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로운 도심 공공주택 개발… 부산·대구서도 "철회 요청"
입력2021.07.20. 오후 5:51
김서연 기자
지방 주민 과반수 이상 반대
"민간 재개발 추진 중이었는데
공공개발 후보에… 일부 의견 외면"
국토부 "6개월 후에도 반대 심하면
해당 후보지 사업 철회 검토할 것"
2·4공급대책의 핵심인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구 등 지방 후보지들까지 철회 요구가 잇따르면서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주민 동의없이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가운데 전국 52개 후보지 중 일부 구역은 주민 반발로 예정지구 지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주민 반대 과반' 부산 2곳 철회 요청
20일 국토교통부와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이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부산 당감4구역 일부 주민들은 국토부에 사업 철회 요청서를 제출했다. 사업 철회 요청서에 동의한 토지주는 296명(추정) 중 52%인 155명에 이른다.
당감 4구역 도심 공공 주택 복합사업 반대 비상 대책위원회는 철회 요청서에서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재개발 지구 지정이 해제 된지 얼마 안돼 또다시 공공주도 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다"며 "우리는 공공 재개발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감4구역은 지난 2001년 1월 당감 4구역 재개발 정비 예정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지난 2019년 12월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바 있다.
비대위는 "당감4구역은 부산 시내 전역을 어디든 편안하게 갈수 있는 교통 요충지로, 세입자를 구하기 쉽고 상가는 안정적인 임대료 수익으로 대부분 고령인 토지주들이 안정된 노후를 보내고 있다"며 "갑자기 정부가 공공 재개발을 하겠다고 후보지로 지정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12일 당감 4구역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3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했다.
또다른 3차 선도사업 후보지인 부산 부산진구 전포3구역도 최근 주민 반대 52%를 담은 철회 요청서를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 구역은 후보지 지정 소식이 알려진 직후부터 민간 재개발을 추진하던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민간 재개발을 하기 위해 추진준비위원회를 구성해 구역 지정을 추진 중이었다"며 "민간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공공주택 개발사업 후보지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9월 예정지구 지정…'과반 반대'시 구역 해제
3차 선도 사업 후보지인 대구 달서구 감삼동 후보지도 주민들이 지정 철회를 주장하며 민간 개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2차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강북구 미아역 동측지역에서는 반대 서명운동이 추진 중이다.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도심사업 반대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LH와 강북구청에 반대 의견서와 탄원서를 제출한 상태다.
정부는 후보지 선정 당시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한 구역을 우선 검토했다'고 설명했지만, 일부 구역을 중심으로 주민 반발이 거세지면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정부는 오는 9월 중순 이후 주민들의 동의 여부와 사업 가능성을 판단해 예정 지구로 지정하고 이후 본지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의 근거법인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도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예정지구를 지정한 뒤 6개월 이후 전체 주민의 50% 이상이 반대할 경우 예정지구를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정 지구 지정 시 주민 찬반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지정할 계획"이라며 "6개월 후에도 과반 이상 주민 반대가 심한 후보지의 경우 사업 철회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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