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 Design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안응영 씨
재활용센터 가구로 꾸민 모던&정크 사무실
압구정동과 청담동 사이에 위치한 안은영 씨의 사무실. 실내 인테리어 사무실과 수입 가구 전시장을 겸한 공간으로 외벽을 헌 뒤 사면 모두 통창을 냈다. 화이트와 실버, 메탈과 유리 소재를 사용해 모던 컨셉트로 꾸민 공간. 그 공간에는 수입된 메인 가구들과 느낌이 다른 의외의 가구들이 꽤 많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정크 스타일의 의자와 낡은 나무로 엇비슷하게 세워진 파티션, 화물 운송용 박스들이 그것. 인테리어 코디네이터 출신인 안은영 씨가 오래전부터 하나씩 주워오고, 재활용센터에서 헐값에 사들인 중고 가구들이다. 가구를 고르는 안목, 특유의 손재주로 다듬고 칠하기를 반복해 DIY하거나 원래의 낡은 모습 그대로 배치한 것. 새 가구는 더욱 새것처럼, 헌 가구는 더욱 오래된 것처럼 연출해 모던과 정크 스타일이 공존하는 새로운 감각의 공간이 탄생한 것이다.
1 사무실 현관 앞, 재활용 의자로 만든 오브제
현관문 바로 앞에 놓인 의자.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이곳이 인테리어 사무실임을 알리는 오브제이다. 블랙&화이트의 모노 톤, 강한 워싱이 들어간 의자에 얼룩말 무늬 패브릭을 걸쳐 마치 근사한 조형물을 보는 듯한 느낌. 이 의자는 2년 전 중구 재활용센터에서 5천원에 구입한 것. 90년대에 한창 유행했던 하이그로시 소재 의자를 사포로 긁어내고 흰색 아크릴 물감을 칠한 다음 다시 워싱으로 마무리해 DIY한 것. 처음 이 의자를 골랐을 때 라인과 컬러는 마음에 들었으나 심하게 삐걱거려서 더 이상 의자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때문에 헐값에 구입할 수 있었고, 용도를 변경해 이처럼 오브제로 활용하고 있다. 의자 옆에 쌓아둔 박스는 황학동에서 1만원에 구입한 미 군용 박스. 2개를 쌓아올려 팩스 선반으로 사용하고 있다.
2 폐어항으로 만든 미니 화단
사무실 안쪽, C..S Design의 사장 자리 앞에 마련된 손님 접대용 테이블이 있는 공간. 소파 옆 통창으로 외부의 복잡한 풍경이 보이지 않도록 파티션을 놓았고, 그 옆에 미니 화단을 놓아 싱그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인조 보리수를 꽂아 미니 화단으로 쓰는 바퀴 화분은 원래 신주 소재의 어항. 중구 재활용센터에서 다른 중고 가구를 구입하면서 덤으로 얻은 것이다. 어항의 경우 유리가 깨지고 물이 새면 활용도가 0%로 떨어지기 때문에 거의 공짜로 구입할 수 있다. 신주는 고급 주택의 문이나 난간에 사용되는 고급 소재이고, 녹이 슬어 색깔이 변해도 앤티크한 느낌을 내기 때문에 단번에 얻어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또한 다리도 길고 바퀴가 달려 있어 디자인, 활용도 면에서 대만족하면서 쓰고 있는 안은영 씨의 애장품.
3 셰비시크풍으로 변신한 이탈리아 크렉 가구
인테리어 디자이너 안은영 씨의 책상. 한때 ‘이탈리아 가구’라고 불리며 인기를 누렸던 크렉 가구에 흰 칠을 한 뒤 손잡이만 바꿔 사용하고 있다. 크렉 가구는 색이 갈라진 것 같은 칠에 화이트, 핑크 톤의 꽃무늬가 새겨진 종류를 지칭한다. 다소 촌스러워 보이지만 색깔과 문양을 가리고 보면 곡선이 군데군데 들어 있어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곡선 모양의 책상다리가 달려 있기 때문에 무거워 보이지도 않는다. 또한 화장대 겸 수납장 용도라 폭이 좁고 길이가 긴 것도 장점. 공간을 적게 차지하면서 넓게 사용하기에 딱 좋았다. 책상은 다른 가구에 비해 손때가 많이 타기 때문에 아크릴 물감 대신 밀착력과 코팅력이 좋은 ‘젯소’를 칠해 리폼했다. 사무실 전체의 모던한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메탈 프레임의 의자를 놓아 사용하고 있다. 이 크렉 가구는 중구 재활용센터에서 거금 8만원에 구입한 것. 처음 살 때는 다른 가구보다 비싸다고 생각했으나 배달된 뒤 보니 ‘리오 가구’ 제품이었다. 재활용센터에서 구입하는 중고 가구라도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면 튼튼하고, 디자인면에서도 훨씬 완성도가 높다.
4 모던 가구를 돋보이게 하는 앤티크 테이블
바르셀로나 체어와 블랙 가죽 3인용 소파가 놓은 모던한 공간에서 잿빛 나무 테이블이 유독 눈길을 끈다. 이 테이블은 원래 전통 혼례를 할 때 혼례상으로 쓰이던 높은 탁자였다고. 옻칠한 붉은 나무 느낌, 사람 가슴 높이의 키 큰 테이블을 쇠솔로 밀어 칠을 벗긴 다음 회색과 흰색 아크릴 물감을 발라 앤티크 느낌을 낸 것. 처음에는 많이 낡아 흔들거렸는데, 다리를 낮게 잘라내고 나니 흔들거림 없이 튼튼한 티 테이블로 변신했다. 모던한 가구와도 구김없이 잘 어울려 공간을 빛내주는 조연 가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혼례상은 황학동 한국 앤티크 숍에서 구입. 흥정 끝에 1만5천원에 구입했다.
목동, 안영희 씨 댁
통나무 떡판을 티 테이블로
유럽 앤티크와 미국식 클래식 가구로 꾸며진 안영희 씨의 주상복합 아파트. 현관의 한쪽 벽면과 식탁 벽면에 화려한 포인트 벽지를 붙였을 정도로 인테리어 감각이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ㄱ’자 시스템 소파와 테이블이 놓인 거실 앞 공간에 놓아 둔 좌식 테이블.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나무 질감과 아름드리 나무의 나이테가 그대로 드러난 이 테이블의 용도는 원래 떡판이었다고. 남편의 지방 근무를 따라 대구에서 5년 정도 살다가 서울로 돌아올 때 이웃에게서 선물 받은 것이다. 대구의 고가구상에서 구입한 떡판을 친구가 티 테이블로 용도를 바꿔 사용했고, 그것을 그 용도 그대로 물려받은 것. 오래된 느낌, 나무의 질감이 서양 가구와 어우러져 의외로 분위기 있는 거실을 연출하고 있다. 떡판의 높이가 50cm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티 테이블로 사용하기엔 조금 낮았다. 떡판 아래에 책을 쌓아 받치고, 그 위에 미니 카펫을 덮어 사용하고 있다.
화곡동, 최정아&최현숙 씨 댁
원목 식탁 의자, 화초 장식대로 용도 변경
목동에서 꽃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최정아&최현숙 자매의 아파트. 시들거나 병든 화초가 있으면 모두 집으로 가져다놓기 때문에 아파트 베란다는 그야말로 작은 온실, 미니 정원 같았다. 덕분일까, 베란다와 맞닿은 산자락의 초록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초록색 병풍을 두른 듯 거실 풍경이 시원했다. 워낙 화초와 화분의 종류가 다양하다보니 꽃 피는 시기도 가지가지. 자매는 계절마다 꽃이 피는 제철 화초를 하나씩 거실 안으로 들여와 꽃과 향기를 감상한다. 이때 화분 선반으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원목 의자는 친구에게서 받은 것. 친구가 버리려던 의자 중 2개를 얻어와 하나는 꽃집에 두고, 하나는 집으로 들여왔다. 원목 소재라 어떤 화초의 그린 컬러와 잘 어울리고, 등받이 장식을 따라 덩쿨 식물이 타고 자랄 수 있어 더욱 유용하다. 요즘은 한창 꽃대가 올라오는 사랑초를 의자 위에 올려놓고 감상 중. 밤에는 잎을 오므리고 낮에는 나비처럼 잎을 펴는 사랑초를 잘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2~3개의 화분을 한꺼번에 들여놓을 때 다단계 수납 선반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도화동, 김정미 씨 댁
앤티크 콘솔, 소파 뒤 장식 선반으로 재활용
얼마 전 새 아파트에 입주한 새내기 맞벌이 주부 김정미 씨의 27평 아파트. 젊은 주부답지 않게 화이트 가구 대신 앤티크로 신혼 가구를 선택, 집을 우아하게 꾸몄다. 앤티크 가구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거실에는 3인용 소파와 1인용 의자, 테이블만 들여 심플하게 꾸몄고, 살면서 하나씩 가구를 추가할 생각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미혼인 친구가 집을 개조하면서 쓸모 없게 된 가구를 버린다기에 얻어온 것이 바로 사진 속의 이 콘솔. 화장대 용도로 사용하던 콘솔이 정미 씨의 거실로 오게 된 것이다. 발레리나 모양의 다리, 소파 높이와 잘 어울리는 디자인이었지만 리프로덕션 제품이기 때문에 거실 전면에 배치하기보다 1인용 의자 뒤에 두고 수납 겸 선반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서랍이 있어 간단한 메모지나 영수증을 수납할 수 있고, 선반 위엔 가족 사진과 스탠드를 올려 장식 효과를 주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 씨의 쿠킹 스튜디오
앤티크 장, 수납장 겸 파티션으로 활용
잡지판에서는 감각파로 유명한 노영희 선생의 쿠킹 스튜디오. ‘대접시 활용 아이디어’ 칼럼을 촬영하기 위해 6개월 만에 찾은 사무실엔 새 가구가 들어와 있었다. 자연스러운 나뭇결과 은은한 광택을 지닌 한 짝짜리 장. 한눈에 보아도 고가임을 알 수 있는 오리지널 앤티크 가구였다. 그 속을 열어보니 선반이 있어 2단으로 분리되어 있고, 아래에는 서랍이 있어 꽤 실용성이 높아 보였다. 이 장롱 속에는 테이블 클로스와 매트, 앞치마 등이 빼곡히 수납되어 있었다. 알고보니 이 가구 역시 이미 전주인에게는 필요 없어진 가구로, 최소한의 사례를 하고 주워오다시피 한 것. 식사하러 들렀던 레스토랑 마당에 거의 팽개쳐져 있던 가구였다. 이 가구의 용도를 물어보니 레스토랑 사장이 디스플레이 용도로 유럽에서 구입해 들여온 것인데 덩치가 너무 커서 들여놓지 못한 것이라고. 그래서 운송비조로 거금 1백만원을 내고 쿠킹 스튜디오로 들여왔다. 다른 가구에 비하면 엄청나게 비싼 가격이지만 유럽 오리지널 앤티크 장은 어디에서도 1백만원에는 살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헐값에 사온 셈이다. 원목 바닥에 실버 톤의 주방 기기들이 빌트인된 다소 차가운 공간에 앤티크 장 하나가 들어감으로써 훨씬 힘있고 따스한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스튜디오 입구에 두고 수납장으로 쓸 뿐만 아니라 복잡한 선생님의 작업 공간을 살짝 가려주는 파티션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라모베, 김 경 씨 의 사무실
주워온 자개 화장대에 디스플레이한 액세서리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경 씨. 지난 봄 ‘동남아 앤티크’ 칼럼 촬영을 위해 그녀의 집을 방문했을 때 봤던 자개 화장대를 이번 칼럼을 받자마자 떠올렸다. 30년도 훨씬 넘은 탓에 경첩과 장식이 녹슬어 튼튼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개 고유의 광택과 키 큰 거울이 달린 디자인은 예전 그대로였던 자개 화장대. 마치 고가의 오리엔탈 앤티크 가구를 보는 듯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삼성동 부근에 있는 그녀의 아파트, 아침 출근길에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두는 곳에서 화장대를 발견하자마자 주워온 것이라고 한다. 3개월이 지난 지금 화장대는 라모베 사무실로 옮겨져 액세서리 디스플레이용 선반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얼마 후 분당 삼성플라자에서 열릴 액세서리 박람회에 참가할 계획인데, 그때 이 화장대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라고. 화려한 컬러와 액세서리의 반짝임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이만한 것이 없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자료출처....미즈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