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리와 함께 새벽을 맞이한다. 뒤이어 매미도 새들의 재잘거림에 한몫 끼어든다. 예배당 주위의 대숲과 단감나무 과원에서 새벽을 깨우고 아침을 여는, 저 날개 가진 천사들의 소리가 실로 대단하다. 덕분에 대숲은 한층 굳세어 보이고, 단감나무 과원은 한결 시푸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깊은 고요를 깨고, 아침을 부산하게 들었다 놓았다 하는 소리에, 깊은 잠에 빠졌던 마을도 어쩌지를 못하고 눈을 비비며 일어난다. 나 역시 감긴 마음의 눈과 무딘 마음의 귀를 연다. 우두커니 서서 저 날개 달린 천사들이 전하는 신의 의사를 말없이 새겨듣는다. 마음이 환해진다. 차분히 님 앞에 앉는다. 깊은 들숨에 "주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의 아들이시여!" 천천히 새어나오는 날숨에 "소자를 불쌍히 여기소서." 그분과의 대화에 한참을 몰입하자니, 논으로 밭으로 향하는 경운기의 털털거리는 소리가 안개 자욱한 아침 길을 경쾌하게 열어젖힌다. 나는 정성스레 두 손 모으고 님에게 예를 표한 다음 교회당을 나선다.
녹두산 자락에서 떠오른 해의 화살들이 안개를 피워 올리며 마을로 날아든다. 언제 장맛비가 내렸냐는 듯 대지는 날아온 해의 화살들을 맞받아치느라 분주하다. 덩달아 풀잎이며 콩잎이며 고춧잎에 맺힌 물방울들이 빛의 화살을 여기저기로 날린다. 빛의 화살을 맞은 내 마음은 상쾌한 아픔을 느끼면서 잠시 기우뚱한다. 은총은 이렇게 사람을 기우뚱하게 하면서 꽂히는구나! 아린 듯 상쾌한 듯 다가온 은총을 갈무리하면서 생각에 잠긴다.
피조물을 통해 다가오는 신의 메시지는 빛의 화살과 같지 않을까 싶다. 상쾌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빛의 화살. 그 화살이 하루 내내 사람과 피조물 형제자매를 통해 내게로 다가올 것이고, 빛의 화살을 맞고 복에 겨워 자지러질 내 가슴은 벌써부터 쿵쿵 뛴다. 나를 에워싼 가족, 이웃, 울녘, 모든 피조물, 나의 모든 일이 님의 활시위라고 생각하니 마음을 쉬이 닫을 수 없다. 마음을 활짝 열고 "여기에다 빛의 화살을 쏘아주세요!" 하고 외치고만 싶다. 여기저기서 그분의 빛살이 불시에 날아들리라고 생각하니 한눈을 팔 수 없어진다. 나 역시 빛의 화살을 날리는 그분의 활시위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함과 숙연함 사이에서 그네를 뛴다. "님은 나를 통해 어떤 빛의 화살을 누구의 가슴팍으로 날리실까? 나를 통해 날아간 그분의 빛살은 누구의 마음을 행복하게 할까?"
나를 팽팽히 감기도 하시고, 나를 느슨하게 풀어주기도 하시는 그분을 떠올리며 "나는 님의 손에 들린 활시위인가? 나는 님의 뜻에 맞갖은 활시위인가? 나는 님께서 곁에 두고 계신 활시위인가?" 물어본다. 그분께서 나를 무시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그분의 뜻에 나를 맞추는 것, 매사에 그분의 뜻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임을 가슴에 새긴다. →김순현
|
첫댓글 목사님께서는 "예수기도" 를 하시는군요.. 저는 며칠 전부터, 2년 전에 열심히 하였던.. 향심기도(Centering Prayer) 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가을쯤엔.. "렉시오 디비나"도 다시 하려고하지요. 동방교회에 관한 책을 요즈음 읽으면서.. '예수기도"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친근하게 되었습니다..
어릴적, 석간 신문이 배달되면 TV프로보다 먼저 귀퉁이 연재 되던 만화를 보기위해 앞다투던 기억이 납니다. 아침고요방의 new를 발견하는 기쁨이 문득 그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때론 아껴서 읽을 때도 있지요..^^ 그분과의 대화에 개입하는 경운기 털털거리는 소리와 활시위의 묘사가 꽂힙니다. 가슴한복판에...어김없는
하루 시작 알림과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시작되는 자신의 일상의 삶에 경종이 되었습니다.
어린왕자님! 어느 기도 형식을 붙잡든 오래 지속하고, 몸에 배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제게는 예수기도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일하면서, 놀면서, 잠자면서, 밥을 먹으면서도 바칠 수 있는 기도, 심장으로 드리는 기도, 그게 바로 예수기도인데 꽤 오랫동안 익혀왔고, 그 속에서 얻은 기쁨도 말할 수 없이 크답니다.
상록수님! 곁님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즐겁습니다. 오솔길을 걸으며 함께 대화를 나누는 듯하거든요. (주여, 제가 오해한 것이 아니기를!) 지칠 때도 있지만, 곁님의 격려와 위로가 빛의 화살이 되어 제 마음에 꽂힙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빛(의 화)살을 많이 받는 하루 되세요.^-^**
빛의 화살이 목사님의 배려에 마구 꽂힙니다. 그려~ 빛이라 함은 말씀의 귀 기울이란 속뜻이겠지요. 오솔길의 유익한 공간이 운영진의 어려움을 수반하고 있음을 늘 생각하고 있답니다. 빛의 화살 반사, 반사~~
목사님 저는 천주교신자이지만 목사님의 자료실의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토마스 머톤의 마음의 기도도 퍼가고 지금 목사님의 기도소리가 제마음에 와서 평화로이 꽂혀집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