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2008.6.27.금요일.맑음
*산행구간:호남2구간(슬치-경각산-오봉산-운암3거리)
*산행시간:13시간10분(도상26km)
영등포역(18:18)-전주역(21:58~모텔숙박)/(04:25택시)-슬치(04:45)
슬치(04:50)-갈미봉(06:25)-쑥재(07:28)-경각산(10:00)-불재(10:45)
-영암부락재(13:55)-520봉(14:30)-오봉(16:20)-운암3거리(18:00)
운암3거리(18:35)-전주(19:10)-익산역(19:58)/(20:32)-행신역(23:04)
(전주의 중앙로를 따라 올라가 24시간 뼈다귀해장국집에 들어가 저녁과 아침을 먹었다)
*후기
전주는 참 괜찮은 도시 같다.
전주역에 내려 시내를 바라보면 쭉 뻗은 대로가 시원하다.
역 앞 횡단보도를 건너 중앙도로를 따라 5분정도 걸어
여기저기 하룻밤 묵을 모텔들을 둘러보았다.
24시간 해장국집에 들어가 저녁을 시켜놓고 창밖을 보니
큰 길 건너 모텔들의 네온이 이국의 성처럼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하여튼 24시간 식당에 들어가 저녁을 먹으면서 새벽4시에 다시 올테니 도시락을
싸달라고 주인아주머니에게 부탁을 했다.
(일회용 도시락이 없다고 하면서 난색을 표하지만
'아이고~싸줘야 할것 같아.할 수 없지 뭐...' 하는 웃다가 그만둬 버린
희미한 표정을 어렴풋이 읽을 수 있었다.
다음날 내가 밥 먹는 동안 옆집식당의 진공포장기를 빌려
이쁘게 도시락을 싸주었다
정성이 얼굴에 배어있어 진짜 고마움을 느꼈다.
“감사해요 아주머니! 담에 또 들릴게요~”
나는 흐믓한 미소를 지며 식당을 나선다)
그리고 중앙통의 큰길을 건너 모텔촌으로 들어간다.
군데군데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도 두 군데 보인다.
간식거리는 새벽에 나올 때 이곳에서 준비하면 될 것 같다.
모텔들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가 이곳저곳 기웃기웃하면서 보니
간판에 <숙박은 2만냥, 비숙박은 만냥>
주차장이 갖추어진 번듯한 모텔치고는 값이 싼 것 같다.
하여튼 기분이 좋고, 이런 식의 간판은 처음이다.
산행을 하기위해 하룻밤 숙박하기 위해 전국 어디를 가 봐도
숙박비를 붙여놓은 모텔은 처음이다.
서로 경쟁을 하는지 옆에 있는 모텔도 그런 식으로 가격을 붙여 놓았다.
소비자들에게는 아주 좋은, 구미에 맞는 광고간판이지 싶다.
××모텔 303호에 들어가 여장을 풀고 사워를 하는데 마누라에게 전화가 왔다.
이럴 때 전화가 오면 참 난감하다. 약간 귀찮아지기도 하면서 전화를 받는다.
밥 먹고 방 잡느라 전화를 못 드렸다. 등등~
“빨리 끊어!”
늦은 밤인데도 날씨가 후텁지근해서 잠시 에어콘을 틀었다.
침대에 누워 TV를 보는데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것처럼 바로 잠이 쏟아졌다.
달게 잔 것 같은데 눈을 떠보니 새벽 3시40분이었다.
아주 적당한 시간에 눈이 떠진 것 같다.
주섬주섬 보따리를 매고나와 저녁 먹은 식당에 가서 해장국을 먹고
싸준 도시락을 들고 밖으로 나오니 예약해둔 택시가 기다리고 있다.
슬치까지는 약20분이 소요되었고 미리 협정한 15000냥을 주었다.
기사님은 슬치에 군부대가 있어 산에 오르지 못할 거라 걱정한다.
그리고 맷돼지가 많으니 조심하라고 당부하면서...
내가 엷은 안개와 함께 차츰 밝아지는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면서 뒤를 보니
(도로번호가 715번인지 745번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기사는 창문을 열고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을 가다가 뒤돌아 보니 아직도 택시가 그대로 있었다.
내가 손을 흔들었다. 그제서야 택시가 유턴을 하면서 전주로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계속 도로를 따라 20여분 올라가니 터널이 나오고, 터널 오른쪽으로
주능선으로 올라 가는 길이 이어져 있었다.
(내가 잠시 편한 포장길로 반칙을 한 것 같다.)
(갈미봉을 가면서 아침안개와 어우러진 우리의 산하를 바라보았다)
주능선은 길이 넓게 나 있었고 다 커 버린 억새들이 하늘거린다.
발 아래의 풀은 늦은 봄의 풋풋함을 잃고 지금은 여름풀이 되어
특유의 굵직하고 억샌모습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숲은 작은 벌레들의 세계였고 나는 다만 이곳의 침입자일 뿐이다.
이슬을 머금은 억새와 삐죽삐죽 커버린 주변의 나뭇가지에 스치며
나아가니 잡목지대가 나타나 이리저리 헤치며 갔다. 다행이 거미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장재라는 표시를 지나간다.
그리고 밑 빠진 산불감시초소가 보인다. 대부분의 고가 산불감시초소는
밑에 구멍이 뚫려있는게 많았는데 왜 그런지 이상하다. 그리고 잠시후 갈미봉에 닿았다.
넓은 공터의 갈미봉에서 숲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을 보았다.
햇살은 이제 나뭇잎사이로 누부시게 빛난다.
갈미봉 부근은 부대에서 철책공사를 하는지 넓은 길이 만들어져 있었고
철망과 철기둥들이 능선상에 널려있었다.
잠시 공사현장의 넓은 길을 따라 가다가 왼쪽의 철조망을 넘어 능선상으로 접어 들었다.
쑥재는 옛길 처럼 생겼고, 작은 봉우리를 넘어 올라선 곳은 옥녀봉 갈림길이다.
건너편 옥녀봉은 생략하고, 갈 길 먼 정맥을 따라 길을 재촉한다.
옥녀봉 갈림길을 지나 안부로 뚝 떨어져 가는 길은 벌써 열기를 내뿜는 아침햇살이
오늘 하루의 더위를 예고하는것 같다. 앞에 우뚝 솟은 경각산으로 올라간다
경각산 전위봉인 암봉에서 건너편의 옥녀봉을 바라보며 신발을 벗고 한참을 쉬었다.
멋진 바위판이 있는 전망대이다. 아~ 한숨자면 딱 좋을것 같다.
(경각산 전위봉인 바위전망대에서 옥녀봉쪽을 바라보았다)
(바위전망대의 노송아래에서 바라본 경각산)
(불재에는 찜질방이 있고 개 두마리가 살고 있다)
(경각산 아래 바위전망대에서 구이저수지와 모악산을 바라보았다)
다시 건너편의 경각산으로 올라간다. 땡빛의 경각산을 넘어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좌우로 길이 갈라져 오른쪽으로 이어가니 구이저수지가 잘 보이는 바위 전망대였다.
매우 큰 저수지를 사진에 담고 불재로 내려간다.
불재로 내려가니 정말 불에 가까이 있는것처럼 뜨거웠다.
황토집도 보이고... 하지만 지도에 나와 있는 <불재와 도예>를 찾아보려 해도
잘 보이지 않는다. 덥고 귀찮아 능선상에 있는 찜질방 앞마당으로 들어서니
매어진 개가 사납게 짖자, 집안에 있던 풀어진 애완견이 쫄래쫄래 접근하면서 같이 짖었다.
공장을 지나 남쪽으로 이어진 능선길을 따라 이어가자 치마산 갈림봉의 헬기장에 닿았다.
푹푹찌는 햇살이 머리에 작열하고 배낭을 뒤져 흰모자를 눌러썼다가
답답하여 다시 벗어 버리고 어서어서 나무그늘로 들어 가려고 발길을 재촉한다.
작은불재를 지나 다시 남쪽으로 이어진 정맥길을 따라 가니 차들이 지나가는 영암부락재가 있었고
건너편에 520봉이 깍아지르듯 가파러 보인다.
(영암부락재)
영암부락재를 내려오니 오후 2시 가까이 되었고 너무 뜨거운 햇살이 작열한다.
30도도 넘는것 같다. 아~ 무지 더웠다.
여기서 그만 산행을 접을까 하다가 약간 싱거운 것 같다(모텔에서 잤는데 21km만 걸으면 좀 싱거운것 같다)
모텔비 본전이 생각나 다시 건너편 숲길로 접어들어 520봉을 향해 올라간다.
힘들게 올라선 봉우리는 520봉의 정상이 아니고 전위봉이었다.
다시 건너편의 520봉을 향해 걸었다. 아예 느긋하게 저녁 6시까지 걷자고 다짐을 하면서
쉬엄쉬엄 걸음으로 약간의 골바람이라도 부는 곳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녹색잎을 바라보며 배낭을 벗고 잠시 쉬면서 땀을 식혔다.
이부근은 만나는 큰 봉우리마다 2봉, 3봉하면서 숫자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이 오봉인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전망바위가 있어 옥정호의 조망이 좋은 오봉에 올라
옥정호를 바라 보며 노송아래 바위에서 한참을 쉬었다.
(드디어 옥정호가 잘 보이는 오봉산에 올랐다)
(옥정호를 느긋하게 바라보며...)
오봉산을 내려 오려니 가파른 바위길을 따라 살살 내려가니 바위틈에
검은색의 통통한 뱀이 슬슬 기어 다닌다. 어느곳에서는 나보다 뱀이 놀라 무지 빠른 속도로 도망을친다.
<앗! 조심해, 거기는 낭떨어지야!>
무지 빨리 도망치는 뱀을 바라보는데 뱀은 그것을 아는지모르는지 절벽에서 낙하를 해버린다.
잠시후 아래에서 철푸덕하는 소리가 나서 혼자 낄낄~ 웃었다.
'예야~니가 사라져 버려도 세상은 아무지장없이 돌아간단다'
생사가 약간은 궁금하다.
그때 심정은 좀 야박할지 모르지만, 뭐,디졌어도 전혀 관심밖이다.
그냥 디게 재미있는 순간이었던것 같다.
잠시 오봉산을 내려와 벌목을 한곳인지 덤불이 엄청 많은 곳을 허우적거리며 내려간다.
덤불이 나의 키보다 약간 작기 때문에 작열하는 햇살은 그대로 받으며
이러저리 덤불에 가린 길을 따라 내려오니 넓은 길이 잠시 나오다가 다시 덤불이 이어진다.
그렇게 내려오니 포장도로가 나오고 길은 건너 다시 산속길로 이어간다.
잠시 이어가 다시 큰 포장도로를 넘어 마지막 2km정도의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별 굴곡이 없어 보이는 산줄기는 몇차례 굴곡이 이어진다. 길고도 지루하다.
마지막 묘지가 보여 환호하면서 배낭을 벗었다. 그리고 묘지에서 옷을 갈아입고
옥정호의 빛나는 물빛을 바라보며 가까운 운암삼거리로 내려간다.
(운암3거리로 가는데 앞에 묵방산이 서 있다)
슈펴에서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마시며 전주로가는 버스를기다리며
가게 수도꼭지에서 온몸을 계속 물로 적신다.
얼마나 덥고 땀을 많이 흘렸는지
큰길가 지나가는 사람도 아량곳하지 않고... |
첫댓글 35도의 폭염속에 진행한 구간 520봉과 오봉 올라가다가 뻗어서 길에 댓자로 눕고 고민하다가 다시 진행~~~ 너무 덥고 힘들어서 운암삼거리까지는 소나기 맞으며 그냥 도로따라 걸어가던 생각이 납니다. 억새님 본지도 오랩니다...
더위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만난 뱀 - 큰넘은 한 참을 쳐다보다 겨우 자리를 비켜주고 어린 넘은 사람을 처음봐 관찰을 하는 그런 모양새였는데^^*
저도 도로를 따라가려고하는 유혹에 시달리다가 별 굴곡없이 편한길일거라 생각했는데 긴산행이라그런지 힘들었습니다. 글이나마 ksh형님의 글을 보니 아주 반갑습니다. 감사합니다. 뱀이니 벌이니 이제 슬슬 조심해야할 계절인것 같습니다. 엇그제 철원 금학산-고대산 산행하면서 팔뚝에 벌이 날아와 쏘고갔어요. 금학산 정상에서.... 꿀벌이라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저희 고향쪽을 다녀 오셨군요. 한 겨울 슬치-운암구간에서 520봉 오름이 눈과 얼음에 덮혀있고 경사도 있고해서 영암재에서 접은 적이 있습니다. 운암 삼거리까지 짧지 않은 구간을 땡볕에 수고 하셨습니다.
땡볃이지만 슬슬가니까 별무리는 없던것 같습니다. 경치도 좋은곳이고해서 재미도있었답니다. 자룡님 즐산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