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이와 슬아는 희원 오빠가 멋있다며 난리부르스였다. 성현이의 표정이 굳어갔다. 언니는 우리를 보며 피식 웃고는 희원오빠와 함께 가버렸다. 성현이는 기다려놓고 한 마디 말도 못했다. 하긴 짱 오빠가 있으니 말을 못하긴 할 거다. 얼핏 보니 희원 오빠가 성현이를 흘겨보는 것 같았다.
"병신. 포기하는 게 답이다."
"내 짝사랑을 무시하지 말라고!"
"고작 저 10초 보려고 지금까지 기다린 거냐? 병신 새끼."
"아까 짱오빠 완전 멋지지 않아? 완전 대박이야~♡"
"야, 그 언니랑 사귀잖아. 만인의 연인은 아니라고."
희진이의 말에 슬아가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둘의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상현오빠는 지나가지 않는지 입구쪽을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그러나 상현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야자를 안 한 건지 아직 안 나온 것인지.
"그만 집에 가자."
자신의 목적이 끝난 성현이는 집에 가자고 했다. 애들과 중간에서 헤어지고 성현이와 둘이 걸었다. 성현이는 어릴적부터 옆집에 살던 친구로 같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까지 나왔다. 중학교는 성현이가 세원중 가고 나는 은헌중 다녀서 떨어지긴 했지만 고등학교를 또 다시 같이 다니게 되었다. 전부 세원고가 가깝기 때문이었다.
"아까 말뚝 같이한 정원 언니 친구 중에 머리 세운 오빠 있잖아. 좀 말라서 교복 줄인 오빠."
"어 왜?"
"그 오빠 니가 보기엔 어때?"
"오상현 형? 완전 별론데."
개새끼. 넌 괜찮냐? 네 새끼도 별로야.
"그 형 쓰레기야. 가까이 해서 좋을 것 하나도 없어. 그건 어느 누구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일 거다."
오빠 평판이 별로 좋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좋은 이미지도 좀 쌓아주었으면 좀 좋아?
"누가 그 형 좋대?"
그러면서 날 보는 성현이의 눈빛은 '설마 너는 아니겟지?' 하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나는 괜히 뜨끔했다.
"네가 언니 좋아하는 것도 포기해야겟네. 남친도 있으니까."
"포기하긴 누가! 남친 있으면 뭐! 헤어질 수도 있는 거지! 내가 포기할 거 같아?"
응, 그 오빠가 포기할 것 같진 않아. 그 오빠에게 넌 애송이일 뿐이잖아.짱오빠가 무서울 게 뭐가 있냐.
"가능성 없어 보이는데."
그러자 성현이가 씩씩거리며 나를 쏘아보았다. 하여튼 자존심은 세가지고. 자기도 좋은 말 안 하면서.
"두고봐, 내가 정원 누나 빼앗고 만다."
"친해지기나 해. 말도 못 걸면서 무슨."
"친해질 거라고!"
괜히 소리를 지르는 성현이. 지도 자조심이 상했나보다.
"은휼이가 좀 친해보이긴 하더라. 같은 농구부라는데?"
그러자 성현이의 눈빛이 번뜩였다.
"쥐짜?"
"어."
"그걸 왜 이제야 얘기해!"
그러더니 나를 막 흔등러댄다. 이 자식아. 어지럽다고오!
"은휼이가 누나랑 친하다 이거지? 좋았어!"
"예원이가 그러는데 언니랑 농구하면 쉽게 친해질 수 있다던데?"
"오호~ 오케-오케! 역시 넌 좋은 친구야. 훗."
내 등짝을 내려치는 성현이.
"이 오빠가 너에게 맛난 걸 사주도록 하마. 구구콘 먹자."
그러더니 마트에 들러 구구콘을 사주었다. 성현이도 구구콘을 좋아한다. 우리는 구구콘을 먹으며 걸었다.
"너 진심이야?"
내가 물었고, 성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는 되게 시크하고 매력 있다니까. 성격도 좋고, 보이시한게 사람을 리드할 줄 알고, 딱 내 스타일이라니까?"
성현이는 연상이나 혹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여자를 좋아했다. 성현이가 좋아하는 여자들은 모두 그런 여자들이었다. 연상이거나 어른스러운 여자애들. 자신을 품에 안아주고 자신을 끌어주는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햇다. 어렸을 때부터 마마보이였더만 엄마 같은 여자를 좋아하나보다. 언니 스타일로 보건데 언니는 마마보이 싫어할텐데.
맨날 투덜대고 찡찡거리는 남자를 좋아할 리가 없다. 언니는 희원오빠 같은 상남자 스타일이 어울린다. 오히려 언니를 리드할 줄 아는 남자 말이다. 전혀 정반대 스타일인데 내 보기엔 안 된다.
성현일 좀 이용해 오빠랑 친해져 봐야겠다. 성현이가 언니와 친해지면 상현 오빠와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정원언니랑 친해져도 상현오빠는 친해지긴 힘들 것 같다. 그 오빠도 언니 외에는 관심없어 하던데... 은휼이도 그 오빠랑 친하지도 않잖아. 쳇. 정작 나에게 도움을 줄 사람은 없네.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작업 들어갈 거니까 너도 협조해. 간다."
성현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우리는 서로의 등을 돌려 각자의 집에 들어갔다. 성현이네 아줌마와 처음보는 아줌마가 있었다.
"우리 딸내미 왔네. 강희야, 여기 우리 건물주 아줌마."
꾸벅 인사를 했다.
"언니 딸이야? 예쁘게 생겼네. 언니랑 안 닮았다."
"지 아빠 닮았지 뭐."
"강희야, 우리 성현이 같이 왔지?"
"네."
"자기야, 나 가야겠다. 자기는 안 가?"
"가야지. 언니, 내일 11시 별헤는 카페 알지? 내일 만나."
아줌마들이 돌아가셨고, 나는 씻고 나왔다.
"건물주 아줌마가 임대 계약 연장해주기로 했어. 금액 올려주는 거 없이."
건물주 아줌마가 되게 사납고 이기적이라고 들었는데 아까보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보통 여자는 아닌 듯 보였다. 권리금 올려주는 거 없이 계약 연장하겠다니 다행이긴 하다만 마음에 드는 아줌마는 아니다.
***
내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갈 거라던 성현이의 호언장담은 다음날이 되어서는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진전되는 것은 없었다. 언니와 만나는 횟수는 좀 늘긴 했지만 관계는 예전과 같다. 은휼이를 따라 체육관에도 같이 따라갔지만 언니는 보이지 않았다. 언니가 간부 수련회 갔다고 했다. 호언장담한 그날 하루를 제외하고는 언니를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성현이에게 불쌍하다고 했다.
"별 헤는 카페 가서 좀 놀다 갈까?"
별헤는 카페를 너무도 좋아하는 슬아. 우리는 다함께 별헤는 카페로 갔다. 낮이라서인지 사람이 많았다. 역시 주말에는 사람이 많다.
"안녕하세요~"
별카페(별헤는 카페의 줄임말) 사장님하고 너무도 친해진 슬아가 씩씩한 인사를 했다.
"슬아 또 왔네?"
"그럼요~ 새로운 친구까지 데려온 걸요."
그러더니 뒤에 있던 예원이를 끌어내 사장님께 소개 시켜준다.
"예쁘죠? 제 새 친군데요, 예원이라고 예쁘고 착해요~"
"알고 있어. 예원아, 3번 방에 엄마도 계셔."
아는 사이인가보다. 예원이네 엄마? 갑자기 궁금해졌다. 예원이네 엄마는 어떻게 생겼는지.
"우리도 예원이네 엄마 궁금하다. 같이 가자~"
우리는 자리를 잡아 가방을 놓고 예원이네 엄마가 계신다는 3번방으로 갔다. 아줌마들이 총 3분이 계셨다. 건물주 아줌마도 계셨다. 방에는 재떨이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고 있엇다. 예원이네 아줌마는 누구지?
"엄마."
예원이가 자신의 엄마를 불렀다.
"예원이네? 친구들?"
아줌마들이 말했다.
"네. 엄마, 내 친구들이 엄마 궁금하대. 얘는 슬아고, 얘는 희진이, 얘는 강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친구들이야."
"안녕하세요."
예원이네 엄마라는 분은 혼자 앉아 계신 분이었다. 되게 시크하고 어딘가 분위기가 좀 무서웠다. 저 아줌마에게서 정원언니의 모습이 얼핏 보였다. 정원 언니가 엄마를 닮았나보다.
"강희? 아, 친해지고 싶다고 했던 걔?"
목소리도 허스키한데다가 약간 위엄이 있어보였다. 카리스마도 있으시고. 무섭다.
"예쁜 되지 언니 딸."
"아, 그 언니 딸이야? 반갑네."
다 아는 사이신가보다. 예원네 아줌마와 건물주 아줌마와는 달리 얌전히 앉아 차를 마시는 정말 미인이신 아줌마가 계셨다. 되게 동안이셨다. 동생이신가보다.
"놀다 가."
"안녕히 계세요."
자리로 돌아온 우리 넷.
"예원이네 엄마 되게 카리스마 있으시다. 정원언니랑 완전 판박이야~"
"언니가 엄마를 닮았나보다."
슬아와 희진이의 눈이 휘둥그래졌고, 나도 다소 놀랐다. 건물주 아줌마가 일진짱 오빠의 엄마라니. 피는 못 속인다더니 그 말이 딱 맞다. 뭔가 일이 좀 복잡해질 것 같기는 하다. 성현이가 정원 언니 뺏을 거라던데... 상당히 골치 아파지겠다. 어쩌지?
<작가의 말>
빼빼로데이인데 다들 빼빼로는 많이 받았나요? ㅎ 저는 남친이랑 빼빼로 주고 받고 에슐리에서 푸짐하게 먹고 왔답니다 ㅎㅎ 배부른 상태에서 6회를 연재하였답니다 ㅋㅋㅋ
5회 읽어주신 분들, 그리고 꾸준히 댓글 달아주고 계신 분들 또 감사드리며 6회를 보고 계신 분들께도 미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___^
생각보다는 의외로 매일매일 연재하고 있어서 제 스스로도 새삼 놀랍습니다 ㅋㅋ 지난주 이후로 매일 연재는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의외라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ㅋ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며 저는 다음편 쓰러 갑니다 ^__________^
첫댓글 희원과정원은 엄마들이 아는사이라서 알고지내는 모양이네요 그러고보니 희원 엄마와 강희엄마도 건물주와 세들어사는 관계네요^^~~
뭔가자꾸기대되는...ㅋㅋ
군인 엄마. 우어~
분위기를 상상하며 읽는 재미가 있네요. 다음편 읽으러 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