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1일 수요일 (백) 성 베르나르도 아빠스 학자 기념일
제1독서
<나는 내 양 떼를 그들의 입에서 구해 내어, 다시는 그들의 먹이가 되지 않게 하겠다.>
▥ 에제키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 34,1-11
1 주님의 말씀이 나에게 내렸다.
2 “사람의 아들아, 이스라엘의 목자들을 거슬러 예언하여라. 예언하여라. 그 목자들에게 말하여라.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불행하여라, 자기들만 먹는 이스라엘의 목자들! 양 떼를 먹이는 것이 목자가 아니냐?
3 그런데 너희는 젖을 짜 먹고 양털로 옷을 해 입으며 살진 놈을 잡아먹으면서, 양 떼는 먹이지 않는다. 4 너희는 약한 양들에게 원기를 북돋아 주지 않고 아픈 양을 고쳐 주지 않았으며, 부러진 양을 싸매 주지 않고 흩어진 양을 도로 데려오지도, 잃어버린 양을 찾아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폭력과 강압으로 다스렸다.
5 그들은 목자가 없어서 흩어져야 했다. 흩어진 채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다.
6 산마다, 높은 언덕마다 내 양 떼가 길을 잃고 헤매었다. 내 양 떼가 온 세상에 흩어졌는데, 찾아보는 자도 없고 찾아오는 자도 없다.
7 그러므로 목자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8 내 생명을 걸고 말한다. 주 하느님의 말이다. 나의 양 떼는 목자가 없어서 약탈당하고, 나의 양 떼는 온갖 들짐승의 먹이가 되었는데, 나의 목자들은 내 양 떼를 찾아보지도 않았다. 목자들은 내 양 떼를 먹이지 않고 자기들만 먹은 것이다.
9 그러니 목자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10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그 목자들을 대적하겠다. 그들에게 내 양 떼를 내놓으라 요구하고, 더 이상 내 양 떼를 먹이지 못하게 하리니, 다시는 그 목자들이 양 떼를 자기들의 먹이로 삼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 양 떼를 그들의 입에서 구해 내어, 다시는 그들의 먹이가 되지 않게 하겠다.
11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20,1-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1 “하늘 나라는 자기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을 사려고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선 밭 임자와 같다. 2 그는 일꾼들과 하루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고 그들을 자기 포도밭으로 보냈다.
3 그가 또 아홉 시쯤에 나가 보니 다른 이들이 하는 일 없이 장터에 서 있었다. 4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정당한 삯을 주겠소.’ 하고 말하자, 5 그들이 갔다. 그는 다시 열두 시와 오후 세 시쯤에도 나가서 그와 같이 하였다.
6 그리고 오후 다섯 시쯤에도 나가 보니 또 다른 이들이 서 있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당신들은 왜 온종일 하는 일 없이 여기 서 있소?’ 하고 물으니, 7 그들이 ‘아무도 우리를 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는 ‘당신들도 포도밭으로 가시오.’ 하고 말하였다.
8 저녁때가 되자 포도밭 주인은 자기 관리인에게 말하였다. ‘일꾼들을 불러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품삯을 내주시오.’
9 그리하여 오후 다섯 시쯤부터 일한 이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 받았다. 10 그래서 맨 먼저 온 이들은 차례가 되자 자기들은 더 받으려니 생각하였는데, 그들도 한 데나리온씩만 받았다.
11 그것을 받아 들고 그들은 밭 임자에게 투덜거리면서, 12 ‘맨 나중에 온 저자들은 한 시간만 일했는데도, 뙤약볕 아래에서 온종일 고생한 우리와 똑같이 대우하시는군요.’ 하고 말하였다.
13 그러자 그는 그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말하였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14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15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16 이처럼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 될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
예수님의 비유 말씀은 세상 논리적으로 보면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불교에서 참선에 들어가기 전에 처음 마음에 담는 말을 ‘화두話頭’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뜻으로는 이야기의 ‘실마리’, ‘머리말’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화두의 말을 이해하기가 어려워 때로는 ‘불쑥 내미는 말’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심오한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 이야기를 이해하는 주요 말이기도 합니다.
이 화두도 논리적이거나 일반적인 합리적인 차원을 떠나지만 그 안에는 그 이야기의 본질을 말해주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오늘 비유말씀을 꼭 이 ‘화두’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세상의 논리로 풀어갈 수 없는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예수님의 비유의 말씀은 이러 하시지이요.
주님께서 설명하시려는 하늘나라는 포도밭에서 일하는 일꾼의 임금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밭 임자는 포도밭에서 일할 일꾼들과 하루 일찍부터 일하는 품삯으로 데나리온을 약속합니다.
주인은 아홉 시에 또 열두 시, 오후 세 시, 그리고 다섯 시에 장터에 나가서
저녁때가 되자 주인은 맨 나중에서부터 처음에 온 사람들에게 임금을 지불합니다.
여기에서 이해되지 않는 정경이 벌어집니다.
주인은 오후 다섯 시, 세 시, 열두 시, 오전 아홉 시에 온 사람도 일 데나리온을 똑 같이 줍니다.
아침부터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들은 오후 다섯 시에 온 사람들과 같은 임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 분명히 불평이 터지지요.
그래서 주인은 불평하는 그들을 향해 말을 합니다.
“친구여, 내가 당신에게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 아니오. 당신은 나와 한 데나리온으로
합의하지 않았소? 당신 품삯이나 받아서 돌아가시오.
나는 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당신에게처럼 품삯을 주고 싶소.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마태 20,13-15)
설령 이 말씀대로 이해되지 않더라도 사실 불평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침부터 와서 고생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주는 것이 세상 논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비유 말씀에 대해서 할 말은 없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는 감정을 갖게 됩니다.
주님께서는 왜 이런 비유 말씀을 하실까요?
선민이라고 교만을 떠는 유대인들, 특히 바리사이들과 유대인을 향한 말씀이십니다.
그들은 시간적으로는 새로 신앙생활을 하는 그리스도인들에 비교해서 상대가 되지를 않습니다.
유대인들이 바라보는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적으로 초보적이고 또 성경지식도 없다도 얕보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보시기에는 복음에 대해서 배타적인 그들의 모습은 현재로서는 그들이
건방을 떨어도 사실은 복음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사실상 첫째이고
유대인들이 꼴찌가 되는 격입니다.
또 이 말씀을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서도 먼저 신앙을 받아들인 유대인 계 그리스도인과 나중에 받아들인
그리스인 계 그리스도인들과 시간적으로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실은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습에서도 반성을 해야 하는 것은 이 비유 말씀이 또한 우리에게도 해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구교신자라고 해서 떠드는 분들이 있습니다.
집안에 순교자가 있느니 자기는 유아 세례를 받았느니 대놓고 자랑을 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순교자도 아니고 시간만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 세례를 받고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을 마냥 신앙의 초보자 취급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유대인계이든 그리스계이든, 또 구교이든, 성직자 수도자의 집안이라고 내세우는 것도
말 뿐이기 때문에 사실 참다운 신앙의 모습은 아닌 것입니다.
주님 앞에서 신앙의 모든 사람이 사실 평등한 것입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종말의 목자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이스라엘의 참다운 목자는 없고 품팔이 목자가 있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거슬러 말씀하십니다.
“주 하느님이 이렇게 말한다. 불행하여라, 자기들만 먹는 이스라엘의 목자들!
양 떼를 먹이는 것이 목자가 아니냐?” (에제 34, 2)
참다운 목자께서는 사람들의 아픔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향해 구원의 손을 펼치십니다.
유대인들과 시간적으로 차이가 되더라도 주님의 은혜는 풍성한 것입니다.
주님의 포도밭에서 일하게 된 것을 감사하며 멋진 하루를 시작합시다.
출처: 구름 흘러가는 원문보기 글쓴이: 말씀사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