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중심이며 마리아 테레지아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
짤쯔부르크의 이곳저곳에는 천재음악가 모차르트 이야기로 풍성했다. 생가와 그가 다녔던 학원과 학교, 연주했던 성당까지 투어 했다. 시내는 모차르트에 관한 스토리텔링 천지다. 사운드오브 뮤직 촬영지에서도 우리들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비엔나에서나 이틀쯤 머물겠거니 생각했는데 짤츠부르크는 선물처럼 예고없이 다가왔다. 가이드의 설명을 놓치지 않으려고 열심히 따라 다녔을 뿐 현재 내 머릿속은 하얗다. 비는 내려서 을씨년스럽고 내가 쓴 비싼 모자는 바람에 자꾸만 날아가려했다. 카메라와 우산과 백과 모자를 잘 간수하는 일이 번거로워서 짤즈부르크를 다 눈에 담지 못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잠시 불안했다. 우리나라 유명 예술인들의 생가는 천편일률적으로 초가 삼 칸인데 모차르트의 생가는 황금색 빌딩이다. 달리 유럽이더냐. 중세의 유럽 건축에 다시 한 번 감격하나니. 시내를 스칠 때 언뜻 보이는 가게의 패딩은 하나같이 화사한 파스텔이었다. 준비한 옷이 얇기도 하고 카드를 긁더라도 그 걸 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일행들의 꽁무니를 놓치면 큰일이다. 기회를 엿봤지만 자유시간은 없고 나 홀로 쇼핑은 마음뿐이었다. 유럽의 호텔은 동남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작년 서유럽 여행 때도 경험한 터였지만 여기 호텔 소박하다 못해 궁상맞다. 춥고 세수 비누 조차 없는 짤즈부르크의 호텔에서 친구와 옷을 껴입고 완전 무장한 채 잠들었다.
짤쯔컴머굿!
크고 작은 호수가 있는 마을에는 내일모레가 5월인데도 대설이 쌓였다.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고. 가끔씩 보던 유럽 그림의 배경지가 여기로구나 싶다. 지정된 지점에서 사진을 찍으면 호수와 마을의 조화가 기막혔다. 화가 클림트의 고향도 이 근처 어느 마을이라는 생각을 하니 뜨거워졌다.이 호숫가를 찾아 수 많은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어느 글귀를 통해 알았다.십자가 박힌 산의 정상을 향해 굽 있는 부츠를 신고 오르던 순간의 기억이 새롭다. 나는 그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정상의 십자가 아래에서 무언가 엄숙하게 기도해야 될 것 같았다.절집 마당을 들어설 때와 감정이 비슷하다. 아들 얼굴이 찰나 클로즈업되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도와주십사.결혼 문제도 순풍에 돛 단 듯 순조롭기를 .....돌아와서 사진을 정리하려니 짤즈컴머굿에서 찍은 사진이 가장 수적으로 많고 마음에 드는 것도 간 혹 있다.
비엔나에서 만난 제비족 같던 가이드.
껍데기만 보고 평가한 세속적인 판단이었다. 그가 입을 열 때마다 스며드는 미술과 음악, 예술의 전반적 이야기. 오래전부터 준비한 여행인데 예술과 삶을 관조한 가이드를 만났다는 일도 축복이다. 음악의 본고장에서 경청한 저녁 음악회도 감동의 물결이었다. 맨 앞자리의 지정된 좌석에서 나는 영화 속 파티장에서나 보던 유럽의 전형적 귀부인들을 만났다,5~6십대로 보이는 그녀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음악회에 어울리는 옷차림이다 올림머리와 드레스, 진하지 않는 화장으로 조근 조근 대화하며 음악을 경청했다 어떤 여행사는 이런 분위기를 고려해서 제발 아웃도어는 입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여행객에게 은근히 부탁하는 모양이다. 예절과 품격을 중요시한다는 유럽의 음악회에서 우리들도 여행 중이지만 모자를 벗고 외투를 벗어서 맡기는 등의 최소 격식을 차렸다
오스트리아 입성 전부터 파리의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떠 건축한 쉔브른 궁전과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에 관해 나는 관심이 많았다. 그 옛날 학창시절에 세계사 시간에도 한 번씩 들어본 인물들을 현장에서 보고 들으면 앎의 깊이가 독학에 비할까? 마리아 테레지아가 자녀를 16명이나 낳았다는 이력 때문이 아니다. 프랑스의 루이16세와 정략 결혼한 앙리마리아 넷의 어머니라는 사실도 흥미롭거니와 철의 여인이라는 점이다. 전쟁도 불사하고 승리했다. 훗날 빼앗겼지만 국토도 한 때는 거대하게 늘이는데 공헌했다. 오늘 날에도 합스부르가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는 국민들에게 매우 호의적이고 훌륭했던 지도자였다고 칭송, 추앙 된다 적국으로 딸을 사집 보내는 엄마 마음 오죽했을까? 딸이 타국에서 비극적 죽음을 맞을 때 모정은 어땠을까? 우리의 덕혜옹주와 일본 관리와의 정략결혼을 연상케 해서 나는 더 안타까웠다. 지리적으로도 유럽의 중심이지만 한 때는 신성로마제국이었던 훌륭한 민족이기도 하다. 프랑스 여행 때는 앙리마리아넷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그의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가 줄곧 나를 따라다녔다. 바다가 먼 동유럽은 오밀조밀 서로의 국경을 맞대고 있으므로 크고 작은 분쟁도 잦았을 것이란 추측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예쁘고 검소하며 내실 있는 나라다. 내일 우리는 헝가리로 출발한단다.
끝
2018년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