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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봄,
오프를 알게 되면서
다시 파킨슨에 구속되기 싫었기에 18일간의 여행으로 승부수를 두기로 했고
결과는 파킨슨 위기에서 다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노래하며 뛰어 다녔던 여행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9개월이 지났습니다
2017년에 파킨슨병 의혹이 들어서 3월, 미라펙스를 첫 복용하곤 제어하기 힘든 힘으로 비틀거려 3일만에 중단했고 7월에
아질렉트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 2년간을 암울해 있었기에 가족들이 떠밀다 시피해 2019년 봄부터 여행을 시작했고 코로나로 항로가 막히기 전까지 여행을 다녔습니다
파킨슨병에 나를 묶어 놓고
아무것도 못한다면서 엄살을 피웠으나 여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파킨슨병을 나름대로 파악했고 분석하면서 두려움은 점차 사라졌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여행이 저에게 비상 탈출구가 되어 주었던것 같아요
그리곤 7년차에 오프라는 단어에 몰입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다시 파병에
묶일수 없다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4년전과는 다릅니다
4년전의 저는 경직도 서동도 보행장애도 몰랐으며 간혹 손떨림만 있었건만 한시도
내 머리 속에서 파킨슨병을 걷어 내지 못하고 스스로 파킨슨감옥으로 들어가 자신을 무기수로 만들었습니다
현재, 오프를 만나면서 또 다시 나를 파킨슨 지옥으로 끌어 들이고 있는 것을 보고 세상 속으로 들어가 나 자신과 파킨슨병을 객관화 시켜 보기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여행으로 생각보다 얻은것이 많아서 속박에서 풀린것 같이 건강하고 자유로워져서
돌아왔습니다
4년 전 여행다녔을때 약은 복용했으나 오프도 몰랐습니다
지금도 약만 복용하면 정상인이 되긴 하지만
그러나 배가 부르면 약의 효능이 발휘되지 않는다는 것~~
제 문제의 본질입니다
여행 열흘 후 까지도 시차에 적응을 못했기에 수면이 부족했고 불안정 했으나
시차에 적응한 12일 후 부터 오프라는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것을 느끼곤 너무 기뻐했죠
가족인 딸과의 여행이지만
전 일방적으로 의지한다거나 딸이 제 보호자로의 역할을 원치 않았습니다
내가 짐이 되어 동행하는 관계가 아닌 서로 도움주고 도움받는 관계로서 서로 보완해줘야 여행이 즐거워지더군요
생소한 곳에서 모든 대중교통이 동원되어 이동하기 때문에 순발력과 민첩성을 요하는
순간이 있으며 내가 짐이 되는 순간, 여행의 기획자이자 연출가인 딸은 더 힘들어 지겠죠
예로 열차 시간에 늦어서 숨이 차게 뛰어서 떠나려는 열차에 올라 탄 적도 있으며 끝없는 계단을 오프상태에서 오른적도 있습니다
비행기부터 배, 보트, 트램, 지하철, 버스, 유로열차등 대중교통의 모든 수단이 등장하며 캐리어라는 무거운 짐을 끌고 다녀야 하는 것도 여행의 일부입니다
딸이 낯선 길찾기와 이동수단 찾기등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기에 내게 주어진 보조 역활을 해야 합니다
저 역시도 이 부분을 걱정했으나 잘 해냈다고 자부하며
덕분에 좀 더 강인해졌고 민첩성까지 얻었으며 파킨슨병에 끌려 다니지 않을것이라는 믿음도
굳건해 졌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희한한것이 제가 등장하면 바람과 비가 몰려 오면서 급격하게 온도가 떨어지면서 저를 시험하듯이 추워지더군요
겨울왕국의 엘사라도 된듯 눈보라까지 몰고 다니면서 강풍과 함께
제 여행의 막이 올랐습니다
떠나기 전부터 날씨의 동향을 파악해 구스다운에 에스키모 모자까지 챙기면서도 이 모자는 짐이 될 거라고 예상했지만 뒤집혔죠
더군다나 부활절 전야와 겹치면서 마지막 여정의 도시 피렌체와 밀라노의 호텔방값까지 올려 놓았습니다
고난 주일과 우리의 일정이 묘하게 겹치면서 예수님의 고행을 의식하기도 했습니다
부활절날, 저는 피렌체의 두오모성당에 있었고 지하1층 십자가 앞에서 기도했습니다.
재미있고 신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지금은 고단한 일정도 험난했던 바람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서
제 인생을 환희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강풍에 눈보라까지 맞으면서도 행복했고
가슴 뛰는 증상도 까맣게 잊혀졌으나
집에 온 뒤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 증상이 무력하게 살면 나온다는걸 알았죠
하는일 없이 기분이 다운되니 밖으로 돌아 다녀야 하는것이 파긴슨병의 숙명인것 같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
파킨슨과 함께한 저와 동행하셔서
잠깐이지만 시간여행을 즐겨 보세요
# 겨울왕국의 초대
인천공항에서 12시간 후...
부다페스트에 착륙하려고 하강하고 있는 비행기가 무셥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비행기사고의 90%가
이 착륙시에 일어 난다고 하는 말이 갑자기 떠올랐으나 무사히 안착했다
공항은 을씨년스럽고 낡았으며 이런 후진 공항은 20여년 전 북경 공항 이 후 처음 보았기에 실망부터 했으나 여권심사대 앞의 200~300명의 긴 줄을 보고 다시 놀랐다
모두투어, 하나투어가 휩쓴 깃발부대의
대기줄은 전부 우리나라 사람들로 채워져
있었다
우리나라가 부다페스트를 먹여 살리는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어 오면서
이젠~ 우리나라가 갑이로구나~ ㅎㅎ
유리창 너머로 보인 전형적인 사회주의의 경직된 모습은 오랜 비행으로 지친 마음도 얼어 붙게 했다
공항버스로 시내 중심지로 들어 오면서 어둡고 삭막한 시내를 빛으로 물들여 보여 주는
석양과 구름의 환상적인 콜라보네이션으로
닫힌 마음이 풀어져 갔다
다음 날
영상 14도에 한때 소나기라는 일기예보에 봄 옷차림으로 인근의 성과 광장에 서니 ,스산한 바람이 불어 온다
드라이기를 흉보며 30분을 애써 셋팅한 머리가 산발이 되면서 추위까지 느꼈으나 해가 나타나면 다시 따뜻해 졌다
체감온도는 영하에 가까웠고 움추리고 다니느라 우리나라보다 많이 춥다고 느꼈다
다뉴브강 건너 궁전과 미술관이 있는 언덕위로 올라 가야 세계 3대 야경이라는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만날수 있어 트램(전차)으로 이동했다
산악트램을 타기 위해 줄서 있는데 바람이 불더니 비가 쏟아진다
우리는 우산을 썼으나 모두들 비를 쫄딱 맞으면서도 자리 이동도 안한다
유럽에서 느낀것은 비가 쏟아져도 우산을 안 쓰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다
여행객이 많아서 일까?
산 위에서 부다페스트의 전경을 보고 추워서 예정에 없던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오니 비가 그쳤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식사부터 하기 위해 12시 넘어 들어간 음식점에 룩 허드슨 닮은 지배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스튜를 추천해 주었고
케챱과 고추장?을 넣은 국물에 소고기와 감자가 듬뿍 들어 있는 요리는 넘 맜있었다
연한 소고기와 부드러운감자.. 감자가 이렇게 맛있을수가..
룩허드슨이 엄지를 올리면서 맛이 어떠냐고 묻기에 양쪽 엄지손가락을 올려 화답했고 식사 분위기도 화기애애~
룩허드슨은 건너편에 서서 잘 먹는 나를 뿌듯해 하며 흘끔거리기에
열심히, 더 맛있게, 중사이즈 코펠에 담겨 있던 스튜를 둘이서 거의 다 먹었다
한시 넘어서 나오면서 그제서야
2시에 복용해야 할 약이 걱정 되기 시작 했고 아니나 다를까 ~
복용한 약이 안 오른다
약 복용 20분 뒤부터 숨이 찬 증상이 나와서
벤치에 10분 정도 앉아 있다가 더 지체할수 없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오전에는 트램으로 올라갔으나 오후엔 오른쪽의 성당을 향해 오르는데 산악 트램이 없어서 끝없이 보이는 계단 지옥을 오르기 시작했으나 약 효능은 상실된것 같다
그 스튜에 소고기가 넘 많이 들어 있었고
난 맛있게 열심히 먹었을 뿐인데 잘못이라니~~
가기 싫다고 버틸수도 없고 딸이 이끌기도
해서 쉬엄쉬엄 30분 걸려서 올라가 카페에 앉아 소화 잘 되라고 콜라부터 마셨다
아니~콜라가 문제가 아니라 몸이 놀래서인지 오프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성당이라는 곳은 눈이 높아져서인지 관람비가 아깝게 허접해 보였고 계단에 올라가서 시내 전경을 찍으려 했더니 계단값을 내야 한단다
우리나라 봉이김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 먹었다던데,
헝가리, 그래~.너희가 한 수 위다
해가 나기에 카페에 앉아서 각 나라에서 온 인물들을 구경했다
여성은 모피코트부터 가슴만 가린 탱크돕까지 등장~ 보기만 해도 춥다 ㅜ
그리고 헝가리 남자들은 투웨이컷에 상투를
틀고 수염을 기르고 코걸이 귀걸이에
문신을 해서 멋스럽게 꾸미고 다닌다
많은 동물중 사자도 수탉도~ 수컷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사람은 여성이 멋있어서 헝가리
남성들이 알아 차리곤 저렇게 치장을 하고 다니나 보네 !
나는 태양속에서 여유롭게 천태만상을 즐겼다
조금만 움직여도 돈이 들어가야 하는 유럽이지만 여행객이 미어 터진다
카페에서 물 500ml가 3000~5000원 이지만 마트에서 1.5L 한 병을 500원~ 1500에 팔고 있었다
4~5성 급 호텔에서 물도 안주니 기막힐 노릇이다.
찾기도 어려운 화장실은 1 유로.. 이건 양반이고 이탈리아 나폴리 중앙역 화장실은
2유로다
우리나라 돈으로 2800원 ...
다행히 우리는 화장실을 하루 종일 두세번만 간다
거기에 소매치기는 드글드글,,
모두 도둑ㅇ으로 보였다
가방은 자물쇠로 잠그고 휴대폰은 고리에 묶어 손목에 차고 다녔고 젊은 남자만 가까이
오면 경계태세로 돌입, 눈빛 광선을 쏘아서 비실비실~ 물러가게 만들었다
너희는 그러던지 말던지~
난 그런것으로 우울하지 않았다
물 사서 들고 다녔고 쇼핑은 하지 않았으며
호텔만 깨끗한 곳을 택했다
다음날
점심은 부다페스트에서 최고라는 레스토랑을 예약해 놓았기에 멋지게 옷을 입으려 했으나 밖은 비가 주륵주륵 내리며 바람까지 불고 있었으며 우리를 데려다 줄 호박마차도
리무진도 없었다
그래서 운동복 바지에 구스다운 패딩을 입었고 이 패딩은 여행중 빠진날이 별로 없을
정도다
사람들은 12시 이전부터 와서 줄을 서 있다
한 여인은 샤넬로 휘감고 쏟아지는 비를 쫄딱 맞고 있으면서도 싱글벙글이다
그 레스토랑은 궁전 같았다
샹들리에부터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정장의 웨이터들...
한 팔 위로 접시가 6개나 올라간다 진정한 프로였다
서빙도 저렇게 기품있게 하는구나~
음식은 어디에서나
파스타 ,리조토, 스테이크, 피자
등의 음식을 돌려가며 먹었고, 우리는 소식가라 일인분만 시켜 둘이 나누어 먹을수 있는데 2인분을 시키라고 강요해서 항상
음식의 반 이상이 남았다
아침엔 호텔 조식 뷔페다...
비오는 대낮...
와인은 싫었다
그러나 소믈리에가 와인을 따라 주는 모습은 예술이었다
시내로 옮겨 마켓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입했고 맛있는 유럽의 귤도 사고 부다페스트 시내를 돌아 다녀 보니 구석구석이 지저분하고
오래된 건물들은 낡았고 거리는 담배꽁초
투성이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예솔품같아 보였던 건물들은 관리가 제대로 안되어 있었다
심상치 않은 바람이 강해지면서 점점 추워져 호텔로 가려고 버스를 타려는데 갑자기
엄청난 강풍이 불면서 걷기도 힘들 정도로
비바람이 몰아 쳤고 딸의 우산이 뒤집혀져
버렸다
이곳은 택시도 안보이면서 빨리 가려는 마음에 12번 버스를 호텔앞에서 본 것 같아 급하게 올라 탔으나 방향이 달랐다 급하게 내렸으나 인적도 차도 없는곳에서 앱으로 택시를 불렀으나 잡히지 않았고 검색을 하던 딸이 10분 걸으면 지하철이 있다고 한다
비바람속에서 20분 걸었더니 드디어 지하철역이 보였고 안도했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무인시스템이며 승차권을 기계로 사야 한다
딸은 어느나 라에서나 능숙했고 한눈에 상황을 판단해서 나를 안도하게 만든다
내가 문제였다. 나에게 준 승차권은 A4종이
보다 얇아 흐느적 거렸고 기계에 못 넣어서 낑낑거리니 딸이 대신 넣었고 그제서야
문이 돌아 갔다
문이 돌아 가면서 바로 에스칼레이터가 나타났고 땅속으로 빨려들어 갈것 같은 무시무시한 경사각에 끝이 안보이는 깊이~~
발을 올려 놓는 순간 아~악~ !
휘청거렸는데 내 순발력인지 딸이 잡았는지
나는 바로 서있다
두두두두~~지~~잉~~
빠르기가 360도 회전하는 청룡열차급에
공포체험 수준이다
에스칼레이터가 왜 이러는데 ?
하긴, 이 깊이에 우리나라처럼 천천히 갔다
가는 모두들 열불 나서 뛰겠지~
비바람에 얼얼했지만 나와 딸은 웃었고 그 모든것이 흥미로웠다
패키지 깃발을 따라 다녔으면
이 짜릿함을 어찌 알겠는가~?
우리는 일단 호텔로 복귀했다
내일 아침에는 유로열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찰스부르크로 5시간을 이동한다
그리고 내가 가고 싶었던 할슈타드라는 호수안의 마을도 갈 예정이다
*다녀온 여정지
(헝가리 )
부다페스트
(오스트리아)
찰스부르크, 할슈타드
(네델란드)
암스트레담, 풍차마을, 호수마을
(이탈리아)
나폴리, 소렌토, 포지타노, 피렌체, 카프리섬, 밀라노
나빌레라~*
첫댓글 잘봤습니다^^~
반갑습니다 ^^
저도 이번 명절떄 카나다 캘거리에 갔다왔습니다
떠날떈 걱정도 많이했는데 무사이 돌어왔습니다
직장 다닐때보다 약을 조금더 작게 먹었습니다( 여행중 OFF 가 와도 문제가 덜할것 ( 짖장에서보다)같아서..)
반갑습니다
이번 명절이면 여행다녀오신지 며칠 밖에 안지났군요~
.여행은 파병환우분들께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설레임을 주면서
약을 적게 먹어도 활동하는데 무리가 없는것 같습니다
캐나다도 다녀오시고~~^^
좋은 추억으로 파병 잘 이겨내실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럽의 중세도시는 언제보아도 웅장하고 아름답습니다
나빌레라님의 여행기가 몇 해전 남편과 저의 추억 여행을 되새기게 합니다
2016년 남편의 파병진단으로 암울했던 시기에
파병이 깊어지기 전에 여행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듬해 남편 친구 부부와 스페인을 다녀왔고
다시 일 년 뒤 동유럽을 다녀 온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병이 진행된 요즘은 추억 노트를 펼쳐보며 지금보다 건강한 모습들 환희에 젖어봅니다
저도 저 헝가리 미술관이 있는 언덕에 올라 다뉴브강을 바라보며 마음을 씻어내던 생각이 납니다
라빌레라님의 멋진 여행사진과 글을 읽으니 그날들의 추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가네요
멋지고 훌륭한 여행기 잘 감상했어요!!. 라빌레라님은 기행수필과 멋진 에세이집을 출간하셔도 되겠어요
사진도 글도 충분합니다. 파킨슨병을 이겨낸 멋진 여행작가님이 되어보시는 건 어때요? 아주 좋습니다 ^^*
아침에 일어나서 마주한 편백나무님의 글...
님의 아름다운 심성이 그려지는군요
감사드립니다
영육이 힘들었던 파킨슨병과의 동행이 편백나무님으로 위로받은 기분입니다
몇 분이 제게 글을 쓰라고 하셨죠
전 파킨슨이라는 이름로 약하게 드러나서 저를 호기심의 대상으로보이면서 승부하기가 싫더군요
동영상부터 눈을 끄는 수많은 여행기들을 보았고 그들속에 파묻
혀 잊혀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일반사람들속에서
저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중입니다
최고의 찬사를 주신 펀백나무님의 역량이 더 커보이십니다
유럽의많은곳을 여행하셨군요 저와 겹치는곳도 있겠네요
가끔 여행기를 올려드릴 예정이니 아름다웠던 추억을 회상하시면서 힐링하시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평안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