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교사 개인 홈페이지 탄압 관련 시민사회단체 성명서
작성일: 2001/05/28
작가이자 중학교 교사이자 이 사회의 시민인
김인규 씨에 대한 모든 탄압을 즉시 중단하라!!
누가 지성적이며 저항적인 작품에 '음란함'을 덧씌우는가? 누가 '외설적인 사회'를 비판하기 위해 선택한 '중학교 선생님'의 몸에 '음란함'을 덧칠하는가? 지난 26일 서천 비인중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재직 중인 작가 김인규 씨가 서천경찰서에 긴급 체포된 사건은 우리 사회의 몰상식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작가 김인규 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작품 중 작가 자신과 부인의 나체를 찍은 사진에 대해 '음란물 유포죄'를 적용한 이번 처사는, 굳이 예술작품의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어이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 김인규 씨는 그 동안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작품을 소개해왔던 바, 이번 그의 체포에 결정적인 사유로 지목된 '문제의 사진'은 작가 김인규가 '몸'에 대해 상업적이고 남성 편향적인 우리 사회의 '외설적인 시각'에 던진 하나의 외침이다. "신데렐라가 될 수 없는 우리의 몸"을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작가 김인규 씨의 홈페이지에 나타나는 전 작품과의 연관을 볼 때 '반성적인 시선'을 마치는 하나의 단락을 이루고 있는 사진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작품의 의미를 판단하는 데 앞서,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예술적 비판력과 상상력을 원천적으로 가로막는 폭력이며, 전 사회를 퇴행시키는 만행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리는 이미 자신의 나체를 반성적인 시선으로 촬영하여 전시회를 열거나 도판을 만들어 배포한 수많은 작가가 존재함을 알고 있다. 또한 이들의 작품이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만약 김인규 씨의 작품이 '음란물'로 규정되어 법적인 제재를 받아야 한다면, 그들 모두가 '음란물'을 만들고 유포한 범법자가 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이들 사진이 사회적인 맥락과 무관하게 모두 범법 행위라면, 같은 이유로 인간의 신체를 그린 모든 그림은 작가 구속의 '증거물'로 밖에는 기능할 수 없게 된다. 당장 '국립현대미술관'에 걸린 누드화와 인사동, 청담동 화랑에 걸린 수많은 작품은 모두 떼어져야 한다. 이는 '몸'에 대한 진지한 시선을 잃어버리는 사회를 만드는 길이며,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다.
이와 함께 우리는 사회인 김인규 씨에게 가해진 악의적인 탄압에도 주목하고자 한다. 중학교 미술선생님으로서의 김인규 씨는 최초 홈페이지에서 이 사진을 삭제하거나 중학교 교사를 그만두라는 선택을 강요받았던 바, 이는 작가의 양심과 사회인으로서의 신분 중 하나를 택하라는 극히 폭력적인 주문인 것이다.
우리는 반성적인 작가 김인규 씨가 '열성적이고 창의적인 미술교사'라는 평을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한 김인규 씨에 대해 그의 작품을 이유로 교단을 떠나라는 주문은 지극히 비교육적인 주장임과 동시에 교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이 주문은 '몸에 대한 반성'을 하는 모든 작가에게서 '사회권'을 빼앗는 심각한 폭력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또한 김인규 씨에게 가해진 언어폭력, "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괜찮지만 홈페이지는 안 된다"에 대해서도 우리는 시민의 이름으로 분노한다. 이미 화랑과 미술관이 시민들의 삶에서 멀어진 현재, 인터넷에 작가의 작품을 올리고 이를 시민들과 함께 토론하는 문화는 예술과 시민의 삶을 소통시키는 작업으로, 오히려 시민들의 문화 향수권을 위해 노력하는 작가들의 공공적인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런 작업은 음향·시각·글자들이 서로 어울려 새로운 체험을 하도록 만드는 예술행위로 이를 통해 시민들은 스스로의 상상력을 계발시키고 있는 것이다. 누가 시민들의 문화적 향수권과 새로운 감각의 체험을 '음란한 상상력'을 이유로 단죄하려 드는가?
우리는 반성적인 작가 김인규 씨, 서천 비인중학교 미술교사 김인규 씨, 시민의 문화 향수권을 향상시키는 김인규 씨가 모두 무죄임을 선언함과 동시에 그들이 분리될 수 없는 한 사람임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우리는 작가이자 선생님이자 시민인 김인규 씨에 대한 법적·물리적·정신적인 모든 탄압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임을 밝힌다.
2001. 5. 28
도서관운동연구회, 독립예술제사무국, 동성애자인권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인터넷분과, 민족미술인협회, 민주노동당,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부산정보연대PIN, 성남청년정보센터, 새사회연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안티조선우리모두, 우리만화발전을위한연대모임,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인회의, 인권운동사랑방, 인터넷신문대자보, 전국공권력피해자연맹, 전국민조노동조합총연맹, 전국아마추어만화동아리협회, 젊은만화작가회, 진보네트워크센터, 통신연대사이버권리팀,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평화인권연대, 학생행동연대정보통신연대I'm,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만화가협회, 한국만화탄압비대위, 한국민족음악인협회, 한국여성성적소수자인권운동모임'끼리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