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지는 일
목필균
“오늘은 뭐든 되는 날인가 봐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서 더 재미있네요.”
배구 경기 중계를 볼 때 자주 듣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의 이야기다.
어제 여자배구 1위 팀 현대건설과 최하위 팀 페퍼 저축은행과 게임이 이루어졌다.
페퍼 저축은행 홈구장 광주에서 늘 이기던 팀과 늘 지던 팀의 대결……. 누가 봐도 싱겁게 끝나리라 예상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등한 5세트 경기 끝에 페퍼 저축은행이 이겼다. 현대건설은 망연자실했다.
홈구장은 환희의 도가니로 물결쳤다.
올해 니아리드 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보유했지만, 10 연패 게임으로 감독이 사의를 표했다.
감독대행 체제로 바뀌어, 17패 만에 1승을 올린 경기를 보고 나도 많이 울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에 크게 공감하니 눈물이 저절로 났다.
그리고 어제 3승. 그것도 1위 팀을 꺾었다는 자부심으로 선수들이 앞으로 크게 성장하리라 생각된다.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 순리이다.
특히 배구는 흐름을 많이 타는 경기라서 순식간에 역전이 되어서 보는 재미가 쫄깃쫄깃하다.
그것이 내가 배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특별히 정해 둔 응원팀이 없다.
대개 시합이 시작되면 약 팀이 이기기를 응원하거나, 홈팀이 이겨주기를 바라며 생중계를 챙겨본다. 홈팀이 이기기를 바라는 것은 홈팀에서 이기면 얼마나 찾아준 배구팬들이 좋을까 하는 마음에서이다,
연속 패전의 좌절을 딛고, 무한한 연습과 팀으로 뭉쳐진 힘…….
드디어 승리를 했을 때, 그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인생살이가 풀리지 않아서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할 때……. 난 그때마다 행복의 타율로 희망을 품었다. 불행 속에 피어날 행복의 씨앗을 믿으며 어려움을 견뎌냈다.
인생살이도 오늘 배구 경기와 같으리라.
뭐든 되는 날도 있고, 뭐든 안 되는 날도 있다. 정답이 없으니 잘난 척도 할 일 없고, 못났다고 기죽을 일도 없다.
* 이 글은 지난 2월 12일에 쓴 글인데...... 그 동안 몸이 좋지 않아서 늦었습니다.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먼저 동창님 건강이 좋지 않았다니
조금 걱정이 됩니다
글을 보면서 사진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커다란 망원렌즈를 장착하고 스포츠 사진을
하는 분들이 생각 났습니다
특히 여자배구를 즐겨찾는 사진가도
제법 되더군요...
저는 파워넘치는 남자배구보다 조금은 아기자기한
여자배구를 즐기지만 일부러 경기장을 찾는다거나
티비로도 우연한 기회 아니면 즐기질 않게 되더군요
오늘 일이 잘 안되긴 했지만
글 말미에 있는 것처럼 내일은 좋은 일이
있으리라 생각하렵니다...
동창님 글을 위로 삼아서 말입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갑자기 오는 병이라서 2주 째 고생하고 있습니다.
혼자 어딜가는 것이 겁이 나기도 하내요. 딸이 일주일째 오가며고생했습니다.
지금은 회복 중입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최강팀과 최약팀간의 경기에서 약팀이 마지막 세트까지 가는 혈전 끝에 이겼으니 공이 둥글다는 사실을 입증했네요
연패중에 얻은 갑진 승리는 선수 모두에게 격한 기쁨으로 다가왔을텐데 목시인님도 약팀 응원단장(?)으로 얼마나 기뻤을지 짐작이 갑니다
여행기 댓글에도 올렸듯이 환절기 때문인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걱정인데 빠르게 회복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언재나 약자 편인 제 성격이 늘 피해자인 것 같습니다.
당당한 친구들이 부럽기도 합니다. 나도 이룬 것이 많은데 너무 대접해 주지 않은 것을 후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