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문철 시몬 신부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마태오 23,23-26
개신교 목사님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는 경우, 우리 신부들은 그저
“어느 본당 아무개 신부입니다” 하고 소개를 하는데, 목사님들은 꼭
“어느 교회를 섬기고 있는 아무개 목사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그분들의 자기소개 방식을 보면서 ‘언어가 존재를 규정한다’는 해석학의 경구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인사를 하다 보면 우리 사목자들의 의식 전환에
도움이 되겠다 싶어 그분들의 인사법이 부럽기도 합니다.
며칠 전 본당 사목회장님, 총무님과 함께 어느 모임에 가려고 사제관을 나서는 길이었습니다.
당연히 타고갈 차가 준비되어 있겠거니 했는데, 사목회장님이
“신부님 차로 가시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지는 걸 느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을 의식하고 나니 제가 오히려 민망했습니다.
총무님이 눈치를 채고, 그냥 제 차로 가자는 저를 극구 만류하면서 멀리 주차되어 있던
당신 차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러면서 어떻게 “나는 어느 본당을 섬기는 아무개 신부입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겠습니까?
권위를 내세우는 사제가 아니라 섬기는 사제가 되고 싶습니다.
제주교구 임문철 시몬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