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기사(3)-녹색 황무지(42)
글쓴이 그라테우스
움막의 내부로 들어선 후, 내가 이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와 무언가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바뀐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있었다.
“냄새?”
그랬다. 처음 들어왔었을 때의 시체 썩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20여 개의 머리들도 사라져버렸다.
“취힉. 그들이라면 우리들의 어머니에게 돌려보냈다.”
“...어머니?”
나의 말에 켈 벨룩은 앉아있던 짐승 가죽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며 내게 다가왔다.
“그륵. 대지. 우리들의 어머니.”
그렇군. 대지라.... 이전보다 훨씬 좋은 취미가 되었군.
“악취미는 이제 안녕인가.”
“취익?”
나의 말에 그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가볍게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나의 말에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인간들의 도시로 보내주려고 그러는 것인가?”
“취힉.”
나의 말에 켈 벨룩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한걸음 다가왔다.
“인간들이... 오고 있다. 그륵.”
그렇다면 그들과 나를 함께 보내려는 것인가?
“취힉, 우린 그들 중 생존자를 몇 명 잡아서 너에게 줄 것이다. 인간.”
“생존자? 그렇다면 다 죽이겠다고?”
“크륵.”
나의 말에 켈 벨룩은 고개를 돌렸다. 하긴 인간인 내 앞에서 동족을 죽인다고 하는 것도 조금 그러겠지. 그런데... 왜 인간들을 죽인다는 것이지? 상인 비슷한 자들이라도 지나가기에 약탈하려는 것인가?
“크륵. 인간들의 군대다.”
...군대? 군대라고? 그렇다면... 몬스터 토벌군? 하지만 아까 전에 켈 벨룩이 보여준 양피지에 따르면 이곳은 오크들의 영토인 것이 인간들에게도 퍼졌을 것인데... 역시 말로만 그런 것이었나? 이런 넓은 목초지를 놔두기 아까웠겠지. 이런 크기의 평야라면 생산력이 약하다고는 해도 인간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유혹. 아마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야. 분명 이전에도 몇 번 보내왔었겠지.
“...그런가. 뭐, 그렇다면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
“췩. 좋을 대로 해라.”
나의 말에 켈 벨룩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같은 종족이라지만... 보통의 사람들을 죽이고 약탈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는 인간들의 군대를 내가 도와야 하겠는가? 그렇다고, 비겁하다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타 종족을 죽이려는 인간을 도와야 하겠는가.
오크들이 위험하다면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전혀 모르는 인간들 따위 몇 명이고 죽여줄 수 있다. 분명 인간의 탐욕이란 것은 같은 종족인 다른 인간들에게 조차도 위협적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가만히 있어도 별 상관없는 상황.
한 나라에 마스터 한명이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니 분명 지금 쳐들어오고 있다는 군대또한 이곳을 점령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다. 흐음, 그런데 아까 갸략이 말한 것으로 보아서... 오늘 쳐들어오겠지? 갸략이 봤다고 말할 정도의 거리라면... 거기다가 지금까지 쳐들어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분명 오늘 저녁에 쳐들어 올 것이다.
몬스터 토벌대 치고, 몬스터의 군락을 발견하고 하루 밤을 잔 뒤에 공격하는 자들은 없으니까.
“오늘 저녁인가.”
“크륵.”
나의 말에 켈 벨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는 다만 귀찮다는 듯한 감정만이 약간 떠올라 있을 뿐이었다. 짜증이나 분노 같은 감정도 없이. 아마 상당히 많이 쳐들어 왔었겠지.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그럼 난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
말을 마치고 나는 바로 켈 벨룩의 움막을 빠져나왔다. 그때까지 움막의 앞에 서있던 갸략은 나를 보고 씨익 웃더니 말했다.
“강한 인간.”
“왜, 약한 오크.”
나의 말에 갸략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얼굴을 씰룩거렸지만 내가 무시하고 걸어갈 움직임을 취하자 황급히 내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췩. 나 안 약하다. 나 저녁에 전투에 나간다. 취익.”
“...네가 전투에 나간다고?”
나의 말에 갸략은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쫙 펴며 내게 말했다.
“응. 전투에 나갈 거다. 나 안 약하다. 나보다 훨씬 약한 인간들 다 죽일 거다. 다, 다 죽일 거다. 이 창으로 모조리 찢어버릴 거다. 취히익.”
...마지막 말을 하는 갸략의 눈은... 평소의 바보짓과는 다르게 다소 광기가 들어 있는 소름 끼치는 눈빛이었다. 그러더니 바로 히 웃으며 내게 말하는 것이다.
“나, 부적가지고 있으니까 절대 안 죽는다. 갸략 강하다. ‘위대한 빛 부족‘의 전사인 나 갸략. 인간들 다 죽일 거다.”
...그게 인간인 내 앞에서 할 소리냐. 아무래도 이 녀석은 나를 말로만 인간이라고 그러지 같은 오크로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아니면 내 앞에서 인간들을 다 죽이겠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은가. 그리고 부적이라니. 왜 자기 머리카락에 묶어놓은 내 머리카락을 꼬옥 잡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건데.
어쨌건 잠시 내 앞에서 주절거리던 갸략은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쳤다.
“캭! 잊고 있었다. 갸략 인간들 어디에 숨어있나 보러가야 한다. 취힉. 내일 보자 강한 인간.”
“뭐어... 열심히 해라.”
이게 동족을 죽이러 가는 오크에게 할 말인지는 모르겠다만.
내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갸략은 후다닥 뛰더니 얼마지 않아서 내 시야에서 벗어났다. 그때까지 나와 갸략을 바라보고 있던 아우릭이 입을 열었다.
“췩. 우리는 나면서부터 투쟁하는 자들이다. 인간.”
“....”
그거야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리고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갸략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륵. 갸략은 우리 부족에서 최고에 뽑히는 전사다. 절대 약하지 않다.”
“단지 바보 같을 뿐이지.”
나의 말에 아우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은 같은 오크라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인가. 아무래도 오크 전체에서 바보소리를 듣는 모양이다. 저 갸략 녀석은. 하지만 그런 바보 같음이 왠지 걱정되게 만든다.
나로서도 갸략이 약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어설프게 검을 배우고 검사랍시고, 용병이랍시고 돌아다니는 것들 열명 정도는 쉽게 죽일 수 있을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저 바보처럼 하고 돌아다니는 것 때문에 괜히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래도 내가 이 부락에 들어온 다음 켈 벨룩 다음으로 정이 많이들은 녀석이니까. 겨우 하루 동안 있었지만 말이야.
“뭐가 어찌 되었든 나는 들어가 있으련다. 그럼.”
“그륵.”
나는 바로 내게 주어진 움막을 향해 나아갔다. 하아, 인간과 오크. 둘 중 어느 것이 나은 것일까... 뭐, 예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토론되어온 것이니 이제 와서 내가 새삼 생각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다만 살아갈 뿐이지. 인간이나 오크나. 서로 죽이면서.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제 하늘은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태양 덕분에 붉은 노을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피와 같은 불길한 붉은 색으로. 으음. 기분 탓인가.
오늘은 오랜만의 연참!
그건 그렇고...
내일부터 학교에 나가는... 쳇. 싫어!!
우우우.
참으로 우울한 날이어요.
|
|
첫댓글 에, 전쟁인건가요.'-)a, 그나저나 소설에 나오는 오크가 슬퍼보여요;ㅁ;). 으음, 그리고 건필하세요:)
음, 건필하세요'-'
(;ㅁ;) 싹트는 우정.(이 아닌가)
오크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싸우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거로군요. 어쨌든 건필하세요.
음. 오크 만쉐. -- 건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