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신문 [명상칼럼]
★ 세월이란 자식이 아버지 밀어내는 것 - 나궁열(전주 송천성당 주임신부) 제 1 차 [2008.01.03]
새해가 밝았다.
2007년 달력을 붙여놓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열두 장의 달력이 다 떨어지고 해가 바뀐 새 달력을 붙여놓았다.
2008년 새 달력을 바라보니 마음도 상쾌해지고 무언가 다시 한 번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의욕이 넘친다.
세월이란 무엇인가? 타임지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책 중의 하나인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에서 논하는 것처럼
시간이라는 것은 철학의 중요하고도 난해한 문제 중의 하나이다.
평범한 범인들이 그러한 난제를 풀어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시간이란 무엇이며 왜 세월이 이렇게 빨리
흘러가는가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싶어 한다. “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그리스 신화에 제우스신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있다.
크로노스가 친아버지 우라노스를 제거하고 그 역시 자기 자식들에게 추방된다는데 이 크로노스가 시간의 어원이다.
그러니까 시간이란 아버지가 자식에게 추방되는 것이다. 아버지는 자식을 낳고 자식은 그 아버지를 밀어낸다.
그 자식은 또 다시 자식을 낳고 그 자식에 의해서 밀려난다. 이것이 시간이다. 이 시간들이 모이면 세월이 되어 흘러간다.
흘러가는 시냇물을 들여다보면 물결 따라서 떠내려가는 물고기들이 있는가 하면,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기들이 있다.
떠내려가는 물고기는 죽어있고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는 살아있다.
마찬가지로 흘러가는 세월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은 죽어있는 사람이고,
세월을 거슬러 사는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살아있는 사람인가?
목표를 향해 정진하는 사람이 아닐까. 자신의 방향을 설정해 놓고 끊임없이 모든 고난을 헤치며 나가는 사람이다.
폭포를 거슬러 뛰어 올라가려는 물고기들을 보라. 이처럼 그리스인들은 허송세월을 보내며 흘러가는 시간을
'크로노스(Chronos)'라고 하고, 목표를 정해서 뜻을 이루려고 정진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카이로스(Kairos)'라고 하여
시간을 두 가지로 나누었다.
새로운 한 해를 다시 맞았다.
작년에 죽은 사람들은 맞이하지 못한 해이기에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인생이란 생명이 붙어있는 한, 죽는 그 순간까지 목표가 있어야 한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혼신을 다해 거슬러 올라갈 목표를 설정해 보면 어떨까. 목표가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지난 한 해 성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 목표를 성취하지 못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흘러가는 시간들이 의미있는 시간들, 생명력이 넘치는 시간들로 바뀌어질수록 세운 목표에 가까워질 것이다.
△ 나궁열 신부는 1976년 대건신학대학교를 졸업하면서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1979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81~85년 가톨릭 매스컴위원회 총무에 이어 전주 숲정이성당, 정읍 신태인성당,
익산 주현동성당, 장수 장계성당 주임신부를 거쳐 현재 전주 송천동성당 주임신부로 일하고 계십니다.
/ 나궁열(전주 송천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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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신부님도 많은 세월의 모습이 보이시네요.항상 건강하시고 사랑받으세요.사랑합니다.
신부님의 '영명축일'과 '회갑'을 진심으로드리오며 모든 교우들에게 하느님의 양식을 채워서 베풀어주신 강론말씀에 늘 고마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영육간에 항상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