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facebook.com/share/p/HzkSJ3LF2zK1NaWz/?mibextid=oFDknk
감사(感謝)
며칠 전 경쟁에서 상대방을 이긴 것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하고 영광을 돌리는 일이 바람직한가 하는 글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고 댓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하며 사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저의 어머님은 살아계실 때 일기 시작하면서 하느님께 감사하고 일기 끝내면서 다시 하느님께 감사하다고 적으셨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할머님은 하루에 ‘감사합니다’하는 것을 공책에 천 번씩 쓰신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러나 모든 감사가 다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서 두어 가지 예를 들어봅니다.
첫째, 타이타닉 호가 침몰하는데, 용케 구명 보트를 얻어타고 멀리서 타이타닉 호의 침몰 광경을 보던 어느 신실한 그리스도인 여인이, “하느님, 제가 무엇이관데 저를 이처럼 사랑하사 저를 이렇게 구해주셨나이까?”하며 하느님께 감사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감사가 올바른 감사일까 물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 여름 땡볕 아래 먼지를 뒤집어쓰며 도로 공사를 하는 사람들을 최고급 자동차 뒷 좌석에 앉아서 내다보며, “내가 저런 사람들과 같은 신세가 아닌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하고 있다면 이런 감사가 올바른 감사일까요?
동체대비(同體大悲), 모두가 한 몸이라 생각하고 모든 사람들의 아픔을 같이 하려는 자세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공감능력의 함양이라고 할까요.
-----
한 가지 재미나는 감사는 어떤 거지 아버지와 아들이 길을 가다가 한 부잣집이 불타고 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우리가 집이 없어 저렇게 불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고 했다는데, 이 정도 감사는 그래도 좀 덜 얌체 감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아픈 것은 못참는다고 하는데, 딴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하느님의 은혜로 논을 샀다, 복권에 당첨되었다, 자식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병이 나았다. 감사한 일이다.”하는 식으로 감사하는 것은 삼가해야 할 일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생각나는 대로 두어 자 적어보았습니다. 쓰고 나니 좀 찝찝하네요. 우스게 소리 하나 덧붙입니다.
-----
네 어머니들의 아들 자랑
첫째 어머니: 우리 아들은 신부라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신부님, 신부님 하지요.
둘째 어머니: 우리 아들은 주교라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주교님, 주교님 하지요.
셋째 어머니: 우리 아들은 교황이라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교황님 교황님 하지요.
넷째 어머니: 우리 아들은 어떻게 무지막지하게 생겨서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Oh my God!”이라 하지요.
최경주 골프 선수의 하나님
지난 5월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린 2024년도 SK 텔레콤 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라운드를 TV를 통해 시청했습니다.
박상현 선수가 –3으로 경기를 마치고 있었는데, -4로 오던 최경주 선수가 18번째 홀에서 보기를 하는 바람에 둘이 –3으로 동점. 연장전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최경주 선수가 이기면 54세 최고령 우승자라는 영예를 얻는다고 하여 최경주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제18번 홀에서 연장전을 하는데, 최경주 선수의 두 번째 샷이 그린 옆 개울로 들어갔습니다. 저도 최경주 선수가 졌구나 생각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서 보니 공이 그린 옆 개울 중간 조그만 섬처럼 생긴 곳에 앉아 있었습니다. 거기서 잘 처내어 par로 마무리. 박상현 선수와 동점. 제18홀에서 제2차 연장전. 티오프에서 최경주 선수는 페어웨이에 안착, 박상현 선수는 러프에 떨어지고, 두 번째 샷에 최경주 선수는 그린에, 박상현 선수는 그린 옆 러프에. 결국 최경주 선수는 파, 박상현 선수는 보기. 최경주 선수가 자기 54세 생일에 최고령 우승자라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축하할 일이라 저도 기뻤습니다.
그런데, 아나운서가 소감을 물으며 마이크를 갖다 대니 “우선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하는 말로 시작해서, 자기가 기적적으로 이긴 것도 하나님이 도와주셨기 때문이고 여러분의 기도 덕분이라고 했습니다.
박상현 선수가 기독교인이 아니라서, 혹은 기도를 하지 않아서, 하느님이 도와주시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하느님이 이렇게 편애하시는 하느님인가 의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미국 성공회 주교 존 셸비 스퐁 신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Unblievable이라는 책에서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전에 이곳 페북에 올렸던 글인데 다시 옮겨와 봅니다. (얼마전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4년 전이네요. 아! 쏜살같은 세월이여!) 참고로 이 글은 최경주 선수를 폄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
미국 뉴저지 주 뉴와크 성공회 주교였던 존 쉘비 스퐁 신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책 마지막 부분에 ‘기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도 기도에 대해 이런저런 글을 쓴 바가 있지만 스퐁 신부가 자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일러주는 이 구체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기도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더욱 실감나게 되씹어보게 해준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1981년 12월 스퐁 신부의 부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는 앞으로 2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 스퐁 신부는 여러 가지 베스트셀러 책도 내고 또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를 교회와 사회에서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성소수자 옹호 운동도 열심히 하여 신문과 TV에 자주 등장하는 유명인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의 부인 유방암 소식은 금방 사방으로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스퐁 부인을 위한 기도 모임들이 생기고 그녀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스퐁 신부 자신은 이런 식의 기도가 기계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자기 부인에 대한 그들의 관심과 사랑의 표시라 생각하고 구태여 거부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예언했던 2년이 지났습니다. 그러자 기도 모임 사람들은 스퐁 부인이 두 해를 넘긴 것이 자기들이 하나님께 기도해서 하느님이 마귀의 권세를 물리친 덕택이라 주장했습니다.
스퐁 신부는 생각했습니다. 뉴와크의 쓰레기 수거인 부인이 암에 걸린다면 이 부인을 위한 기도 모임들이 있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 부인은 스퐁 신부 부인보다 더 빨리 죽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데 생각이 미쳤습니다. 하나님의 치유의 손길이 환자가 유명인의 부인인가 아닌가 하는 신분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단 말인가?
스퐁 신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나님이 이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여 병을 고쳐주는 신이라면 자기는 당장 무신론자가 되고 말 것이라고. 유명 인사라서 많은 사람들이 기도해주기 때문에 생명을 연장해주고, 기도해주는 사람이 없는 불쌍한 쓰레기 수거인 부인의 생명은 모른 채 방치하는 그런 변덕스런(capricious) 신이라면 그 신은 악신일 수밖에 없다고.
스퐁 신부는 물론 기도가 우리의 소원을 성취하는 도구라 여기는 유아적 생각을 거부합니다. 그에게 있어서 진정한 기도란 “신의 임재를 실천하는 것, 초월을 끌어안는 행동, 그리고 살아있음, 사랑함, 존재함이라는 선물들을 다른 이들과 나누기를 훈련하는 것”입니다. ("Prayer to me is the practice of the presence of God, the act of embracing transcendence and the discipline of sharing with another the gifts of living, loving and being." p.254)
---
참고로 <도덕경>에 보면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과 땅은 편애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