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
||||||||
"혜은아! S대 발표 언제야?" "응..오늘 오후 5시야." S대 수시합격자 발표일이었던 어제, 반 친구들이 합격여부가 궁금하여 물어본 말이다. 시계를 보니 오후 4시다. 발표가 나오려면 1시간 남았다. 공부가 머리에 들어올 리 없다. 그래도 공부를 하고 있는데 조용한 교실에 갑자기 핸드폰의 경쾌한 알람소리가 울렸다. 5시! 어떤 친구가 발표시간 5시를 알람으로 맞춰두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모두 나를 돌아보며 어서 교무실에 가서 결과 확인하고 오라고 한다. 아이들의 재촉에 함께 접수한 친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담임선생님이 교실에 계셨다. "선생님! 교무실에 컴퓨터 켜놓으셨어요?"하고 여쭈니 어서 확인하라고 하신다. 컴퓨터 앞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합격자발표 메뉴를 클릭했다. 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친 후 클릭을 누르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잔뜩 긴장을 하고 클릭한 순간,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보였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속상했다. 그 심정을 뭐라 표현할 마땅한 단어가 없다. 긴 한숨 한번 내쉬고 친구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등록하고 클릭을 누르려는데 친구는 더 떨리는 듯 조바심을 내고 있다. 과감하게 클릭을 누르니 역시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다. 친구가 당황해서 "어떡해, 어떡해!"라며 울 듯하다. '합격자 명단에 없습니다' 교무실을 나와 교실 뒷문에 도착했지만 교실문을 열고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이 일제히 물어볼 텐데.... 그래도 친구보다 대범한 내가 문을 먼저 드르륵 열고 교실로 들어섰다. 예상했던 대로 친구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다보며 묻는다. 나는 말은 못하겠고 그냥 씨익~웃었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웃으면서 들어서니 아이들이 "와! 혜은이 합격했나봐!"라고 한다. 먼저 모 대학에 1단계 합격했을 때에도 내가 씨익 웃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지레짐작을 하는 것이다. 바로 뒤이어 친구가 들어섰다. 친구는 이미 얼굴이 하얗고 눈도 충혈이 되고 죽을상이니 아이들이 선뜻 물어보지 못하고 '안 되었나봐' 하면서 안타까워한다. 그 친구가 손으로 불합격 표시를 했다. 나는 교탁 앞에서 아무 말씀도 못하시고 쳐다보시는 담임선생님한데 "저도 떨어졌어요! 그리고 아파서 조퇴한 다른 친구 아무개도 조회했는데 아무개도 떨어졌어요!"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대범하게 웃었지만 그대로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내가 가고 싶은 대학 중에 가장 비중을 두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실망스런 마음과 면접조차 보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같은 학원을 다니는 다른 반 친구 창민이(가명)에게 문자를 보냈다. '창민아! 오늘 S대 1단계 발표했으니깐 너도 알아봐!' 이 친구도 같은 대학에 접수했는데 발표가 하루 앞당겨진 것을 모르고 있을 것 같아서 문자를 보내고 결과를 기다리는데 답신이 안 온다. 다시 물어보니 그 친구도 불합격이 되었다. 이젠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알려드려야 하는데 죄송스런 마음이라서 선뜻 전화를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말씀은 드려야 하기에 전화를 드려서 오늘 발표했는데 명단에 없다고 말씀드렸다. 엄마가 얼마나 실망하셨을까 걱정이 되어 죽을 맛이다. 엄마는 알았다고 하시곤 전화를 끊으셨다. 잠시 후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혜은아! 그 대학이 인재를 못 알아보네.. 힘내라!" 마음이 찡해진다.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문자를 보내고 학교 보충수업이 끝난 뒤 학원으로 갔다. 로또복권과도 같은 불합격멘트 "다음기회에..." 학원에 갔더니 역시 친구들, 선생님, 원장님, 재수하는 언니 오빠들이 물어본다. 나와 창민이 둘 다 불합격이라고 했더니 원장님을 비롯하여 다들 위로해주려고 한다. 창민이가 "기대를 안했으니깐 위로 안 해주셔도 돼요"하면서 넉살맞게 말을 한다. 원장님도 "그래 너무 실망하지 말고 다시 공부 열심히 하자!"라고 격려해 주셨다. 우린 다른 선생님들 또는 친구들이 뭐라고 말을 할라치면 "공부하자! 공부해야 해!!" 하면서 말을 막고 공부했다. 그래도 영 우울한 기분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내 우울한 기분을 달래주려 했는지 넉살좋고 성격 좋은 창민이가 느닷없이 대학마다 합격자발표 볼 때 나오는 멘트가 다르다는 말을 꺼낸다. 창민이와 나는 이 대학 말고 모대학에도 같이 접수했는데 1단계에 합격한 나와 달리 창민이는 불합격했다. 근데 그때 확인 할 때 나오는 멘트가 "안타깝지만 명단에 없습니다!'였다고 한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이 그것은 양반이다, 어느 대학은 '다음기회에..' 이렇게 나온다고 하더라 말했다. 순식간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복권 추첨하는 것 같다!" 혹시 이런 멘트도 나오지 않을까? '또 올 거니?' '넌 오지 마!' '공부 더하고 와라!'... 친구들이 깔깔대며 한마디씩 거든다. "맞아! 지금 대학입시가 로또복권 같지 않니?" 아이들 덕분에 한바탕 웃고 나니 우울했던 마음이 사라졌다. 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1시가 되었다. 엄마와 아빠가 절대 실망하지 말고 위축되지 말고 그 대학이 인재를 못 알아보는 거야 하시면서 다시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다. 엄마의 마음을 나는 안다. 불합격은 했지만 엄마와 아빠가 웃어주시고 등을 두들겨주시니 다시 마음을 잡아본다. 다음주 월요일이면 수능 D-100일이다. 아직 내가 접수했던 곳 중 발표가 안 된 대학이 두 군데 남아있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기대는 하더라도 목숨은 걸지 말고 얼른 평상심으로 돌아와 열심히 공부를 하려고 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도 따라줘야 하는 지금의 복잡한 대학입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뿐이다. |
| |||||
|
첫댓글 우리딸 글인거..아시죠? 어제 많이 속상해 하더라구요..^^;;
휴우~~~고3부모들의 애타는 심정도 안스럽지만 당사자인 학생들은 얼마나 힘들까... 입시전쟁에서 해방되는 조국(^^*)을 언제나 맞을지요...엄마의 격려에 힘 입어 좋은 결과 있기를 빕니다... 혜은양...
나도 고 3인 적인 있으니 그때 내맘 같겠지..그리 생각하고 다독거립니다...
나도 걱정속에 살고 있는데......
그집 딸 우리 딸..다 잘됐으면 좋겠네요... 발표가 나려면 빨리 났으면 좋겠어..다다음주나 되야 결과를 알 수 있으니...원..ㅎ
빛님~!! 그마음 무슨말로 위로해 드릴까요? 자기의 마음을 글로 표현할수 있는 따님이 대단하네요. 이번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빨리 잊어버리고 D-day를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행운이 올겁니다 .혜은양~!! 끝까지 힘내고 화이팅 하자구요^^*
네..아직 두군데가 발표전인데 일단은 기다려보고 안되면 2차 도전해야지요..그때 S대도 다시 도전해야지요..한번 찍었으면 계속 찍어야지..ㅋ
할 말이 생각이 안나네! 나도 머잖은 날의 일인데!!!! 암튼 씩씩하다고 해야하나 혜은이가 기특하고 다음을 열줄아는 마음이 정말 대견하네...! 혜은이 아자....화이팅!
후~ 우리 딸은 집에 오면 조잘조잘....어제 있었던 일들을 쉬지도 않고 말하는데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말은 또 얼마나 청산유수인지..재미나게 말하더라구..속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끝까지 따님과 함께 화이팅하시길.......
그란 경험 앞으로 살면서 수십번도 부딪칠텐데 뭐.....그까이 꺼...ㅎㅎㅎ
대단한 따님..버릴줄 아는 지혜스러움 정말 대견하네요.....그엄마에 그딸....^^
이 대학말고 다른대학 수시합격해서 마음이 너무 편해졌습니다.^^
마자마자^^*
정말 부럽다 부러워 역시 대단한 빛님이야
고마워요!! 허브님 따님도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래요!
훌륭한 엄마가 있기에 따님도 든든할 것 같네요. 힘내시고 좋은결과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