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 화성 <궁평 방조제>를 걷다
1. 장마는 끝났지만 비가 더 자주 내린다. 이런 현상은 오래 전부터 반복되는 것같다. 이번 장마는 중부 지방에 상당히 많은 강수량을 보였지만, 남부 지방에는 비가 적었다. 가뭄을 걱정할 정도의 강수량이었다. 현재 내리는 비는 분명 남부 지방 강수량에 도움을 줄 것이라 다행이다. 비가 내리는 화요일, 답사를 떠났다. 이번에는 우중 답사을 위해 구입한 ‘우의’도 지참했다. 우의를 입고 처음으로 답사한 날로 기록한다.
2. 화성 ‘궁평항’은 비가 내리는 평일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휴가철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궁평항 양쪽에 만들어진 방조제를 먼저 걸었다. 거리는 멀지 않지만 바다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길이다. 궁평항을 한 바퀴 돈 후 본격적인 답사를 시작했다. 우의를 입었다. 더웠다. 팔쪽 아랫부분을 분리시킨 후 옷을 단단하게 조여매었다. 조금 덥지만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날씨에는 충분히 몸을 보호해 주었다. 바다와 호수 사이로 연결된 긴 방조제를 향해 걸었다.
3. 비 때문에 우의 윗부분이 얼굴을 가려 풍경은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비바람 속에서 묵묵히 걷는 것 자체가 나름 매력적인 답사였다. 바람에 의해 바다는 요동치고 있었고, 멀리 짙은 구름이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흑백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서해랑과 경기둘레길 모두에 속하는 이 길은 서해의 특징적인 성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갯벌과 바다 그리고 갈매기들의 조화가 걸을 때 함께 한다. 그 속을 묵묵히 걷는다. 날씨가 험하면 풍경보다는 더 쉽게 내면으로 들어간다. 한 쪽이 막히면, 다른 한 쪽이 열리는 것이다. 2시간 넘게 이어진 방조제길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걸을 수 있는 좋은 코스이다. 숲 속 길의 평화로운 위로와는 달리 바닷길의 완벽한 개방성은 항상 홀로 갈 수밖에 없는 삶이라는 길의 성격을 분명하게 강조해준다.
4. 이번 답사의 끝에는 매향리가 있다. 매향리는 한동안 사회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미군의 폭격 훈련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은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누적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매향리 평화 역사관’은 주민들을 괴롭혔던 수많은 폭탄의 잔해로 장식되어 있다. 녹슨 폭탄의 폐허가 굴곡된 역사의 이미지로 탄생한 것이다. ‘고통’은 경험한 사람들 이외에는 쉽게 공감할 수 없는 기억이다.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절규하지 않으면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다. 때론 그러한 절규가 부담스러워 외면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누군가의 고통이 해결되지 않으면, 고통은 결국 다른 사람들도 파괴하는 전염병의 성질을 띠고 있다. ‘고통의 공감’, 이것은 인간이 인간과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다만 누군가의 울분을 그 자체의 감성적인 울림으로만 수용하지 않고, 먼저 냉정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감은 감성의 문제이기보다는 이성의 힘으로 판단된 실천적 결단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댓글 - 숲 속 길의 평화로운 위로 : 바닷길의 완벽한 개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