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kbs 방송을 봤다. 사극에서 궁예역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했던 텔런트 김영철씨가 진행자다. 그 동네 역사와 특유의 정서를 전하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라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 하남시 편이다. 풋풋한 젊은 여성 둘이서 커다란 박스에 하얀 강아지 네 마리와 시커멓고 무섭게 생긴 개를 끌고 간다. 그런데 여성들이 끌고가는 털이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건강해 보이는 개가 유기견이었단다. 데리고 온 다음날 새끼를 낳았단다. 예방 주사를 맞히려고 새끼들을 데리고 가는 도중에 김영철씨를 만난 것이다. 나 좋은 일 하고 산다. 하는 표정이 없다... 얼핏 투견으로 보이는 아메리칸 피플 닮은 개도 엄청 순하다. 색깔이 유난히 까메서 그렇지...
세 사람은 같이 동물 병원에 들렀다. 원장 혼자서 간호사도 없이 다 한다. 그 이유는 치료비를 싸게 하기 위해서란다. 이 동물 병원은 유기된 동물을 키우는 주인이 많이 오는데 웬만한 것은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많고 치료비가 나와도 싸게 해준다고 이야기 한다. 비용은 셀프다. 알아서 돈을 넣고 거슬러 간다. 플라스틱 서랍에 만원짜리 천원짜리가 허술히 그냥 놓여 있다.
버려진 동물을 키우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치료비까지 많이 나오면 되겠냐는 원장의 말은 자신을 세우는 듯한 느낌은 없었다.
방송으로 악마가 따로 있나 싶을 정도로 험한 사람들만 보다가 이분들 모습을 보니 사람들이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은 <시어머니 청국장>이라는 청국장을 파는 집이다. 시어머니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며느리가 한다. 그래도 콩 삶는 시간은 꼭 와서 시어머니가 보신다. 그 집 문패는 앞뒤로 있다. 한쪽은 시아버지 함자고, 돌리면 남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아들이 세 살 때 떠난 남편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시간의 개념은 아닐 것이다.
고부간이 앉았다. 살아온 세월을 이야기 하는 시어머니를 바라보는 며느리 표정이 정겹다 못해 울먹거리는 듯이 보였다. 정말 그녀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것이 보였다. 결혼 후 32년 동안 남편이 있었어도 힘들었을 텐데 그 오랜 세월을 홀로 살아온 시어머니가 마음에 아프지 않겠는가,
시어머니는 당시는 산구석이었던 하남시에서 버스를 타고 신설동, 을지로 6가까지 농산물을 팔고 다니면서 자식을 키우고 시부모를 모셨단다.
옆에 앉아서 시어머니 이야기를 듣던 며느리, 안쓰러움인지, 사랑인지, 머리를 갸웃하니 기울여 시어머니 어깨에 기대려 한다.
나는 그동안 연민은 측은함일까, 사랑일까, 했었다. 아니 동정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연민은 사랑입니다. 미워하면 연민이란 없습니다.'라고 했었었다. 이제는 그 뜻을 알 거 같다.
하남시는 개화기때 사상가 유길준 선생이 사화를 피해서 삼 년이나 살았던 곳이기도 하다. 낡은 듯, 빛 바랜 듯,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네였다... 이 낡은 집들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애환 속에서 살다가 갔겠지...
죽은 자가 제일 슬픈 것은 잊혀지는 것이란다.
세월이 지나고 또 지나고 숱하게 지나면 나라는 존재도 이 세상에 왔었다는 것을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그랬다.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산다고, 내일은 영원할 것처럼 살 것이라고...
첫댓글 그냥 가기 어렵게 쓴 글이네요~^^
마음이 정화 되는 듯한 내용이 감동을 줍니다
아름다운 사람들로~
고맙습니다. 신라님! 댓글이 더 가슴을 울립니다.
항삼 건강하세요~^^ 신라님!
@양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양지님! 좋은 하루 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파킨슨 걸리고 느낀 것은 주위 사람들 중에 지지고 볶고 남에게 예의없고 막돼먹은 사람들로 보이던 분들이 내면은 따듯한 분들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투고 도끼눈 뜨던 모습이 그 본 모습이었는줄 알았는데 눈도 착해져서 말도 다정스럽게 가만가만하며 뭐 하나라도 먹이려고 하더군요. 이 사람이 이렇게 착한 사람이었어?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서 느낀 것이 사람들이 날을 세우는 이유는 상대가 무서워 미리 방어하려는 뜻으로 남에게 쎄보이려고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가 큰 병 걸려 무장이 해제가 되었으니 날 세울 필요가 없어지니 그 따듯한 본성이 드러난 거 같았습니다.
@mk1000 반면 많이 놀란 것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늘 타인에게 베풀고 법 없이도 살 거 같은 부처님인들 이보다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내가 큰 볌 걸려보니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사람은 나라는 사람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즐기는 인생에 나라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을 친구로 하고 싶었던 것일 뿐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그 상대가 큰 병에 걸려서 자기에게 그런 사람은 필요가 없으니 그냥 시쿤둥 했습니다.
그 사람에게 어떤 위로에 말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은 선한 눈빛도 그 눈빛 넘어서 악마가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듯이 사람을 너무 겉만 보고 맹신하면 안 된다는 깨달았습니다.
@핑크레거시 글로서는 표현을 다 할 수가 없는 부분이 있기에 디테일하게 모든 것을 다 담기게 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굳이 이야길 더 해보자면 무작위로 남에게 베푸는 그런 자기 방식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어떤 대상, 그 사람만이 처한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해야 인간이다. 옆에서 보면 막퍼주고 살아 좋은 사람 소리를 듣지만, 그건 그럼으로서 보상 받는 행위를 목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그런 분들 많다고 한적 없죠.^^* 그분 지금도 나만 보면 자기랑 이야기 하고 가야지 그냥 간다고 나를 뭐라고 합니다. 나를 놔준 게 아닙니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다운 행동을 안 하고 사람으로서 해야 할 덕목을 갖추지도 않고,
@mk1000 본인의 인생에 어떤 대상을 필요로만 할 뿐이라는 뜻입니다... 그것을 그런 사람 필요가 없으니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악인은 대부분이 느낍니다. 그러나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맞다고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인생은 자기를 체험한다는 말이 있는데... 상대에 따른 상호작용을 체험한다고 해야 맞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겠지요.
글로만 안 되는 이야기가 많은데 댓글이 장황했네요.
환우님들 이해 부탁드립니다.
오래전 방송에서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히말리야 그 어느 계곡에 있다는 티벳 불교 창시자가 말한 샹그릴라(베율)를 찾아서 헤메었는데 진짜? 하고 시청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탕험가가 1998년 발견했다고 주장했는데 동굴을 통해서 그곳에 가면 유토피아가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봤는데 못 찾더군요.^^*
카누타고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계곡을 뒤졌는데 동굴만 나오면 뚫어져라고 몇편을 봤던 나도 참...
유토피아 이야기 나오니 생각이 나서 적었습니다~^^
@핑크레거시 그분이 먼저 의형제를 맺자하고 심지어는 자기 집에서 같이 살자고 했지요. *^^*
제가 사람을 좋아하면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야말로 딱 한가지 좋은 모습에 끝까지 하다가 끝을 보곤 합니다. ^^*
그분이 너무나 착하셔서 그랬던 거 같습니다. 나중 생각하니 너무 마음을 준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실망이 더 큰 거 같았습니다.
티벳 불교 창시자가 파드마 삼바바 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불교 경전에 그 샹그릴라(베율) 그 위치가 적혀 있다고 합니다. 그 경전이 어디있나. 수행하려고 절벽에 뚫은 수많은 굴 속을 뒤지며 지금도 찾는다는 구체적인 이야기 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이상향 이겠지요
감동적인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시어머님께도 남편 고2때 아버님 먼저 보내시고 시어른들 모시고 7남매 맏며느리역할을 해내셨답니다
결혼할때 남편이 그러더군요 자기한테는 잘 하지않아도 괜찮으니 시어머님께 잘해야한다구요
아버남돌아가시던해 17살이던 학생은 63세이고 저희시어머님 올해 83세이십니다
제가 결혼해서 올해로31년이되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히려 들면 이해못할것도 없습디다
다름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데는 물론 시간이 필요했답니다
당연히 모시고 삽니다
제가 아는 분이 막노동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어느날 그분 집을 방문했는데 모친이 안방에 계셨습니디. 몸이 마를때로 말라 뼈만 남아 있다시피 하셨는데, 그분이 자기 부인을 가리키면서 어머니를 모셔줘서 고맙다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그런데 한편 여생이 얼마남지 않으신 시어머니를 가족이 아니면 누가 모실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분이 부인에게 노고를 알아주고 고맙게 생각하고 평소에 잘 하시는 거 같았습니다.
꽃집아가씨님도 두 분 내외간이 서로 잘 하셨을 겁니다 ^^*
댓글 감사드립니다. 꽃집아가씨님!
잘하려고 애쓰지않고 도리라고 생각하며 마음에 걸림이 없이 살아왔습니다
@꽃집아가씨(여/60/02/13/구미
섬기는 것은 지치죠
가족 구성원으로... 그래서 지치지 않고 지금까지 잘 오신 거 같습니다 *^^*
물론 겸손의 말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밀크천님~정말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너무 잘 쓰셨어요..."죽은자가 제일 슬픈건은 잊혀지는 것이란다"
아마 모르실 듯 합니다. 알면 진짜 서운해서.....밀크천님 홧팅~~~기억해드릴게요
열매복님이 모를 거 같다고 하시니 별안간 더 괴로워집니다. ^^;
예수님께서 우리를 불쌍하게 여기셔서 하루라도 빨리 재림하시던지, 그도 안 되면 미륵불께서라도 도를 얼른 닦으시고 미리 좀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열매복님도 화이팅!
밀크천님
그동안 잘지내셨는지요?
여전히 활발하게 카페 활돔
하시네요
전 그동안 많은 일들이 생겨 카페도 얼씬도
못했어요
여전히 좋은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러셨군요... 오랜기간 투병에도 기죽지 않고 오뚜기처럼 다시 서셨던 사랑님! 반갑습니다. *^^*
직접 에어로빅 학원도 하시고, 뛰는 것도 잘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그 대단했던 에너지로 많이 힘드신 와중에 잘 견뎌 오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가 나오길 기원합니다. 오뚜기님 화이팅! 우리 모두 화이팅!
@mk1000 감사합니다
보이지않아도 뒤에서
응원해주시는 환우분들이
있어 든든합니다
10년을 견뎌왔는데
못이길게 없더라구요
그러니 우리 모두 힘내고
우뚝 서 봐요
화이팅!!!
@오뚜기/1954/2010/서울대분당/김포
제가 걸어가는데 어떤 젊은 여성이 뭔가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습니다.
시선이 머무는 곳엔 미세한 보도 블럭 사이로 피어난 아주 작은 이름 모를 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하루하루 힘들지만, 간절히 그래도 살아가고 있는 지금, 별안간 그 꽃이 생각납니다.
건강 유의 하세요 오뚜기님!
@mk1000 요즘은 예전처럼 악착을
떨며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것들
맘편하게 받아드리며
그냥 같이 갈까해요
@오뚜기/1954/2010/서울대분당/김포
지금은 백세 시대입니다. ^^40년을 파킨슨으로 투병하시는 환우님도 계시더군요.
저는 요즘 일본에서 시험하고 있는 ips 줄기 세포 시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도 힘들지만, 고통받으시는 환우님들 생각하면 새로운 치료 방법이 성공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우리 화이팅 해요~ 오뚜기님!
@mk1000 감사합니다
시간이 가고 염원하고
소망을 지니면 좋은날
오리라 믿습니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