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40조 규모 ‘新수도’ 이전… “세종시 벤치마킹”
보르네오섬 ‘누산타라’ 현지 취재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2시간 남짓 거리인 보르네오섬 칼리만탄주 발릭파판. 18일(현지 시간) 발릭파판 공항에서 차를 타고 인적이 드문 열대우림 숲속을 2시간 30분가량 달리자 인도네시아 신수도 예정지인 ‘누산타라’가 나왔다.
누산타라 중심부에서도 20km 떨어진 ‘세파쿠 세모이’ 댐 공사현장에서는 덤프트럭 20여 대가 높이 20m, 길이 400m 댐 위로 분주히 흙을 실어 날랐다. 이 댐은 정부 부처나 대통령궁 등이 들어서는 신수도 핵심 구역에 수도를 공급하게 된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인도네시아 정부 요청으로 이곳의 상수도 정비시설을 짓고 있다. 한국 기업·기관이 누산타라에서 착공하는 첫 사업이다. 민휴 수자원공사 인도네시아사업단장은 “개발원조(ODA) 사업으로 국내 자금 285억 원을 들여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정수시설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 ‘사업비 40조 원’ 인니 신수도 ‘세종시’ 벤치마킹
인도네시아가 중동에 이어 해외 수주의 또 다른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수도 자카르타 지반 침하, 인구 밀집 등을 해소하기 위해 누산타라로 수도 이전을 준비 중이다. 2045년까지 40조 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앞으로 이 신수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수주는 도시 전체 설계와 인프라 관리 등이 총망라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지 업체가 가능한 단순 토목공사보다는 건설관리나 엔지니어링, 스마트도시 핵심 기술을 활용한 사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잇달아 수주전에 나설 예정이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원희룡 장관을 단장으로 건설부터 도심교통항공(UAM) 분야까지 망라한 ‘원팀코리아’ 수주단을 꾸려 인도네시아에 파견한 것도 이 때문이다.
16일 현지에서 열린 한국-인도네시아 뉴시티 포럼에도 삼성물산과 LG CNS 등 대기업을 비롯해 나인와트, 이에스이, 에코란트 등 다양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참여했다. 건물 에너지 사용량 관리 플랫폼을 개발한 김영록 나인와트 대표는 “향후 도시가 개발되면 새 활로가 될 것”이라며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맺어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열리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송재용 현대자동차그룹 미래항공모빌리티(AAM)사업추진담당 상무는 “인도네시아는 수천 개 섬을 연결하는 교통망이 필요해 AAM 수요가 크다”고 했다.
● 인니 측 “균형발전-스마트시티 한국서 배우고파”
한국 기업 수주에 긍정적인 점은 ‘누산타라’가 세종시를 벤치마킹한다는 점이다. 누산타라 도시 전체 면적은 세종시(465㎢)보다 5.5배 크지만 공공기관과 대통령궁이 모여 있는 핵심 구역 면적은 66㎢로 세종시(73㎢)와 비슷하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부터 행정중심복합건설청(행복청)과 교류해 오고 있다. 세종시를 개발한 경험이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미 공공기관과 대통령궁 인근에 1000채가 넘는 규모의 공무원 주택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인도네시아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에 국내 기업들에 시공 이후 관리 기술을 비롯해 자국 청년 인력 양성에도 힘써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이전을 관할하는 바수키 하디물조노 공공사업주택부 장관은 “균형발전이나 스마트도시 콘셉트를 한국 세종시에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원 장관은 “인도네시아는 능력 있는 현지 청년층을 양성하고 기술을 키우는 데에 관심이 크다”며 “시공 후에도 관리 기술을 이전해주고 현지 인력 양성에 힘쓸 수 있다는 점도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강점”이라고 했다.
누산타라=최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