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관한 시 모음 
+ 장미를 생각하며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6월의 장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건네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워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6월의 달력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목필균·시인)

+ 6월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김용택·시인, 1948-) + 6월
6월은 녹색 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으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소리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에 가져온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황금찬·시인, 1918-)
 + 6월엔 내가
숲 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6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디어 찬 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이해인·수녀 시인, 1945-) 
+ 6월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 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막힐 듯, 숨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오세영·시인, 1942-)

+ 6월
바람 부는 날은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이외수·소설가, 1946-)  + 6월의 언덕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 (노천명·시인, 1912-1957)
 + 6월이 오면
6월이 오면 향기로운 풀섶에 그대와 함께 앉아 있으리 솔바람 부는 하늘에 흰 구름이 지어놓은 눈부신 궁전을 바라보리
그대 노래 부르고 난 노래를 짓고 온종일 달콤하게 지내리 풀섶 위 우리들의 보금자리에 누워 오, 인생은 즐거워라! 6월이 오면 (로버트 브리지스·영국 시인, 1844-1930)

+ 6월의 나무에게
나무여, 나는 안다 그대가 묵묵히 한곳에 머물러 있어도 쉬지 않고 먼 길을 걸어왔음을
고단한 계절을 건너 와서 산들거리는 바람에 이마의 땀을 씻고 이제 발등 아래서 쉴 수 있는 그대도 어엿한 그늘을 갖게 되었다 산도 제 모습을 갖추고 둥지 틀고 나뭇가지를 나는 새들이며 습윤한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소리는 종일토록 등줄기를 타고 오르며 저녁이 와도 별빛 머물다가 이파리마다 이슬을 내려놓으니 한창으로 푸름을 지켜 낸 청명은 아침이 오면 햇살 기다려 깃을 펴고 마중 길에 든다
나무여, 푸른 6월의 나무여 (카프카)

+ 6월에는 스스로 잊도록 하자
시냇가에 앉아보자 될 수 있으면 너도밤나무 숲 가까이 앉아 보도록 하자
한 쪽 귀로는 여행길 떠나는 시냇물 소리에 귀기울이고 다른 쪽 귀로는 나무 우듬지의 잎사귀 살랑거리는 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는 모든 걸 잊도록 해보자 우리 인간의 어리석음 질투 탐욕 자만심 결국에는 우리 자신마저도 사랑과 죽음조차도
포도주의 첫 한 모금을 마시기 전에 사랑스런 여름 구름 시냇물 숲과 언덕을 돌아보며 우리들의 건강을 축복하며 건배하자 (안톤 슈나크·독일 시인, 1892-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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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에 머물러지네요~~
푸른 띠를 두른 아름다운 루르드의 성모상이네요.
울타리가 너무 소박하여 옛날 어릴 때 외갓집 동네 풍경과 비슷해요...
@아침이슬 루르드의 성모님은 기도손하고 계실거구요..
여기 성모님은 두손을 가슴에 모으고 계시는데..
성거산성지성당 제대옆에 모셔진 무염시태성모님?이라고 하신거 같았어요~~보이는 울타리 모습은 제대 뒤편이구요..함께간 분들한테 다시 확인좀 해보겠습니다~^^
시 감상 잘 했습니다
6월을 노래하는 시각이 다 다르네요
사진도 너무 좋구요
다~~~퍼가고 싶어져요~~ㅎㅎ
카톡으로 보내드릴려고 복사를 해보니 사진은 복사가 되지않고 글만...
성령 강림 대축일 은총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