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채
순채 역시 사라져 가는 우리의 수생식물의 하나이다. 혹시 아주 오래전 고향마을의 못을 가득 메웠던 순채를 기억하는 이들이 간혹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래된 못, 잔잔한 수면위로 방패모양의 잎새가 가득 퍼져 나가고, 여름이면 물위로 올라와 피어 나는 순채 꽃의 톡특한 아름다움을 본 이들은 아주 드물 것이다. 순채는 지금, 사라져가는 우리식물 가운데서도 가장 보존이 시급한 후보 가운데 올라 있으니, 때를 맞추어 그 꽃을 감상하기는 커녕, 새로운 자생지만 발견되어도 신문에 날지 모르는 그런 식물이다.
순채는 수련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수련과에 속하는 만큼 당연히 물속에 사는 수생식물이다. 뿌리줄기가 옆으로 가지를 치면서 자라고 원줄기는 수면을 향해 길게 올라온다. 어긋나게 달리는 타원형의 잎은 잎 한 가운데 잎자루가 달리고 잎의 아랫부분은 갈라져 있고 뒷면에는 자줏빛이 돈다. 꽃은 7~8월에 잎 겨드랑이에서 나온다. 꽃잎과 꽃받침이 각 각 세장씩 인데 자연에서 매우 보기 어려운 갈색과 자주색이 섞인 꽃이 매우 특이 하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순채의 가장 큰 특징은 돌돌말려 있던 어린 잎이 막 터올라 피어어나기 전, 이 어린 잎과 어린 꽃송이는 온통 한천과도 같은, 우무질의 투명하고 말캉거리는 물질로 덮혀 있는 것으로 우리가 약으로 쓰거나 혹은 먹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순채가 나는 못에서는 매년 5월에서 7월에 걸쳐 물속에 들어 있는 순채의 어린 잎순을 우무질과 함께 채취한다. 약으로 쓰면 열을 내리고나 이뇨제로 많이 쓰이고 이 이외에도 부은 것을 내리고, 독을 푸는데도 효과가 있으며, 이질, 황달, 부스럼 등에도 처방한다. 기록에 다르면 약리실험에서 항암작용도 있다고 밝혀져 있다.
옛 사람들은, 단오절이나 백중일(음력 7월 15일)에는 이 순채순을 따서 순채국을 끓여 먹는데 별식중에 별식이었다고 한다. 순채는 일본사람들이 워낙 좋아해서 전라남도 오래된 못에서는 한때 순채를 재배하여 일본으로 수출하기도 했었는데, 일일이 물속에 있는 순을 따서 금새 가공해야 하므로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이 순채가 자라는 곳은 예전에 재배했었다는 나주의 한 저수지, 지금 새롭게 재배하여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고성의 한 못, 그리고 재배와는 거리가 먼 완벽한 자생지로 제주도 어는 곳에서(장소를 밖힐 수 없음) 작은 못이 발견되어 있는 실정인데 이곳마져 골프장으로 계획되어 있는 부지속에 있다니 이 땅에서 또 한가지의 우리 꽃과 우리 음식이 사라질까 걱정이다.(옮겨 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