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KOREA 50K 대회 당일
새벽 3시에 맞춰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마자 몇 시간 전에 사둔 햄버거로 아침 아니, 꼭두새벽 요기를 한다. 이 햄버거라는게, 세트로 나오는 콜라와 감자튀김을 빼놓고 본다면 영양학적으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음식인 것 같다. 높은 칼로리야 뛰고 나면 빠질거고, 간편하고, 맛도 있고, 무엇보다 먹고나면 든든하다. 심지어 해장 기능도 있다는...ㅋㅋ (해장국 없는 동네에서 살 때, 숙취 해소용으로 애용함 ㅎㅎ)
샤워하고, 물병에 물 담고, 빠진 거 없나 다시 한번 확인하고(그랬음에도 나중에 보니 중요한 거 하나를 빼먹고 왔다 ㅠㅜ) 숙소를 나섰는데, 조금 여유를 부렸나 보다. 새벽 4시가 살짝 넘었다. 어제 오리엔테이션 땐 새벽에 택시가 잘 잡힐거라고 했는데, 막상 거리에 나와보니 다니는 차가 없다. ^^;; 카카오 택시도 응답이 없고... 동두천중앙역까지 나와 한참을 기다리는데, 아무래도 늦을 거 같다. 대회장까진 대략 2키로 정도 된다고 했으니 뛰어가 볼까 하는데, 깜깜한 밤에 맘이 급하니 방향도 못 잡겠다. 한참을 헤매다가 이제 막 영업을 준비하는 택시 한대가 보인다. 간신히 잡아타고, 동두천 종합 운동장으로... 4시 40분 도착.
출발전 대회장 풍경
2018 KOREA 50K 참가자들 (출처: Korea 50K 홈피)
벌써 많은 주자들이 긴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어제 배번 확인하면서 보니 58K 참가자는 총 643명. 물론 참가 신청자 기준이라 실제 참가자는 더 적을 수 있지만, 왠만한 지방 마라톤 대회 풀코스 참가자보다 많은 수이다. 같은 나라에서, 또는 같은 지역이나 클럽에서 온 지인들끼리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찍어주는 모습이 괜시리 부럽다. 나도 옆사람에게 사진 한장을 부탁하고, 스트레칭으로 간단히 몸을 풀고 있는 사이 벌써 출발 시간인 5시가 되었다.
출발 ~ CP1 (구간 11.5km, 합산 11.5km) 난이도: 보통
정각 5시, 사회자의 출발 신호와 함께 600여명의 주자들이 운동장를 빠져나간다.
새벽이라 그런지, 아니면 그냥 느낌인지 어제보다 공기가 조금 덜 텁텁하게 느껴지지만, 일기예보상 오늘이 올해 들어 가장 덥고, 미세먼지와 오존지수까지 최고치에 이른다고 하니 3중 악재이다. 건강하기 위해서 달리는 건데, 과연 이런 날에 달리는 것이 얼마나 건강에 도움이 될까 싶다.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중에도, 몸은 산길 진입 전 최대한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부지런히 앞으로 달려나간다. 1키로 정도 도로를 달린 후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대회 당일 기온 12~26도. 미세먼지 나쁨 ㅠㅜ
맨 처음 오르는 산은 200m 야산. 주로가 야자매트로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는 것을 보니, 동네 주민들이 즐겨찾는 산책로 분위기이다. 초반이라 병목현상도 좀 있고 줄지어 달리니, 속도를 낼 필요도 없고, 낼 수도 없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라 헤드랜턴을 켜고 달리지만, 도시 불빛 때문인지, 여명탓인지 랜턴 없이도 충분히 달릴만 하다. 헤드랜턴이 필요 없어질 무렵, 첫번째 산인 칠봉산(513m)를 오르기 시작한다. 첫번째 CP까지 목표 시간은 총 2시간 10분.
코스 고저도
칠봉산 중반 정도를 올라가니 이제 주자들 간격이 조금씩 벌어진다. 이번 대회는 오르막에서는 무조건 스틱을 사용하기로 했는데, 덕분에 날렵해뵈는 앞 주자들을 놓치지 않고 잘 따라간다. 제주 대회때는 돌밭길이라 고생을 했었는데. 이번 대회는 임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로가 모래가 많이 섞인 흙길 위로 두터운 활엽수 낙엽이 덮여있는 산길이라 발이 편하다. 능선에서는 달리기 더없이 좋지만, 급경사의 오르막이나 내리막에서는 미끄러짐을 조심해야 한다. 덕분에 오르막에서 스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낙엽길. 대회 중간중간 사진을 많이 찍어준다.^^
칠봉산 정상 무렵. 자욱한 미세먼지에 갇힌 동두천시가 희미하게 보인다.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칠봉산을 올랐는데, 정상을 지나자마자 앞에 주자들이 무섭게 사라지기 시작한다. 내리막 경사도가 거의 40~50도 되는거 같은데, 그 미끄러운 길을 날듯이 달려간다. 난 미끄러질까봐, 혹 낙엽속 돌부리나 숨어 있을까 스틱을 움켜쥐고 엉거주춤 내려가는데, 남여 주자 할 것없이 부지런히 추월해 지나간다. 심지어, 여성 주자 한 분은 옆을 지나면서 한 마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