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시즌 리뷰를 보거나 경기를 보다보면 베론이 못했다고 확연히 드러나는
경기는 몇 없더군요. 그에 대한 기대치가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빅 경기가
있다면 02/03 레알 마드리드와 올드 트라포드에서 펼쳐진 챔피언스 리그
경기 정도 일까? 나머지는 그가 ‘망했다’ ‘먹튀’다 라고 생각할 만큼 못했을까요?
로이 킨은 절대 아니라고 하네요.
p.234 베론에 관해
“많은 사람들은 비난의 손가락을 베론에게 돌렸다. 이건 완전히 말도
안되는 처사다. 위대한 월드 클래스 선수들이 겨우 프리미어 리그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개소리다. 프리미어 리그라고 해봤자 몇 팀들을
제외하면 쓰레기 수준이다. 프로 축구가 5대5 미니게임인줄 아나
본데 절대 아니다. 세바는 최고 수준의 프로이며, 강인하며
잉글랜드 축구의 뻥차고 달리는 수준에 ‘적응’을 해야한다고?
그는 이 수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선수다. 물론 다른 리그에서
뛰게 된다면 어느 정도의 조율을 해야하겠지만, 이런 정상급 선수는
그 조율 보다 훨씬 힘든 고난들을 이미 넘어서며 축구를 했다.
문제는 베론이 아니라 팀이였다. 우리 팀 말이다. 우리 팀에는 특별한
목표도 없었다. 한명을 콕 찝어 말하는건 전혀 쓸모 없는 짓이다.”
로이 킨은 베론이 팀이 완전히 정체되어 있던 때에 들어와서 ‘피를 봤다’고
합니다. 99년 트레블 이후의 맨유는 로이 킨의 말에 따르자면,
“몇몇 선수들은 앞으로 자신들이 그 어떤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해도 상관없다.
라고 말하는 판이었다. 난 속으로 ‘이봐 트레블 한건 좋은데,
그래도 앞은 봐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고, 머리 한편에서는
‘이봐 로이, 니가 결승을 못뛰었다고 그렇게
말하는거 아냐’ 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내 머리속에 든 생각은 우리 맨유는
굉장히 운이좋았으며, 바이에른이 유러피언 컵을 ‘날려먹은’거지, 결코 우리가
‘따낸건’ 아니었다는 거다. 선수들 모두 로렉스 시계, 좋은 차, 큰 집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로렉스와 좋은 차 그리고 자신들의 큰 집을 마련해준 축구에
대한 열망은 잊었다.
(중략) 나는 이때 팀이 올라서서 과거의 레알 마드리드,
아약스, 유벤투스 처럼 항상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 도전하는 팀이 되길 빌었다.
그러나 그 동기부여를 하기엔 프리미어 리그는 너무 쉬웠다. 10점 차로 리그
우승을 하면서 레알 마드리드에겐 손도 못쓰고 당한적있었다.
레돈도의 턴에 이은 라울의골, 환상적이었다. 레알의 선수들 모두 엄청난 퍼스트 터치, 기민한 움직임을 지니고 있었고, 그들의 체력 또한 대단했다.
(중략) 당시 팀의 분위기는 가히
‘왜 그래 로이, 우리 10점 차로 리그 우승했잖아?’ 팀원들은 자신들이 뭔가를
해내려는 의지 보다는 다른 팀원들에게 기댔다. 루드 한골 넣어줘, 베컴 어떻게
좀 해봐, 스콜스 니 차례야, 라이언 너도, 세바스찬넌 몸값도 엄청나짆아.
(중략)
이런 불만들이 쌓이고 쌓여 나는 언론에 대고 폭발을 하거나 훈련중 또는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엄청난 분노를 쏟아냈다. 93년, 내가 입단한 맨유는 이런팀이
아니었다. 1연패 (결국 1패)는 죄악이었다. 월요일 훈련장에 모인 선수들은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고, 분위기는 우울했으며, 훈련은 가히 전투였다.
선수들간에 고함을 치고, 퍼거슨의 입은 F로 시작해서 K로 끝나는 말로
가득했다.
(중략) 현재의 나태한 분위기가 팽배한 가운데 뉴케슬을 상대로 맞았다.
3-3으로 비기고 있는 가운데 난 내 경기력 그리고 우리 팀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최악이었다. 열 받았다. 그때 스로인
을 하려고 공을 잡았는데, 시어러가 방해했다. ‘이 새키’ 시어러가 웃으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투로 보아 정말 나한테 ‘이 새키’한게 맞다. 갑자기
화가 올랐다. 그리고 나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난 레드카드를 받았고,
시어리의 말이 옳았다. 난 ‘이 새키’ 소릴 들어 싸다.
재미있는건 로이킨이 자서전에서 깐 사람들, 선수들은 책이 나오고도
찍소리를 못했다는 겁니다. 저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저 똘기 다분한
다혈질 ㅁ ㅊ ㄴ 으로 그를 봤지만, 이 책을 보다 보면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고, 또 자신의 추한 모습 마저도 가감없이 책에 쓰는걸 보곤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아는 진정한 프로 선수의
모습이며, (우리랑 좋은 관계에 엮여있다면) 한국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선수/감독 인 것 같네요.
그리고 역시 베론은 김왕장
** 출처 : 세리에 매니아.
우리 팬들이 몰랐던 여러부분들이 참 인상적이네요...
베론은 먹튀가 아니고...트레블 에대한 여러가지 내용도 참 재미나네요..
첫댓글 확실히.. 베론에 대해서는.. 먹튀라고 할건 없었다..는 게 제생각.. (저도 그때 막 맨유경기를 보기 시작한 무렵인지라.. -게다가 팬은 아니었고.. - 뭐라 말할순 없다고 쳐도..) 그리고 트레블은 운이 좋았다는건 영감님도 그렇고 그당시 선수들, 그리고 그때 이미 맨유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종종 꺼내던 말이었죠 ㅎㅎ 정말 운빨이었다고.. (확실히 운이 1/2 먹고들어가는 챔스는 어쩔 수 없는건가..) 그 당시 (0203무렵) 맨유가 성적은 좋았을지 몰라도 팀 자체로는 최악이었다고 하던데.. 그말이 사실이었던듯..
그나저나 로이킨은 정말 화끈한 성격인듯... 자신의 실수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거 보면 용기가 참 대단한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