좋은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나에게 말해야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 후 아돌프는 사실(事實), 선(善)
그리고 필요성(필요성)이란
세 가지 체에 걸러지지 않는
이야기를 다시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옮긴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