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에서...
다섯 살 정도
꼬마 다섯 명이
맨 뒷 좌석에
나란히 앉아 재잘거린다.
유치원 친구들이
엄마들과 외출한 듯 했다.
요즘들어~
부쩍 아이들이
좋아지고 식물이 좋아진다.
예전엔
그렇지 않았는데...
나도~ 늙어가는가...^^
한 여자아이가
옆에 있는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야아~
내가 비밀 하나 이야기해줄께.
아무 한테도 말하면 안돼. 알았지?"
나는 귀가 솔깃해졌다.
그 여자아이 하는 말.
"나~ 집에서 코딱지 먹는다!"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지만...
꾹 참고, 또 참으며~
남자아이의 대꾸에 귀 기울였다.
그 아이,
아주~ 태연하게 물어본다.
"맛있구나?"
그랬더니
그 여자 아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런데... 요새는 잘 안먹어."
ㅋㅋ~
ㅎㅎ~
아이들이 귀여운 것은
그 단순함과 투명성 때문이다.
천진스러움,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아이 키우는 즐거움은
그런 마음과 어우러지는 것일게다.
아이의 웃음을 마주하는 것은 고귀한 선물이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서
자연에 가까운 맑음과 밝음,
반짝이는 호기심과 꾸밈없는 표현,
발랄하게 솟구쳐오르는 기운에 젖어들 수 있다.
지난 가을.
동네 공원 숲길에서
마주친 꼬마들을 나는 잊을 수 없다.
눈부신 날씨를 즐기기 위해
근처의 어린이 집에서 다섯 살 정도의
아이들 십여명이
선생님들과 나들이중이었다.
그 가운데 한무리를
오솔길에서 정면으로 마주쳤다.
맨 앞에 있던 아이가
나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이 녀석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하고
넙쭉...
배꼽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뒤에 따라오던
아이들 열명 정도가
덩달아~ 일제히 "안녕하세요" 라고 외친다.
나는 깜짝 놀랐고
얼떨결에 박수를 치면서
함박웃음으로 그들에게 응해주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총총걸음으로 아장아장~언덕을
올라가는
녀석들의 뒷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고 또 보았다.
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인사였지만
계속 걸어가면서
어떤 황홀감 같은 것을 느꼈다.
이게 무얼까?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가?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주었을 때였나?
크고 작은 일상의 추억들이 가슴을 적신다.
잠시나마~
가슴 따스한 행복감을
내게 준 꼬마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복잡한 계산과
습관에 갇혀지내는...
우리 어른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아무런 목적없이
그저 타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세계에
거리낌없이
자아를 열어젖히는
아이들에게서만 가능하다.
삶 속에서
그런 마음의 약동을
마주칠 수 있음은 크나큰 축복이다.
정년을 맞고
은퇴를 하고 나면...
손자 운동회 땐~
발목을 묶고, 달리며
함께
과자도 따먹고~
이쁘고 아름다운 기억들을
많이 많이 만들어 주어야겠다...
그 옛날,
나의 부모님께서
내 아이들에게
추억어린 할머니, 할아버지
기억을 곱게 만들어 주었듯이 말이다.
국민학교 시절...
목에 매는 이쁜 물병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나처럼 말이다.
다채로운 풍경의 추억은 성장의 든든한 바탕이다.
다채로운 풍경의 추억은 성장의 든든한 바탕이다.
^^
참 좋은 계절입니다.
눈이 행복한 요즘입니다.
따스한 봄날. 아름다운 기억들
많이 만드시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요...
첫댓글 귀엽게 떠드는 모습들이 눈에 그려집니다.
김선생님도 점차 할아버지가 되어 가시니
어린것들이 더더욱 예삐 보이지 않을까 싶네요^^
요즘 저도 그러합니다^
첫 손자를
본 그 느낌이~
참 묘하더라구요.
선생님께서도
그러하셨는지요?
내 아이가
밤새 울어대서
밤잠도 못자고
투덜대며 출근하던
그 때, 그 느낌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그 아이들 눈에 우린 할머니 할아버지로 비춰지겠지요?
저도 요즘은 다 건너뛰고 15개월쯤 된 아이들이 그리 이쁠 수가 없어요.
특히나 엘리베이터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에겐 꼭 내가 먼저 표정으로 인사하면..반응이 와요.어찌나 이쁜지...ㅎ
그 때가
참 이쁠 때지요.
더 크면
또 다른 이쁨으로
우리에게
앙증맞게 와닿고요...
어느덧
우리나이가 손주볼때가 되었네요~
인사잘하는 아이들이 정말 예쁘더라구요~
^^...
저도 모르게 엷은 미소와 함께
마음이 행복해졌습니다
아름다운 계절, 선생님도 행복하세요
재미있게
읽어주시니
감사한 마음입니다.
참 좋은 계절.
가슴 따뜻한 일들이
가득하시는
날들 되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