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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그만 좀 하세요!"
"어떻게 그만해!!!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쪽에서 없었던 일로 하자는 말이 나와! 너 지금 그 아가씨가 어느댁 따님인지 알고나 있는거야?"
도현은 머리가 터질지경이다. 그날 이후로 아예 핸드폰을 꺼버린채 연락이 안되는 찬혁,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보고는 있지만 여전히 행방을 찾을 수 없는 하연, 그리고 그런 하연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지며 생기를 잃어 가는 혜진때문에 밤에 잠이 안 올 지경인데, 어머니의 극성 탓에 맘 놓고 찾아가 볼 수도 없다. 불면증이라도 생긴건지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던 도현은 결국 술을 마셨고, 지금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아들 방으로 들이닥친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숙취가 몰고와 머리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아마도 하연씨 쪽에서 혼담에 대한 얘기를 들으셨나보다. 해도 뜨기전에 방으로 들이닥친 어머니는 다짜고짜 아직 잠도 덜 깬 아들 도현을 잡아흔들어댄다.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뭘 어떻게 했길래 저쪽에서 혼담을 없었던 일로 하자는 말이 나온거야!!"
"그거 때문에 지금 이러시는 거예요? 잘 됐네요. 안 그래도 골치 아팠는데 하나는 해결이 된거 같네요."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거야!!! 그쪽이 어떤 집안인데...."
"잘 알아요. 그 쪽 집안이 유일 그룹이라는거 저도 잘 알고 있다구요."
"그런데!!! 그런데 어떻게 잘됐단 소리를 하는거야!!!"
"유일 그룹이라는 것도 알고, 하연씨가 유일한 상속녀라는것도 알고, 그리고 하연씨가 혜진이의 절친이라는것도 안다구요!! 됐어요!!"
"뭐......뭐? 무슨 말이야. 누가 누구 친구라는 거야?"
"혜진이 뒷조사 하셨다면서요. 아무 빽 없고 별 볼일 없는 혜진이 뒷조사는 하고 유일그룹 상속녀인 하연씨 뒷조사는 안하셨어요?"
"당연한거 아냐? 어떻게 그런 기집애와 유일 그룹 상속녀를 감히 비교할 수 있어. 그 아가씨는........"
"혜진이랑 같은 대학 나왔어요. 같은 대학, 같은 과에 대학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로 지냈고, 3년 전 부터 한 집에서 동거동락하며 살고 있다구요."
"뭐? 그 기집애랑 같이 산다구? 아.....아니 어떻게......."
"하연씨가 저랑 혜진이, 사귀는 것도 알고, 같이 잔것도 다 알고 있다구요."
"이 도현!!!!!"
너무도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못하는 어머니를 보며 도현은 아무렇게나 의자에 걸쳐져있던 양복 저고리를 들고선 방을 나섰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의 하이톤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때마침 울려대는 핸드폰을 보며, 도현은 어머니의 비명같은 목소리를 외면해 버렸다. 이젠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심정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여보세요?"
<이 도현씨 되십니까?>
"그런데요. 누구십니까?"
작업대에 앉은 혜진의 손은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것인지, 아님 처음부터 시작 버튼을 누르지않은 것인지, 움직임이 없다. 다만 힘없이 돌아가는 물레만이 지금의 상황이 현재형이라는걸 보여주고 있었다. 공방 밖으로 때늦은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니 이제 봄을 알리려는 봄비 인지도 모른다. 겨울비든 봄비든 새벽부터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혜진의 맘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연이 있었으면, 하연과 함께였으면 이 비가 반가왔을텐데,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텃밭을 내려다보며 둘이 함께 커피를 마시며 비 구경을 하곤 했었는데....
혼자서 떠들어대던 라디오는 주파수를 잃었는지 치직거리며 간간히 DJ의 목소리를 내보내고 있었지만 혜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듯 했다. 그저 습관처럼 라디오를 켠 놓은듯, DJ의 실없는 농담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만 라디오의 웃음소리가 공방 안에서 메아리처럼 울려퍼지자 그 공허함에 깜짝 놀랄뿐이다. 혜진은 휭한 작업장을 휘휘 둘러보았다. 그리고보니 많은것들이 멈춰져있다. 습관처럼 돌아가야할 슬립 기계가 주인의 손길을 잃어버리고는 멈춰져 있다. 딱딱하게 굳어 쩍쩍 갈라진 흙덩이로 변해있는 스립과, 이달 들어 한번도 불을 때지않은 가마는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그렇게 마주앉아있던 하연의 자리엔 빈 물레만이 주인을 잃은채 쓸쓸히 자리만 지키고 있다.
혜진은 괜스리 서러운 눈물이 났다. 모든것이 멈춰져버리채, 정적이 흐르는 작업장에 홀로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이 서글퍼진다. 괜한 자격지심에 친구에게 등을 돌린 벌을 받고 있나보다. 혜진은 자신을 보던 하연의 간절한 눈빛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데..........바보같이 괜한 자격지심에............"
혜진은 하연의 눈을 피해버린 자신에게 화가났고 그로인해 상처받았을 하연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대체 어디에 있는건지, 지금이라도 잘못했다 말하면 용서해줄까? 아니 용서는 둘째치고 어디 있는건지 연락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이젠 핸드폰도 있는데......
희미하게 전화벨소리가 들렸다. 잘못들었나 했지만 분명 전화벨소리인걸 확인한 혜진이 벌떡 일어나 집안으로 뛰어들어 전화기를 낚아채듯이 들었다. 하지만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기다리던 하연이 아니었다. 신경질적인 남자의 목소리에 금새 풀이 죽어버린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소리를 빽 지르는 도현의 목소리에 혜진은 흠짓했다. 혜진은 실망이 가득한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려 말문을 열었다.
<혜진아!!! 듣고 있는거야!!>
"으..응, 오빠."
<왜 핸드폰 안 받아?>
"핸드폰? 아~ 방에 놔뒀나봐. 근데 왜그래?"
<지금 가고 있으니깐 얼른 준비해.>
"준비? 무슨 준비?"
<하연씨 찾았어. 바로 갈거니깐 준비하고 있어.>
"하연이 찾았어!!!"
하연이를 찾았다는 말에 많은 것을 묻고 싶었지만, 금방 도착 할거라는 말은 남긴채 도현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끊어진 수화기를 잡고 서 있는 혜진은 무엇부터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거렸다. 하연이를 찾았다고 했다. 뭐라 말을 해야할지, 뭐라 사과를 해야할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그러다 문득 여전히 넋 놓은채 수화기를 잡고 서 있는 자신을 보았다. 이러고 있을때가 아니다. 금방 도현이 도착할테고, 사과를 하던 싸움을 하던 어쨌던 하연이를 보려가야한다. 혜진은 들고 있던 수화기를 내팽겨치듯 던져버리고는 욕실로 뛰어들어가 자신의 손등에 하얗게 말라버린 흙덩어리를 우적우적 씻어냈다.
우당탕!!! 거칠게 문이 열리며 도현이 들어왔다. 뒤 이어 혜진의 모습도 보인다. 갑자기 뛰어든 그들의 모습에 놀란 표정이던 찬혁은 이내 안심한듯이 고개를 돌린다. 저렇게 정신없이 뛰어들어올 일이라면 하연을 찾은게 분명하다.
"하연이 찾았나보구나."
"그래 찾았어. 근데 넌 지금 뭐하는 거야?"
도현의 목소리에는 화가 묻어있었다. 다급하고 정신없는 자신과는 달리 여전히 침착하고, 여전히 냉정한 찬혁의 태도가 맘에 안든다. 게다가 찬혁 앞에 놓인 저 여행용 가방들은 다 뭐란 말인가. 핸드폰 전원은 꺼져버린지 오래고, 올때마다 아무런 의욕도 없는 놈처럼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태도도, 그저 하연과 자신에게서 받은 상처로 그 콧대 높던 자존심이 다쳐서 일꺼라 생각했었다. 하연에게 화를 낸것도 자신을 욕한것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누그러지고, 이해해줄거라 생각했었다. 하연과 자신이 그렇게 밖에 할수없었던 상황을 이해해줄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연의 소식을 전하려 숨이 멈다시피 뛰어온 자신을 보며 강건너 불구경하듯하는 찬혁의 태도에 이제껏 미안했었던 마음이 일순간 사라져버린다. 뭐 그리 죽을 죄를 지었다고, 누군들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났나, 없는 집에서 태어난 걸 원망하는 마음처럼, 감당하기 힘든 재력을 어깨에 얻고 태어난 것 역시 원망스러운 사람이 있는거다.
"무사하게 찾았으니 됐네."
"너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물었어. 이 짐들은 다 뭐야?"
"회사에서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려구.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할까해."
"미국으로 간다구?"
"그래. 공부를 좀 더하고,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곳에서 정착하려구."
"이 미친놈!!!"
도현은 찬혁의 멱살을 잡았다. 놀란 혜진이 성급하게 둘을 떼어놓으려 했지만, 화가 난 도현은 쉽사리 찬혁의 멱살을 놓지않았다. 찬혁은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도현의 눈을 보았다. 10년을 넘게 함께 한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이 가득한 그의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윤 비서를 만난 뒤 여전히 정리되지않는 자신의 입장때문에 혼란스러웠었다. 한편으론 하연을 이해하면서도 여전히 상처입은 자존심이 굽혀지지않는 그였다.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리자. 윤 비서라는 분은 곧 하연을 찾아낼거라 장담했었다. 게다가 유일 그룹이라면 어련히 그러고도 남을것이다. 하연이 무사하다는 것만 알게된다면 그대로 떠나자. 몇날 몇일을 고민했었던 찬혁의 결론은 그것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 도현으로부터 하연의 소식을 듣게 되었으니 된거다. 그렇게 생각한 찬혁은 멱살을 잡은 도현의 손을 뿌리쳤다.
"지금 니 코가 석자일텐데, 혜진씨나 잘 챙겨."
"혜진이 걱정이 하연씨고 그런 하연씨를 찾았으니 난, 혜진씨 잘 챙기고 있는거야!"
"그래! 다행이네, 혜진씨가 걱정하는 하연일 찾았으니 이젠 됐잖아. 난.........그래 난 이제 내 생각만 하고 싶어."
"니 생각!!!! 하연씨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니 생각만하겠다고!!!"
"그래!!!! 내 생각만 하고싶어. 잘난 니놈과는 달리 이 세상 기대고 비빌 언덕 하나 없는 난, 내 생각만 하고 싶어. 니 놈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그 빌어먹을 비선지 뭔지 하는 사람이 뭐라 그래도 하연이와 난, 어울릴수 없는 사람이야. 그건 니 놈이 더 잘 알잖아!!!"
"나쁜 새끼. 니 놈 혼자만 도망가면 그만이라 이거지. 하연이야 죽든 말든."
"죽어? 연애하다 헤어지는거 다반사고, 그깟 연애에 실패했다고 죽는사람 없어. 더구나 유일 그룹의 하나뿐인 외동딸인데 어련이 알아서 잘 챙기실까. 그 회장님께서 죽고 싶어도 맘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거다."
"나쁜 새끼!."
도현이 다시 찬혁의 멱살을 잡으려하자 혜진이 도현을 막고 나섰다. 아무리 말을 한다고 해도 이미 마음을 닫아버린 찬혁에겐 헛수고인것만 같다. 그 전의 자신처럼, 자신 역시 하연에게 마음을 닫고선 혼자 상처받은거라 생각했었었다. 하연의 빈 자리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알기전까지 그렇게 귀를 닫고 눈을 감아었었다. 도현을 잡아당기며 혜진은 찬혁의 지친 얼굴을 보았다. 지금은 화가 나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고나면 찬혁 역시 하연의 빈 자리를 느끼게 될것이다. 분명 그렇게 될 것이다. 다만 그게 너무 늦지않았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한시라도 빨리 하연의 얼굴을 봐야 마음이 놓일것같은 혜진은 그런 찬혁을 뒤로한 채, 도현의 팔을 잡아 끌었다.
"그만해. 그냥 가. 찬혁씨가 안 가겠다고 하면 우리 끼리라도 가. 나 빨리 하연이 얼굴 보고싶어."
"그래, 니 놈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 잘 생각해라. 어차피 선택은 니놈 몫이니깐."
처음 찬혁을 만났을때 쌀쌀맞고 차갑기는 했지만, 좋지않은 상황에서도 항상 흐트러짐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 그가 부러웠었다. 그때까지 도현에게 있어 친구는 딱 두 분류였었다. 슬슬 자신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는 분류와 이유도 없이 대놓고 재수없다 고개 돌리는 분류였었다. 그런 도현에게 찬혁은 새로운 분류의 친구였다. 무관심! 악플보다 무서운게 무플이라고 하더니, 입학하는 날부터 과 동기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몸에 받았고, 또 그런 관심이 당연하다 생각했던 도현이었다. 하지만 단 한명, 과 여학생 절반 이상의 호기심 어린 눈길과 자신의 눈길을 받으면서도 고개 한번 돌리는 법 없이 꿋꿋이 자신의 일만 하는 찬혁이 단박에 맘에 들었었다. 학교를 다니는 내내 누구의 도움도 없이 꿋꿋이 자신의 길을 헤쳐나가는 찬혁을 보며 나태해지곤 했던 자신을 돌아보곤 했었다. 헌데 그런 찬혁이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한다. 맞서보지도, 싸워보지도 않은채 도피하려고만 하는 찬혁을 보며 화가나서 참을수가 없어 턱이라도 한대 갈겨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렇게 혜진의 손에 이끌려 방을 나서려던 도현이 문득 걸음을 멈추곤 찬혁을 돌아보았다. 힘겨운듯 털썩 주저앉는 찬혁을 보며 도현은 아직도 찬혁이 하연에게서 받은 상처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유학, 아마 취소 될지도 모르니 잘 알아봐라."
"무슨 말이야?"
"유일 그룹 회장님이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있으니, 그 회사 조용하진 않을거라는 말이다."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마 모르긴 해도 유일그룹, 지금 초 비상일거다. 사장단이나, 임원들이 이때다하고 벌떼처럼 움직이겠지. 아무리 탄탄한 회사라해도 최고 경영자의 자리가 비면 흔들리기 마련이니깐. "
"알아듣게 말을 해!!! 정 회장님이 교통사고라니, 어디서 들은 말이야?"
"윤 비서라는 사람에게서 직접 들은 말이야. 그 사람한테서 하연씨 소식 들었고, 그 사람이 너한테 전해달라고 하더라. 지금 당장 하연씨네 주치의인 김 성수 박사님을 찾아가라고."
"김 성수 박사?"
"그래, 나도 자세한건 몰라. 무조건 널 찾아서 김 박사를 만나라고 전해달라고 했어. 우리는 지금 유일 병원으로 갈거야. 니 놈이 관심없어하는줄 알지만 하연씨도 지금 병원에 와 있대."
입으론 관심없다 했지만 사고 소식에 뒷통수를 맞은듯 정신이 번쩍 든다. 혹시 하연도 사고를 당한건지, 사고를 당했다면 무슨 사고를 당한건지 찬혁은 다급하기만 하다. 사고 소식에 허둥거리는 찬혁을 본 도현은 속으로 웃음이 났다. 역시!!!
어머니를 기암하고 넘어가게 하고선 나몰라라 집을 나올 때 윤 비서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 전화로 정 회장의 사고 소식을 접했을때 도현 역시 정신이 없었다. 혹시 하연씨도 사고를 당한게 아닌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었다. 헌데 찬혁이야 오죽하려고. 입으론 끝이다, 관심없다하지만 마음이 그 입을 따라가지 않는데 어쩔것인가?
"하연씨가 사고난건 아니니깐 안심해. 자세한건 잘 모르겠지만, 정 회장님께서 하연씨를 찾으려 가셨다가 차에 치셨대."
"헌데, 주치의는 왜 만나라고 하는거지?"
사실 도현 역시, 윤 비서가 왜 찬혁에게 정 회장의 주치의를 만나보라했는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윤 비서에게서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한 도현으로써는 어깨를 으쓱해보일뿐 마땅한 답을 줄수가 없었다. 다만 해줄수 있는 말이라곤 지금 선장이 자리를 비운 유일그룹이 곧 폭풍우속의 조각배처럼 세차게 흔들리거라는것과 그 조각배를 타고 있는 사람이 하연일거라는 사실 뿐이었다.
찬혁은 잠시 망설였다. 윤 비서와 만났을때, 힘이 되어주겠다던 말이 떠올랐다. 그땐 한낱 비서가 무슨 수로 힘이 되어준다는건지 이해할수 없었다. 그저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해주는게 고작일거라 생각했었다. 헌데 정 회장이 사고가 난 이 시점에 힘들어하고 있을 하연이 아닌, 주치의인 김 박사를 만나라고 한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생각에 잠겨있던 찬혁은 더 이상 기다릴수 없다며 혜진과 함께 집을 나서려는 도현을 잡았다.
"같이 가!"
"갈거야?"
"유학을 갈래도 회사가 멀쩡해야 지원이 있는거니깐."
순간 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찬혁 역시 그동안 하연의 빈자리를 느끼고 있었던거다. 도현이 말하는 회사일에 대해선 알수없지만, 찬혁이 함께 간다면 하연에게 큰 힘이 되어줄것이다. 괜히 멋쩍은듯 애써 혜진의 시선을 피하며 오피스텔을 나서는 찬혁과 도현을 보며 혜진의 발걸음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첫댓글 서로들 그렇게 사랑하고 두터운 믿음으로 맺어진 사이 이면서 한순간에 믿음이 배신감으로 느껴지고 그것이 배신이 아니라는걸 알면서도 마음을 쉽사리 열지못하며 고민하면서도 역시 사고소식에는 한마음으로 달려가게 되는군요 앞으로 이들앞에 어떠한 스토리가 펼쳐질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