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재일동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나 조차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부끄러운 얘기지만 재일동포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재일동포를 단지 국외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만 생각했지 그들이 어떻게 일본 땅에 거주하게 되었으며, 지금까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살아 왔는지 관심 밖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민진 작가의 소설 파친코를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재일동포들의 실제 생활했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어 감사할 따름이다.
작가 이민진님은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에게 분명히 전해주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다. 작가조차도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 2세이기에 재일동포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넘어 사명감으로 그들의 삶을 조명해 보고자 포기하지 않고 글로 써 내려갔던 것 같다. 이 책을 나오기까지 3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하니 오랜 세월동안 쓰고 수정하고 쓰는 일을 반복하면서 실제에 가장 부합하게 쓰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의 무능력한 통치로 인해 또는 정치인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인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한반도를 떠나야했다. 만주로, 연해주로 또는 이 소설처럼 일본 땅으로 말이다. 일본 땅으로 끌려가거나 속임을 당해 가거나 삶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 일본 땅으로 건너간 조선인들은 해방 이후에도, 한국 전쟁 이후에도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고 한다. 오랜 기간 동안 한국에서도 잊혀진 존재로 살아와야 했던 재일동포들은 일본 땅 안에서도 북한을 중심으로 조총련 집단과 그 외 민단 집단으로 갈라져 이념 및 사상으로 갈라져 있어야했다. 일본인들에게도 외국인으로 비춰졌고 소설에서도 그려졌듯이 천한 집단으로 여겨져 사회적 차별 속에 살아야했다.
소설을 읽어내려가면서 선자네를 중심으로 밑바닥 생활을 해 나가는 이삭과 요셉의 세대 그리고 그 자손인 노아와 모자수, 또 그 자손인 솔로몬에 이르기까지 한 가족의 일대사가 슬픔과 아픔, 인내로 점철되어진 모습을 보게 된다. 떳떳한 직업 조차도 가질 수 없기에 행상이며 노점상, 급기야 야쿠자와 연결될 수 밖에 없는 파친코 사업에 손을 댈 수 밖에 없었던 처지를 처량하게 그려내고 있다.
왜 재일동포들의 후손들은 일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사회적 차별을 지속적으로 받아야했는가가 끊임없이 질문으로 남겨진다. 선자네의 손자였던 솔로몬 조차도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실력을 검증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했을까는 많은 의문점을 남게 한다. 재일동포들의 선택지는 일본으로 귀화하거나 다른 나라로 떠나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아니면 당당하게 태어난 곳에서 시민으로써의 권리를 누릴 수는 없는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지금은 일본 내 분위기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반세기 이상 일본으로 쫓겨와 살 수 밖에 없었던 당시의 재일동포들의 삶을 잊기에는 너무 가슴 아픈 사연들이기에 이 역사를 거울삼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여러가지 이유로 고국을 떠나오는 이들이 많다. 이들을 가리켜 디아스포라라고 명명한다. 자발적으로 떠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도피 형식으로 떠나오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도 이제 국제 사회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감당해 내는 위치에 있기에 과거 우리 해외동포들의 아픈 역사를 성찰해보며 이와 비슷한 사례에 직면했을 경우 좀 더 책임감 있는 역할을 감당해 내야되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30년 동안 포기 하지 않고 쓴 장편소설 덕분에 잊혀진 역사를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참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