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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중년의 슬픈 사랑 그리고-17
"저, 여기 설렁탕 2 그릇 주세요."
"어서 오세요. 반가워요. 이곳에 사세요?"
"아니에요. 벤쿠버에 살아요."
"아~ 여행 중이시구나. 잠깐만 기다리시면 맛있게 만들어 드릴게요."
그때 먼저 앉아 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일어나 가까이 왔다.
"벤쿠버에서 오셨다 구요? 이 눈길에 잘 오셨습니다. 이 집, 정희네 설렁탕은 모두가 즐깁니다. 저희도 에드몬튼에서 일부러 설렁탕 먹으러 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에드먼튼에서 컨비니언스를 하다 은퇴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놀고 있습니다."
"저희는 토론토에서 벤쿠버 집으로 가는 길에 이곳 설렁탕이 맛있다 하여 들렸습니다. 한국 음식을 먹기 어려운데 이곳을 찾아와서 좋습니다."
제임스가 그를 보며 말했다. 그때 양쪽 테이블 모두에 김이 나는 설렁탕이 셋업 되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예. 감사합니다."
그가 자리로 돌아가자 초희가 말했다.
"여보, 이런 곳에서 설렁탕을 다 먹게 되다니 정말 행운이에요."
"그만큼 한국 분들이 곳곳에 살고 있다는 의미이지. 어떻든 고마운 거야. 어서 먹어봐. 소금을 조금 더 넣어서 먹어. 설렁탕은 약간 짜다 싶은 게 맛있는 거야."
"ㅎㅎㅎ 당신 고향이 바닷가라서 짜게 먹는 버릇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저도 그렇게 먹을 거예요."
오랜만에 먹는 설렁탕은 참 좋았다. 리타이어한 두 사람은 추가로 국수와 국물을 더 시켜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들에게 건강하시라고 인사를 한 후 둘은 식당을 나와 차에 올랐다.
"여보, 그 분들이 우리와 더 이야기하고 싶어 하던 눈치든 데요."
"알아. 그러나 우리도 나이 더 들면 그렇겠지만,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곳에서는 한국말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야.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으로 가거든. 와이프 하고 같이 다니면 좋을 텐데... 친구와 어울리기도 하는 거야. 그때, 외로움을 많이 느끼게 되지. 살아온 삶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우리는, 내가 당신에게 블로그를 하도록 할 거야. 주제가 있는 블로그."
"블로그요? 저는 그런 생각 안 했어요. 혼자 살면서 그런 것을 하면 더 심란해지고 자칫 유혹에 빠지기도 싶고 해서 복잡하지 않게 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 생각도 맞아. 그러나 당신이 지금까지 쌓은 삶의 내공을 압축한 생각들을 적고 그리고 앞으로 발견될 해산물 혹은 각종 나무의 바크( bark)를 촬영하고 그 바크가 붙은 나무의 상세를 기록하는 특정 주제의 블로그. 그것, 당신을 무척 바쁘게 만들 거야. 뿌듯한 보람도 느끼게 하고. 또 알아! 다른 사람들이 읽어 보고 좋아할지. 그렇다면, 더욱 멋진 일이 되는 거야. 당신이 하겠다면, 내가 옆에서 도울 테니까."
"우와~ 너무 거창한 건 아니죠? 당신이 옆에서 도와준다면 무어라도 할 거예요."
그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하다 몰(백화점)로 가는 길을 놓쳤다.
"초희야~"
"예."
"실은 길을 놓쳤거든. 다시 돌아가면 되는데, 저쪽 팀 하튼에서 커피 좀 마시고 가자."
"ㅎㅎㅎ 좋아요."
도로 옆에 위치한 팀 하튼은 컨셉이 어딜 가도 같았다. 풍족한 넓이의 주차 공간, 짙은 붉은 색깔의 건물 그리고 탁 트인 유리 와 이중 출입문. 그 문을 열고 둘은 안으로 들어갔다. 아침식사 시간이 좀 지나서 인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역시 그 둘은 창가에 자리 잡았다.
"여보~ 아셨죠?"
초희가 웃으며 카운트로 갔다. 자기가 주문해서 가져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여보~ 트리플 트리플은 당신 거. 그리고 나는 레귤러. 잘 했지요?"
"초희는 학습 력이 뛰어나니까. 멋져."
"당신이 칭찬해 주니 너무 좋아요. 여보~ 사랑해요. 저는 지금까지 칭찬을 못 듣고 살았어요. 작은 칭찬이 이렇게 힘 나게 하고 즐겁고 신나게 하는 건지 이제 느껴요."
그렇다. 살면서 칭찬과 사랑한다는 말은 해도 돈도 안 든다. 자꾸 하면 할수록 늘고 자연스러워지며 듣는 사람을 생기나게 하는 것이다. 이곳에서야 누가 듣겠는가. 설사 듣는다 하여도 한국말인데... 초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다시 발그레한 얼굴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여보~ 저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삶이 이렇게 변해 갈 줄은 전혀 생각 한 적이 없었어요. 지금 당신이 제 남편으로 옆에, 아니다. 앞에 앉아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니 너무 행복해요. 저는 요, 처음에는 이러다 헤어져 추억으로 남기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무슨 영화 씨나리오 같은 아쉬운 결말을 할 것인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그런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었어요. 아주 강한 흡인력으로 저를 빨아 당겨 제 운명을 바꿨어요. 이게 정말 현실인가요? 아니면 종말을 향해 가는 애달픈 영화인가요? 베리의 미나 집에서 오수를 즐기며 꾸는 꿈인가요?"
"아얏! 어머나. 아퍼요. 왜요?"
제임스가 초희의 이야기를 듣고 허리를 펴고 일어나자 다시 허리를 숙이며 긴 팔을 휘두르며 손바닥으로 초희의 뺨을 때렸다.
"초희야~ 아프지? 꿈이 아니지? 이게 현실이야."
그때 중동 출신이 보이는 30대 유니폼을 입은 남자가 가까이 왔다.
"무슨 일입니까? What's happening here?"
"Nohappening. Confirming our love each other. Thank you so much. 아무런 일도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다. 고맙다."
그가 미심쩍어 제임스를 보자 제임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임스가 훨씬 컸다.
"니 잘했다. 그러나 우리는 부부이거든. 좋은 하루 보내라. 오케이! You are doing good job. We are couple and don't worry. Have good day."
"Noproblem, sir. Have nice holyday. 예. 선생님, 문제없습니다. 멋진 홀리데이 보내십시오."
그가 자리로 돌아가자 둘은 다 마신 커피 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밖으로 나왔다. 든든하게 입은 초희도 눈 내리기 시작한 크리스 마스 이브가 포근하게 느껴졌다.
"여보~"
차에 타자 말자 초희가 궁금한 듯 제임스를 보며 불렀다.
"응"
"이제 어디로 가는 거예요?"
"으흠, 어디로 갈까?"
"어디든 데려가 주세요. 서방님~"
"예. 오늘은 우리가 지나쳐 온 몰로 갑니다. 걷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그러다 배고프면 이곳 특산물도 사 먹으면서 실큰 구경합시다~."
그들은 잠시 후 웨스트 쇼핑몰에 도착했다. 주차장이 넓어서 원하는 곳에 주차할 수 있었다. 오전이지만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여보~ 코비드19 펜데밐이 아직 진행 중인데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요. 웬일이래요 ㅎㅎㅎ."
"아하~ 초희 여왕님이 오신 걸 알고 마중 나왔나? ㅎㅎㅎ. 캐나다의 가장 큰 명절은 크리스마스 날이거든. 그때 전 후로 해서 타지로 나간 가족들이 선물을 사 들고 고향이나 부모님을 찾아 모이거든. 이번 주가 그런 날이야. 연말 년 시도 있고 해서 어느 몰이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우리도 그중 하나이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도?"
"응. 우리도. 저기 있다. 따라오십시오. 그리고 찍 소리 말고 하라는 대로 하십시오. 오케이?"
"예. 저는 당신이 하는 건 뭐든지 오케이예요. 어마! 여기는 캐나다 구스?"
"그래. 지난번에 말했던 거와 같이 벤쿠버에서는 거의 후드 달린 파커가 필요 없지만, 그건 젊은 사람들 생각이고 당신에게는 하나가 필요해. 그래서 사 입히려고. 당신은 멋진 싸이즈 보유자이니까 입을 수 있어. 들어가 살펴보자. 그리고 좋으면 주저 말고 입어야 돼. 오케이?"
초희는 대답 대신 남편 제임스의 손바닥을 꼭 잡았다. 사랑에 대한 흥분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다. 너무 고맙고, 이런 대우를 받는다는 것이 신기로 왔다. 캐나다 구스 단독 매장은 넓었다.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 고르고 있는 사람들 하여 벌써 붐비기 시작하였다.
"여보! 이것?"
"어, 그래."
제임스는 초희가 지적한 점퍼 '빅토리아'를 꺼내 보았다. 다른 어떤 것을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싸이즈만 맞다 면 이 디자인이 적격이리라.
"초희야. 잘 선택했다. 이 디자인이 당신에게 잘 어울려. 그리고 후드의 여우 털이 알라스카의 백 여우 색깔 같다. 길이도 히프를 위에서 조금만 덮고, 주머니도 좌우 1개, 윗 주머니에는 휴대폰을 쉽게 넣었다 뺏다 할 수 있는 주머니가 있어서 좋다. 아하~ 안쪽에 1개의 속주머니가 있구나. 색상도 곤색이니 아주 좋아. 초희야. 이 빅토리아로 하여 싸이즈를 찾아봐."
"예. 저도 이 디자인이 아주 맘에 들어요. 여기... "
"응. 저어기, 옷 갈아입는 룸이 있구나. 가자. 내가 밖에 있을 테니 입고 잘 확인해 봐."
초희가 스몰 미디움 싸이즈 각 각 하나씩 들고 피딩 룸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문 앞에 서 기다렸다. 잠시 후 감색 파커를 입고 나온 초희를 보고 제임스는 탄성을 내질렀다.
"와우! 이게 누구야~ 웬 모델이 내 앞에 있다니, 너무 멋지다. 리 초희."
초희는 파커를 입은 채 남편 앞에서 한 바퀴 돌았다. 싸이즈는 미디엄이었다. 젊은 여성같이 보기 좋게 잘 맞았다.
"어때요, 여보?"
"으아~ 아주 좋아. 팔 들어 봐. 편안한지 활동하는 데 불편하지는 않는지 보자."
초희는 두 팔을 들었고 허리를 굽혀 보았다. 그리고 제임스가 파커 지퍼를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 상태도 좋았다. 후드의 폭스 색상도 맑은 흰색이어서 아주 좋았다.
"자. 그걸로 하자. 다른 것, 볼 필요 없다. 오케이?"
"예. 좋아요. 너무 좋아요. 여보~"
초희는 정말 행복해서 제임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는 그녀를 제임스가 팔을 벌려 꼭 안았다.
"으하함~ 여보~ 저 너무 행복해요~ 사랑해요. 여보~"
"나도 사랑한다. 초희야~. 자, 이제 벗어서 계산해야 지. 다들 본다."
"다들 보라지요 ㅎㅎㅎ. 나이 들면 그런 면에는 무뎌진데요ㅎㅎㅎ. 어서 가요."
제임스는 그의 크레딧 카드로 세금 포함 CD1,350-을 지불했다. 캐나다 구스는 세계 동물 애호가 협회에 의하여 앞으로는 폭스와 구스 털 들을 사용하지 않기로 하였다. 제임스는 그걸 신문을 통해 이미 읽었다. 그래서 가격도 올렸을 것이었다.
"초희야~ 이 파커는 90%가 구스 털이고 10%가 캐나다 북극 폭스(북극여우) 털을 사용한 거야. 앞으로 2~3년 내 이런 종류의 옷은 구입할 수가 없어. 세계 동물 애호 협회의 요청을 캐나다 구스 회사가 받아들였거든. 이번에 참 잘 샀다."
"어머! 그래요. 귀중하게 오랫동안 잘 입을 거예요. 아주 좋아요. 가볍고 따뜻하고."
"오케이. 이제 아이쇼핑하기 전에 마지막 하나를 해결하자."
"엥! 그게 뭔 데요?"
"ㅎㅎㅎ 반지."
"으아악! 너무 좋아요. 어서 가요."
그들은 몰 내의 가까운 보석점에 가서 안쪽에 '12 20 21 결혼'이라고 인그레빙한 18k 반지를 두 개 사서 하나씩 꼈다. 그것도 제임스가 세금 포함 CD960-을 지불했다.
첫댓글
행복과 불행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작은 것도 커지고
큰 것도 작아질 수 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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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PUD3J8y02X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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