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우리가 성장하는 데도 대단히 중요한 것이지요.
만약 표현의 기회가 없다면, 창조적인 사고도 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표현하고 싶은 욕구는 달리 보면 집착입니다.
그렇지만 나 자신에게 표현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리라고 강요할수가 없군요.
글을 쓰려고 펜을 들었다가 그냥 내려놓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다 표현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내 말을 법문이라 여기지 말아주십시오.
나는 그저 느낌이나 관찰 같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진실이라고 여기는 것을 표현할 뿐입니다.
제 얘기를 조금 해드리겠습니다. 저는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정규 교육은 가톨릭 미션 스쿨에서 받았지요. 학교에 다니면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교 책을 읽었지만 믿지 않았습니다. 주위 친구들이 나를 공산주의자라고 부른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 나는 종교를 믿고 있습니다.
글쎄요, 누가 알았겠습니까?
나는 19살 때부터 비구가 되려고 했습니다만 뜻하지 않게 대학에 가게 되었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했지요. 불랙홀같은 앞선 과학 이론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대학 교육이란것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나는 그때부터 독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깨달았습니다. “아! 세상 모든 사람들이 권력이나 돈, 쾌락 같은 허울 좋은 것을 좇고 있구나.” 내게 제도권의 교육은 더이상 가치 없는 것이 되었습니다.
남은 인생을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순 없었습니다. 딸들을 무척 사랑했지만, 가족을 떠났습니다.
경쟁 사회에서 내가 설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비구가 되어 숲 속에서 사는 것이 내게는 가장 훌륭한 삶의 방법이고, 기질에도 맞았습니다.
사람들은 내 가족관계에 대해서 많이 궁금해합니다.
우리 가족은 사이가 좋지 못했습니다.
내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육친은 누이뿐이었습니다.
누이는 비록 이해할 수는 없는 동생이라 해도, 저를 사랑해주었습니다.
나는 한번도 가족에 속해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집에서 늘 이방인 같은 존재였지요.
언젠가는 누이를 만나러 가게 될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부모님과 나는 '애증의 관계'였습니다.
나는 집에서 늘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인간관계나 가족 안에서 느끼는 감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경계에서 살았습니다.
미얀마에서 태어나 서구식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불교나 기독교, 유대교, 힌두교, 회교 등 여러 종교뿐 아니라 철학 심지어 유물론도 접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아무것도 진지하게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프로이트, 융, 아들러, 로저스, 랭, 윌리엄 제임스 등 서양 심리학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헤겔, 칸트, 니체, 키에르케고르, 버트란트 러셀, 비트겐슈타인, 베르그송 등 서양 철학은 한 사람을 아주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충분했습니다.
어떤 일에든 확신을 갖는 사람이 아주 적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자유를 원합니다.
나는 한 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면 꼭 감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미얀마 전통에 따르면, 나는 사자입니다.
내가 산 사자가 되어 산에서 포효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 자유! 나는 어떤 속박이나 굴레도, 구속도 견딜 수 없습니다.
이 자유를 속박하는 집착조차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내게 집착할 때, 나는 그것이 내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보입니다.
나는 자유를 사랑하며, 그것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마음의 자유 또한 사랑합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내 마음을 구속하는지 끊임없이 바라봅니다.
책에서 읽은 것만으로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때론 나 자신이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외로움은 주위에 아무도 없어서가 아니라, 자신은 아주 소중하다고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없거나 다른 사람들이 용납할 수 없는 견해를 가지고 있을 때 생깁니다.
내 본성은 천천히 불꽃을 감추고 타오르는 재입니다.
환한 불꽃을 볼 수는 없지만,그래도 계속 타고 있습니다. 나는 판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해를 원합니다.
도서출판 한언
여름에 내린 눈 / 사야도 우 조티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