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를 현행 5000만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올린 것을 놓고 ‘부자 감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혼인을 장려하고 신혼집 마련 등을 돕고자 정부가 야심차게 지원 방안을 내놓았지만, 공제 확대의 실질적인 혜택이 고소득층에게만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 신혼부부의 가장 큰 부담인 ‘집값 마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29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 세법 개정안’을 보면 정부는 혼인 신고 전후 각각 2년(총 4년) 이내에 직계 존속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1억 원 추가 공제를 해주기로 했다. 지금도 5000만 원까지는 공제가 이뤄진다.
결론적으로 혼인 신고 전 2년~신고 후 2년 사이에 전세 보증금이나 주택구입 자금 등을 부모로부터 지원받으면 총 1억5000만 원까지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셈이다.이에 따라 양가에서 1억5000만 원씩, 총 3억 원까지는 증여세 없이 결혼자금 지원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금은 신랑과 신부가 각자 자기 부모로부터 1억5000만 원씩 총 3억 원을 증여받으면 10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세법 개정안에 나와 있는 것처럼 공제 한도가 향후 1억5000만 원으로 높아지면 이 증여세는 ‘0원’이 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세자금 마련 등 청년들의 결혼 관련 경제적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하지만 ‘부자 감세’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자녀가 결혼할 때 양가 부모가 총 3억 원을 줄 수 있는 집은 대한민국에 그리 많지 않다”며 “2000만 원 증여세를 0원으로 줄이는 것은 저출생 지원 대책이 아니라 전형적인 부자 감세”라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신혼부부 대출 잔액의 중앙값(특정 수치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정확히 중앙에 있는 값)은 1억5300만 원이다. 대부분 빚을 내서 살고 있는 것”이라며 “부자 자녀에게 2000만 원을 깎아줄 것이 아니라 1억5000만 원대 빚에 허덕이는 대다수 신혼부부를 위한 세제 개편이 더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평균적인 부모는 증여세 자체를 낼 일이 없다”며 “결혼지원 정책이 아닌 부의 대물림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이 신한은행의 ‘2017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내용을 현재 물가 수준에 맞춰 보정한 결과 2022년 기준 부모가 자식 한 명에 지원하는 평균 결혼비용은 7217만 원으로 추산됐다.
장 의원은 “7217만 원에는 비과세 대상인 혼수비용(5073만 원 추산)이 포함돼 있다”며 “7217만 원에서 혼수비용을 뺀 금액(2144만 원)이 애초부터 증여세 공제 한도(5000만 원)보다 낮은 만큼 평균적인 가정은 증여세 자체를 낼 일이 없다”고 분석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결혼자금 증여세 공제 한도 인상은 소득 상위 10% 가구를 제외한 90%의 중산층과 서민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적절한 방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저출산 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세법 개정을 통해 결혼·출산·양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https://naver.me/GItwJy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