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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황우석 교수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연구원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황우석 교수가 연구원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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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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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언론 플레이'가 절정에 달했다.
황 교수는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애국심에, 심지어 자신의 불행했던 개인사까지 끄집어내며 국민의 감성을 한껏 자극하려고 했다.
황 교수가 가장 애용한 단어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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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이 열리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국내외 취재진 약 150여명이 몰려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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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 약 67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그가 유난히 자주 사용했던 단어는 '대한민국'이었다. 그는 그 단어를 기자회견문에서 한번 사용한 것을 비롯해 모두 8번 사용했다. 하지만 '우리' 등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단어까지 합치면 그보다 훨씬 많았다.
"차라리 배양이 안 됐다고 그냥 이야기할 것이지, (미즈메디병원이) 지금에 와서 대한민국을 수치로 몰아넣고 전세계에 파문을 부를 행위를 왜 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김선종 연구원에 의해 꿈에도 그릴 수 없는 멋진 결과가 나왔을 때, 나는 이제 대한민국의 미래가 열렸구나 하고 가슴 벅찼습니다."
"우리는 미쳤었다. 일에 미쳐봤습니다. 오직 이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없을까 그거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원들은) 기술 아니라 정신까지도 대한민국이 간직해야 할 정말 소중한 재산입니다."
"우리 국민들의 피땀어린 세금으로 이룩한 기술이 결과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의 앞날을 밝혀주고 이끌어주는 데 윤활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칼이 필요하다면 저를 향해 내리쳐 주십시오. 이제 여기서 끝내고 대한민국의 과학을 위해 여태껏 내게 주셨던 애정을 다른 훌륭한 과학자에게 아낌없이 보내달라."
사실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는 황 교수의 전매특허였다. 황 교수는 지난 2004년 2월 18일 미국에서 <사이언스> 논문을 발표한 뒤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2010년께 꽃을 피울 생명공학 기술의 고지 위에 태극기를 꽂고 돌아왔다", "스카웃 제의가 있었지만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패스포트(여권)를 가지고 있다"는 말로 국민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다.
'애국'이라는 배경에서 잉태된 '황우석 신화'는 무너지는 순간까지 '대한민국'이라는 단어에 기대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철저히 낮추고, 뜻을 같이 한 사람은 각별히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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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황우석 교수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연구원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대 조사위원회 최종 조사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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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 황 교수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 김선종 연구원 등 '바꿔치기' 당사자로 자신이 지목한 핵심인물들에 대해 "지금도 노 이사장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가득합니다", "김선종 연구원은 개인적으로 성실한 분"이라고 치켜세우는 여유를 보였다.
황 교수는 노 이사장 및 문신용 서울대 교수와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나는 그렇게 모진 성격이 아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노 이사장이 없던 일까지 만들어내며 나의 인격과 모든 것을 폄하했다"고 따끔한 한 마디를 잊지 않았다.
황 교수는 기자회견 내내 "정부와 국민에게 진 빚을 다 갚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 "여러분을 올려다볼 자격과 힘도 없다", "나의 남은 생은 반성과 회한 뿐"이라며 자신을 철저히 낮췄다.
"도덕적 흠결이 너무 큰데 어느 누가 내 호소에 귀를 기울이겠냐"고 반문한 것은 역설적으로 "자신을 믿어달라"는 강력한 호소로 비쳐졌다.
반면, 황 교수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각별한 후의를 드러냈다.
"여기에 있는 이분들… 저와 함께 미쳤던 대한민국의 소중한 인재들이다. 각자 흩어지면 다른 나라에 가서는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기술 아니라 정신까지도 대한민국이 간직해야 할 정말 소중한 재산이다."
"모든 화살은 저 한사람으로만 모아달라. 이병천·강성근 교수와 연구원들은 나를 믿고 일한 죄 밖에 없다. 나처럼 연구결과가 진실인 줄 알고 밤잠을 지새웠다. 2006년 첫번째 임상실험에 돌입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 서울대병원 임상팀, 한양대 황정혜·박예수 교수, 위험을 무릅쓰고 난자채취에 적극 응해준 한나산부인과 장상식·구정진 원장… 이분들은 아무 죄 없는 분들이다. 그분들에게 갈 손가락질은 나를 향한 화살로 돌려달라.
그러나 황 교수는 "논문의 허위 데이터는 사실이며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논문조작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상호 모순된 말을 하기도 했다.
황 교수가 "큰 틀만 정해주고 거기서 나오는 최종 데이터만 받아봤다", "(줄기세포의) 진실성을 진단할 안목이 없었다", "진실하다고 믿는 사람의 얘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성격"이라고 말한 것도 그동안 영광과 찬사를 독차지해온 '최고 과학자'로서 무책임한 처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눈물 호소에 불행한 개인사까지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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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황우석 교수가 감정에 겨운 듯 눈물을 흘리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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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의 신문 양계탁 |
| 황 교수는 "가정을 포함한 모든 것을 학문에 던지는 바람에 첫번째 아내와 헤어지게 됐다"고 개인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황 교수는 기자회견 말미에 "오늘 감정을 표출하지 않기로 (마음을) 다잡고 왔지만, 더이상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염치가 없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황 교수는 기자회견 도중 자신의 뒤편에 연구원들을 도열시키기도 했다. 정당 대표들이 '중요 시국'에 기자회견을 할 때 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배경으로 세우는 '병풍 효과'를 연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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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 드러낸 황 교수팀 연구원들 24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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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회견 내내 황 교수 양 옆으로 병풍처럼 늘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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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황우석 교수 기자회견장에는 24명의 연구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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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 그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12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이들이 공개적인 자리에 대거 모습을 드러낸 건 이 날이 처음이다.
오전 10시30분께 황 교수와 함께 회견장에 들어선 연구원들은 회견 내내 황 교수 양 옆으로 일렬로 서거나 앉아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연구원들은 외국인 두 명을 포함한 24명. 이들은 나갈 때도 황 교수와 함께 자리를 떴다.
침통... 눈물... 황 교수 경호 역할도
일부 여성 연구원들은 기자회견 내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황 교수는 이들 연구원들에게 "실력과 마음자세 모두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뛰어난 인재들"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황 교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일부 연구원들의 등을 두드려 주며 위로했다. 연구원들은 기자들에 둘러싸인 황 교수가 회견장을 빠져나가 프레스센터 앞 인도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테라칸 승용차에 오를 때까지 길을 텄다.
이에 일부 기자들이 "취재 방해가 아니냐"고 항의해 작은 실랑이도 벌어졌다. 연구원들은 황 교수가 떠난 뒤 기자들의 질문이 잇따랐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프레스센터를 떴다.
이중 김수 연구원만 기자회견 도중 사용된 난자 수에 대해 부연 설명을 했는데, 연구원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발언이었다.
지지자들 "황 교수 연구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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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몇 연구원들이 황우석 교수의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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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
| 황 교수의 기자회견이 끝나는 순간 10여 명의 지지자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박사님 파이팅!", "황교수님 힘내세요!"를 외쳤다. 이들도 황 교수를 둘러싼 기자들을 밀치며 경호에 앞장섰다.
인터넷 카페 '황우석 난자기증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이현씨는 "지금 난자를 제공하겠다는 여성이 1000명이 넘는다, 황우석 교수님의 연구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정하균 한국척수장애인협회 회장도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여전히 황우석 교수를 지지한다, 작은 실수로 황 교수의 연구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정식 활빈단장은 "황우석은 끝없는 거짓말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쳐 눈길을 끌었다.
황 교수측, 빔프로젝터 설치 요청했지만 사용은 안해
한편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황우석 교수측 요청으로 빔 프로젝터가 설치됐지만 실제 사용되지는 않았다. 일부 언론은 황 교수팀이 지난 11월 이후 배양한 줄기세포를 직접 시연할 것이라고 보도했지만, 이 역시 빗나갔다.
김성룡 한국언론재단 경영지원팀 부장은 "어제(11일) 황 교수 측이 대관 신청을 하면서 빔 프로젝터 설치를 요구했는데, 무슨 목적으로 설치를 요구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당초 무균돼지 등 자신의 연구성과 등을 영상으로 보여줄 계획이었으나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시연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날 아침 8시경 서울 논현동 황 교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시연에 쓸 예정이던 컴퓨터 파일까지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 박상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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