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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예원이야기
주번이라 일찍 등교를 했다. 같은 주번은 지우였다. 한때 친구였던, 아니 친구라 믿었던 애. 마음은 착한 아이. 그러나 희주로 인해 멀어져 버렸다.
"요즘... 좋아보인다."
지우가 오랜만에 말을 걸었는데 어색하다. 아주 많이... 하긴, 옛날에도 어색하긴 했다. 깊은 속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던 단지 밥만 같이 먹는 친구였으니까.
"걔네랑 있으니까 즐거워?"
"응..."
할말이 없어 더 얘기하지는 않았다. 지우가 은샘 오빠를 좋아했었는데... 지금도 좋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은샘오빠... 요즘 잘 지내?"
"응..."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여전히 혼자 짝사랑하는 건가? 언니가 가만 있지는 않을텐데. 괜찮을까?
"어? 안녕."
은휼이다. 강희 친구. 토요일에 같이 술마셧던 애. 서주원인가? 걔 친구. 남자애들 중엔 제일 괜찮은 애였다.
"응."
"주번이야? 나도 주번인데."
웃는 게 예쁜 아이다. 여자애들에게 인기 많겠다. 강희 친구들 꽤 잘생겨서 여자애들이 많이 좋아하긴 하겠다.
"그날 술 많이 마신 건 아니지?"
"그냥... 조금..."
"그때 주원이가 막말한 거... 내가 대신 사과할게. 주원이가 나쁜 앤 아닌데 좀 꼬였어. 우너래 여자애들을 좋아하지 않은 것도 있고. 강희 애들 말고는 여자애들이랑 얘기 잘 안해. 원래 말투도 좀 그렇고. 이해해."
"응... 신경쓰지마."
그날 좀 상처는 받긴 했지만 그런 말 많이 듣기는 해서 익숙하긴 하다.
"내가 도와줄까?"
"아냐... 괜찮아."
다른 구역쪽을 청소하러 갔다. 은휼이가 따라왔다.
"예원아, 너 남자친구 있는 건 아니지?"
"응... 왜?"
"그냥. 아니라면 다행이다."
주원이라는 애가 아니더라도 다른 애들을 통해서도 충분히 나에 대해서 들었을테니 그에 대해 궁금했던 모양이다. 상관없다.
"내 친구들 중에도 너 좋아하는 애들 많더라."
"아... 그래?"
"응. 너 인기녀인거 눈으로 실감하는 중이야. 누구 닮은 거야?"
"아빠..."
"아버지가 꽤 잘생기셨나보네?"
잘생겼지. 미남형이고. 지금도 동료들에게 인기 많다고 하시니까. 아빠는 오로지 엄마뿐이지만. 그게 여기서 중요할까? 은휼이랑 가족 얘기를 하기엔 그다지 친분이 있는 건 아닌데. 여자애라면 몰라도 남자애랑... 정원언니라면 이런 얘기로 친해질지는 몰라도 나에겐 어색한 이야기일 뿐이다.
"너도... 잘생겼어..."
딱히 할 말도 없고 되돌려주긴 해야해서 이렇게 말했다.
"알고 있어. 그래서 좀 피곤해."
하며 웃는게 아닌가. 나는 어이없어 그냥 웃어주고 말았다. 얘도 언니를 좋아하나? 그래서 이러는 건가?
"너도 우리 언니 좋아해?"
"누구? 정원누나? 정원 눈나는 동아리 선배일 뿐인데? 성격은 좋은데 남친도 있고... 내 스타일은 아냐."
의외... 아니다, 더러 그런 남자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렇게 말해도 추후에는 짝사랑하던데... 얘도 그러헥 되지 않을까 한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아... 그렇구나."
"예원인 어떤 스타일 좋아해?"
"나?"
딱히 어떤 스타일이 좋다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에겐 남자보단 여자친구가 더 소중하니까. 애들에게도 말했지만 나는 우정이 먼저이다. 여자친구도 없는데 남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다.
"딱히..."
이상형도 없고 관심도 없다. 그냥 강희랑 슬아랑 희진이랑 넷이서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게 내 소원이다. 언젠가 누군가는 만나 결혼은 하겠지만 지금은 친구 외에는 관심이 없다.
"정말 없어?"
"응."
"난 청순가련하고 조신하고 웃는 게 예쁜 여자?"
지우네. 지우가 약간 그런 스타일인데.
"그렇구나."
"어디 없을까?"
있기는 한데 이제 안 친해서. 소개 시켜주기가 좀 그렇네....
"글쎄..."
"뭐...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니까."
자기 혼자 말을 잘했다. 나는 딱히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몰라 그냥 웃어주었다. '아, 그렇구나' 하면서. 얘는 청소 안 하나?
"청소 안 해?"
"그냥 대충하지 뭐. 내가 도와줄게. 쉬고 있어."
그러더니 내 담당구역을 자기가 청소했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자기가 한다고 했다. 미안했다.
"최은휼, 뭐해?"
서주원, 그 아이다. 옆에 정동하도 있다. 말 없는 애.
"아, 주번이라서."
"너 구역 여기 아니잖아."
"끝냈어. 도와주고 있는 중이야."
"쓸데없이 왜 도와. 얘가 시켰냐? 꼬드겼지? 미인계로. 또 연약한 척 하면서."
당황스럽다.
"아니..."
'아니긴 뭐가. 맨날 아니래지? 할 줄 아는게 변명밖에 없어? 은휼이가 착해보이니까 연약한 척 하면서 꼬드긴 거지. 하여튼 여자들이란."
"그런 거 아니라니까."
민망해져서 아무말도 못했다. 아니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할게..."
그러게 내가 한다니까 쓸데없이 욕먹었네.
"주원아, 그렇게 말하지마. 예원이 착한 애야."
"착한 애지. 착한 '척' 하는 걸레. 여우."
서주원은 비소를 흘리고는 담배를 물었다. 옆에 있던 정동하도 담배를 물었다.
"가서 또 일러봐. 담배 피운다고."
말 섞지 말라더니 정말이구나... 말 섞으면 안 되겠다. 그냥 가려는데 서주원이 가로막으며 피식 웃고는 내 얼구렝 연기를 뿜었다.
"애 이제 말 섞기 싫다 이거냐? 아예 개무시하겠다?"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당황스럽기만 하다. 나에게 왜 이러는 걸까? 내가 얘한테 뭘 잘못했나? 잘 모르는 애라 특별히 잘못한 건 없는데... 정원언니나 경원언니, 강희였다면 나한테 왜 그러냐고 같이 싸웠을 수 있겠지만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 속으로만 물어봐야 했다.
"미안..."
"하, 진짜 그럴려고 했었나보네? 야, 나 개무시 당한거다, 지금?"
당황스럽고 난감하다.
"주원아, 그만하자. 응?"
"왜, 가만 있어봐. 나 개무시 당했잖아 지금. 강희에게 말해줘야겠네. 얘가 사람 개무시한다고."
어쩌지? 정말 어쩌지...? 오해하나보다. 정동하는 여전히 말도 없고 벽에 기대어 담배만 필 뿐이다. 세상에 관심이 없나보다.
"상대할 가치가 없다 이건가?"
시비거는 게 취미인 건 아닐텐데... 왜 이럴까... 내가 그렇게 싫은 건가? 나는 더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 먼저 교실로 들어왔다. 뒤에서 서주원이 계속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돌아서자마자 눈물이 차올랐다. 내가 많이 싫은가보다.
메시지.
문자 메시지였다. 모르는 번호다.
-내가 주원이 대신 사과할게. 미안해.
은휼인가보다.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괜찮아... 나 다 잊었어 *^^* 고마워."
-*^^*
은휼이가 착하긴 착하구나. 은휼이 번호를 저장했다. 010-3**9-5**9 은휼이. 가끔 카톡해야지.
"예원아."
강희였다. 강희와 함께 매점으로 갓다.
"밥 안 먹었어?"
"응. 귀찮아서."
"슬아랑 희진이는?"
"교실에. 졸리다고 잔다네?"
문득 고개를 돌렸는데 서주원이 지나가는게 보였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왜그래?"
"아... 아냐..."
서주원이랑 마주치면 안 된다. 괜히 시비걸거다. 강희랑 은휼이 말대로 서주원과 말 안 섞는게 내가 사는 길이다.
<작가의 말>
드디어 10회 연재 완료하였습니다. 퇴근 후에 밥 얼른 먹고 올립니다
읽어주신 53명 독자분과 댓글 달아주신 2분 감사감사 >0<
저는 11회 쓰러 고고고!!
첫댓글 서주원이가 혹시 여원이를 아주 많이 좋아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ㅎㅎ ㅎ 고백은 쑥스러워서 못하고 그렇게 시비라도 걸어서 상대방에게 자기를 각인시키는 그런게 아닐까요?ㅎㅎ
주원이가 싸움을 잘하려나요? 제가 은휼이라면...... 한대 팼을 듯. 뒤통수 한대 후려치고! 헛소리 하지 말라고!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한 반응 같기도 해요. 십대 때의 친구 관계는~ 놓을 수 없는 끈 같기도 하죠. 버리자니 아쉽고, 같이 하자니 불편하고. 졸업하면 쫑!이겠지~ 하며 참는 경우도 있고. 후~ 예원이 안타까워요. ㅠ.ㅠ
오늘 너무 춥네요. 따뜻하게 입고,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