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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에 초대합니다. 고창 선운사 글/사진: 이종원
배 고프면 밥을 찾듯이 겨울이 되면 자꾸만 설경이 아른거린다. 일본 영화 '러브레터'에서 눈보라 속에 주인이 외치는 '오갱끼데스까' 가 그리워진다. 그곳은 메마른 도시의 아파트에 사는 40대 중년남자의 이상향이라고 하면 너무 유치할까. 그러나 나이 먹을수록 자꾸만 그러고 싶으니 어쩌란 말인가. 그런 영화속 장면을 만나려면 전라도 해안지역을 찾으라. 예전엔 백두 대간 강원도 산골에 눈을 많이 보았지만 요즈음은 설악산, 태백산에 올라도 쌓인 눈을 보기란 쉽지 않다. 환경문제와 영향이 있지 않나 싶다. 차라리 그런 눈을 만나려면 정읍, 부안, 고창쪽을 가야 한다. 서해에서 생성된 수증기가 북태평양 고기압을 만나 이곳에 엄청나게 눈을 뿌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은 자주 오지만 낮이면 다 녹아버리기 때문에 눈 오는날에 추운 날을 골라 ...그곳을 가야 원하는 그림을 만날 수 있다. 며칠 전북지역 눈소식을 눈여겨 보았다가 하루 전날 가기로 결정했고 다음날 새벽 3시 어둠을 뚫고 아버지를 모시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와 동행하는 이유는 내 차로 도저히 눈길을 헤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부자간의 대화를 나누기에는 여행만큼 더 좋은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선운사에 도착했더니 눈이 쏟아진다. "5일째 눈이 내려요. 눈 치우면 또 내리고....눈이 왠수여" 갑자기 명태가 생각난다. 눈 맞고 녹이고를 반복....눈 치우는 일은 순전히 이곳 사람들의 몫이다. 식당아줌마의 푸념에 행복한 미소를 감춘 채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흥분을 억제하느라 혼이 났다.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 날에 말이예요. 송창식은 '선운사'란 노래인데 눈오는 날 왔으면 가사가 바뀌지 않았나 싶다. 선운사는 화끈해서 좋다. 봄에는 선홍빛 동백을, 여름에는 강한 초록빛의 신록을, 가을엔 시뻘건 꽃무릇과 가을 단풍에 넋이 빠졌는데 겨울은 이 모든 것을 한방에 아우르는 색깔인 흰색이 세상을 평정한다. 어정쩡한 색깔은 선운사에 들어올 생각도 말라. 빨강이면 빨강, 하양이면 하양. 난 화끈한 네가 좋다.
오매 좋은거~ 나목마다 밍크코트를 하나씩 걸쳤다. 이들에게 겨울은 춥지 않은가보다. 세파의 때는 솜사탕 같은 눈과 함께 사라져라. 다리를 건너면서 마음을 정화시킨다.
보기 힘든 중층의 천왕문이다. 휘날리는 눈발에 현판 글씨도 덩달아 춤 춘다.
사천왕상의 발 아래 있는 것이 악귀뿐 아니라 탐관오리, 음탕녀까지 있다. 전봉준이 태어난 곳이 고창이니만큼 탐관오리에 얼마나 시달렸겠는가? 쌀이 많이 나오는 평원에 비리도 따라오나보다. 사천왕상 발아래 여인네의 저 강렬한 눈빛이 문밖 설경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측은하게 보인다. 선운사는 참 묘한 절이다. 동백꽃(정결한 여성 상징)도 그러하고, 정력의 상징인 풍천장어도 그러하고, 정력술 복분자술도 그러하다. 어쩌면 서정주도 막걸리집 여자의 목쉰 육자배기를 읊었는지도 모른다.
천왕문에서 바라본 만세루는 한 폭의 그림이다.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석등을 세워놓은 것이 아쉽다.
눈 내릴수록 기쁨도 차곡차곡 쌓인다. 내가 꿈꾸던 그런 그림이었다.
대웅전을 향하는 스님이 그렇게 멋있어 보인 적은 없었다.
눈발이 요동친다.
선운사 동백숲. 동백꽃은 피지도 않았고 눈꽃만 대롱대롱~
한참을 눈 맞으면서 이 장면을 지켜보았다.
엄청나게 쏟아진다. 좋아~
총총걸음
눈은 쏟아지고 있는데~ 저 멀리 하늘은 밝아진다. '맑은날 눈이 펑펑 쏟아진다.' 이런 얘기하면 미친놈이라고 하겠지.
우직한 만세루가 좋다. 미안하지만 총총걸음하는 스님은 사진의 조연~
만세루의 용마루와 뒷산의 산마루의 선이 흡사하다.
스님도 신이 나셨다. 몰래 보았는데....펄쩍펄쩍~
강아지도 좋아한다. 세상에 이런 보시가 어디있는가?
고로 신은 위대해.
기둥도 트위스트를 추고 있는 것 같아~자연이 주는 선물에 모든 사물이 축제
목이 마르다. 선운산 깊은 속내에서 퍼올린 약수에 눈을 한웅큼 타서 한 잔 들이키고~ 설탕을 넣었건만~ 달지 않는 설탕. 내가 넣고 싶어서 넣었나.
작은 문 너머의 풍경에도 머리를 숙여 감사한다.
갑지가 해가 나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난다. 우직한 돌쇠의 만세루의 기둥에 기대고 싶고....
지붕선 닮은 산세도 선운사와 하나가 되었다.
오늘만은 스님이 대학생 같다. 어여쁜 여학생을 힐끗 쳐다보는 남학생도 보이네.
저 다리를 건너면 피안의 세계라고...천만의 말씀.. 온 세상이 불국토다.
선운사의 작설차밭. 하얀 설탕을 뿌려 놓은 것 같다.
곰소항 청요리집 해물 우동의 면발처럼 보인다.
영화에서 보았던 설국 같아. 오갱기데스까~
이 와중에 산에 오르는 사람은 너무 부러워.
도솔암에도 눈이 왔어요. 푸른빛을 잃지 않는 대나무
폭설속에서도 꿈쩍하지 않는다.
내원궁 가는 길
40여m 깍아지는 암벽이 새겨 있는 이 암각여래상은 우리나라 최대의 마애불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귀가 유난히 길고 꽉 다문 입술이 보통의 온아한 부처상과는 달리 얼굴에 심술이 잔뜩 묻어 있었다. 부처님이야 사천왕상이야.
이는 신라말이 후 누구나 수양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선종의 영향을 받아 지방호족들의 자화상적 이미지를 가미한 것이다. 대역사가 이루어진 불상이다. 여래상 머리위에 보호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구멍이 나있고, 부러진 나무가 박혀있었던 흔적이 보인다. 배꼽 부위에 땜질한 흔적이 보이는데 이것이 유명한 '석불비결' 이다. 명치 부위에 네모난 서랍이 파여 있는데 보통 불경, 불화 등의 문서를 같이 봉안하는 감실이다. 그런데 그 부처님 배꼽 속에 신기한 비결이 들어 있어서 그 비결이 나오는 날 한양이 망한다는 유언비어가 퍼지게 된다. 전라감사 이서구가 부임하여 선운사에 이르러 석불의 배꼽을 떼고 그 비결을 내어보려는데 뇌성벽력이 일어나 첫머리만 읽었다고 한다. '전라감사 이서구가 열어본다" 란 글이 적혀 있더란다.
불상도 시원한 얼음 사우나를 즐기고 있다.
대나무 숲길을 지나....
장독대에도
진흥굴. 신라 진흥왕이 말년에 왕위를 물려주고 이곳에 머물었는데 굴에서 자다 꿈속에서 바위가 갈라가며 미륵삼존불이 현신하는 것을 보고 선운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600년된 소나무아래서 시산제를 드리는 산꾼들. "우리 회원들이 금년한해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눈길을 거닐며~ 대장 아버지이세요.
선운사 일주문
백파선사비. 원본은 성보박물관에...모조비다.
오늘은 따뜻하 옷을 입었네. 선운사 부도
삼나무 숲아래 부도비가 자리 잡고 있다.
삼나무아래 차밭
선운사 계곡 설경
대장이 드리는 겨울 선물~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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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야호~~~~ 미끄러운데 잘 다녀오셨군요. 사진이 올라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시요~~~~~~~~~~~~ 얼렁 점심드시고 마져 집필 해 주시와용~~
야호~~여행 가능해지는 3주후 눈 다 녹기 전에 남도에 내려가야쥐~~~~ㅎㅎㅎ.... 점심 맛나게 드시고 오세요~~ㅎㅎ
잘 보고 나갑니다 인덕원 참새의 글도 잘 보고요
대장님아버님 역시 대장님이시군요^^ 배꼽비결이 재미있었습니다. 실제보다 사진이 더 멋있습니다.
사계가 다 멋있는 선운사의 설경이 환상적입니다.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들이 대장님의 사진속에서 한층 빛이 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궂은 날씨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설경구경 원 없시 하고 갚니다
동백꽃 만발할 때 다녀왔는데 설경은 더욱 아름답군요. 덕분에 눈구경 실컷했습니다.^^
설경 선물에 감읍하며 구경 잘 하고 갑니다,웬 보너스~~ 눈구경 원없이 했네요,부자간의 여행 뜻깊은 날이었겠네요
환장 합니다^^*
몇해전 2월에 동백을 보러갔었는데 하나도 않피어서 나중에 다시간다면서 못갔는데 겨울 선운사도 한번 가보구 싶네요
아 ~ 대장님 선물 잘 보았습니다. 선운사 계곡의 설경이 예술입니다.
언젠가 가을쯤에 연세드신 엄마랑 언니랑 가보았어요~겨울의 눈풍경도 아찔하네요...근데 저는 대장님의 댓글이 정말로 아름다워요^^ 시간이 허락치않아서 한번도 참석못했어요...언젠가는..!!!..건강하세욤
언제 다녀 가셨데요? 반갑게 읽고 갑니다.
선운사 정말 가고 싶은 곳인데.....사진으로라도 바라보니 정말 좋네요...고맙습니당~^^
남무 관세음 보살 앉아서 전국을 무료로 돌아보게 하셔서 미안합니다.
가까이 살아도 마음만 있는곳인데..... 부자간의 여행이 참 부럽습니다 ...울엄마 울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환상적인 설경 구경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계절이 아름다운 선운사... 백설이 더욱 멋있는 그곳의 풍경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설경 감상 잘했고요, 환상의 세계에 초대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선운사 !!늘 그리운 그곳... 대장님 덕분에 설경까지 ...항상 감사합니다~~~겅강하세요^^
추워서 고생하셧을텐데~~멋진 모습 담아 보여주셔셔 감사합니다~~~
제게 주신 겨울 선물..환상입니다..가슴이 울렁거려 잠을 못 이룰 것 같아요~~~^^*
마음이 깨끗하게,정화되는 느낌 주셔서 고맙습니다,^^
꽃무릇필때도 단풍들때도 가보았지만 눈올때는 못가봤는데 대장님 덕분에 멋진 설경을 구경하네요 환상의 설경 감사드립니다 부자지간의 모습이 많이 닮은듯하네요~~~^^ 부럽습니다 아버님과 여행을 하실수 있다는것이... 아버님의 건강을 빌며 항상 행복하세요
11일날 선운사 눈 산행을 했지만 대장님의 사진을 보니 다시 한번 대장님의 사진을 따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자세한 설명 감사드려요
아름답습니다.
선운사 겨울하고도 눈내린 풍경이 정말 너무멋지네요!마치 역사를 회상하듯 시적인 설명 너무많을것을 알게해주시고 보게 하여주신데 대하여 ,감사드림니다^^^그런데 대장님 아버님께서 걸어가시는 모습 대장님인줄 알았어요,어쩜 삼대가 붕어빵 같어셔요~~~ㅎ
크!~~~'' 설경초대에 행복해집니다. 감사합니다.
어.. 여태 댓글달기가 안되어 속상했는데 새해가 되니 ㅎㅎㅎ 선운사 다녀온 지 벌써 몇 년이 되었네요. 우리 가족은 여름에 다녀왔는데 지금도 도솔암과 진흥굴에 들러지 못한 채 그냥 온 것이 마냥 서운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그 땐 몰랐어요.. 대장님 덕분에 평화로움을 얻습니다.
고맙습니다. 지금 눈발이 날리고는 있지만 어찌 흡씬 내릴 기미가 없어요. 기설제를 지내야할까봅니다.
선운사는 겨울에만 몇번을 가보았던 곳인데 이런 설경의 멋이 있을줄이야~~ 저도 강아지 처럼 뛰어보고프네요.감사합니다.
잘 다녀 가셨군요...저 눈속에 도솔암까지 가셨네요...
눈 덮힌 선운사, 도솔암 너무너무 아름답습니다. 따뜻한 곳에 앉아서 눈구경 실컷 하였습니다. 감사!!
눈 오는 풍경들이 너무 좋아 행복 해지네요~~~
눈이 없는 고장에서 살다보니...눈을 보면 그냥 좋아집니다. 대장님의 수고로움이 이곳의 제게 행복함을 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설경!!! 선운사, 도솔암 흰 눈옷을 입은 모습이 아름답군요. 이 아름다운 우리의 유산 잘 지켜졌으면 좋겠네요.
너무 아름다워요~~~
역시~선운사군요 설경 넘 아름답습니다~~^^*
멋져부러~~~아름다워요,,,고생하셨습니다,,,아름다운 동행,,부럽습니다,,
넘 부러워요. 눈오는 날 저도 느끼고 싶어요. 눈으로 감상하는 여러 여행후기들 감사해요. 언젠가 저도 함께 여행하고 싶네요. 계속 수고해 주세요. 대장님~~~
눈오는 날마다 ~~~~~~~좋은글과 사진 감사드립니다.
좋은 사진과 구수하고 알찬 글 잘보고 음미하며 갑니다. 건강하세요.(회원님들이 경상도 동남쪽 여행하실때 불러주시면 언제나 떠날 준비되어 있습니다.)
사진이 안 보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