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은 여전히 덥지만 가을 농사 준비로 한창 바쁠 때다. 중부내륙지방은 이미 김장배추와 김장무 파종을 대부분 끝냈겠지만 남도 해안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해마다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이지만 매번 파종시기를 잡는 게 쉽지만은 않다. 우리나라의 늦여름, 초가을 날씨가 워낙에 변화가 심한 탓이다. 화학비료나 퇴비 듬뿍 넣고 관수시설 충분히 갖춘 관행농이나 상업적 유기농에서야 정해진 날짜에 맞춰 파종하면 그만이겠지만 자연적인 날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소규모 텃밭에서는 기상상태에 따라 같은 시기에 파종해도 해에 따라 작황이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 김장배추 트레이포트 파종 몇 년에 걸쳐 김장배추 파종을 하면서 날짜를 달리해 보았는데 배추 모종 옮겨 심는 시기를 기준으로 보자면 9월 5일은 너무 빠른 것 같고 9월 15일은 적당할 때도 있고 늦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초가을에 가뭄이 든다거나 추위가 일찍 찾아오면 9월 15일경 옮겨 심기는 아무래도 속이 제대로 차지 않을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텃밭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9월 10일을 전후로 옮겨 심기가 가능하도록 배추 씨앗을 파종한다. 파종 20일 뒤에 옮겨 심는다고 보면 8월 20일 전후가 김장배추 파종 적기인 셈이다. 그렇지만 혹여라도 11월 날씨가 너무 포근할 경우를 대비해 옮겨 심는 시기를 9월 10일과 15일에 걸쳐 반반씩 나눠 심을 수 있도록 파종하기로 했다. 부엽토, 계란 껍질, 원두커피 찌꺼기, 발효 깻묵을 혼합해 부숙시킨 것에 채로 쳐 고운 입자만 골라낸 밭흙을 반반씩 섞어 만든 상토. 트레이포트에 담고 보니 아무래도 농협에서 구입해 쓰던 원예용 상토보다는 비중이 훨씬 무겁다. 작년에 140 포기를 심었다 너무 많이 남았던 것을 감안해 올해는 100 포기 정도만 심기로 했다. 가을에 봄동류의 월동배추도 직파할 예정이니 이리저리 나눔한다 해도 모자랄 일은 없지 않을까 싶다. 김장배추나 무우 파종 이전에도 양배추나 당근, 쪽파 등을 파종하지만 아무래도 가을 농사는 김장배추와 무를 파종해야 비로소 시작되는 느낌이다. 이제 시작인 셈인데 올해는 예정에 없던 두더지와의 싸움이 예상되기에 김장농사가 왠지 쉽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익어가는 고추 ▲ 청양고추와 꽈리고추가 자라는 두둑 초기에 뿌리가 비료장해(?)를 입어 성장이 더디던 고추가 뒤늦게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며 엄청난 꽃을 피우고 있다. 개화후 45일을 홍고추 수확시기라고 보면 지금 피어 있는 것까지는 수확후 어느 정도 건고추로 말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물론 탄저라든가 여타 병충해 없이 잘 자란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김장은 물론 고추장 담금용 고춧가루까지 장만하고도 남을 것 같은데 두고볼 일이다. ▲ 옮겨 심은 지 15일된 양배추 ▲ 옮겨 심은 지 15일된 브로콜리 옮겨 심은 지 보름된 양배추와 브로콜리. 몇 포기는 벌써 두더지의 등쌀에 말라 죽었고 나머지는 청벌레들의 공격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지금쯤이면 양배추와 브로콜리의 구분이 확연히 드러날 때다. 브로콜리의 엽색이 양배추보다 점점 짙어가기 때문이다. 일차로 옮겨 심은 삼십여 포기 가운데 두더지와 청벌레의 공격을 이겨내고 몇 포기나 결구를 맺고 꽃봉우리를 피워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3개월의 긴 여정이 남아 있다. |
첫댓글 곧 배추 파종할 때가 됐구나 생각하던 참이네요
양배추와 브로콜리 15일된 모습도 처음 보았고
정성이 담긴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