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원래는 '사람과 사람들'에서 주관하는 매화꽃 열차에서 일하려
고 서울역으로 부리나케 달려 나갔으나 기차는 이미 떠난상태, 7:10차니
용인에선 시간맞추어 오기가 거의 불가능하군요. 간발의 차이로..ㅠ.ㅠ
하지만 떡본김에 제사지낸다고 서울역에 이왕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기도
허전하죠. 그래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713(서울-영주)무궁화호를 생
각하였습니다. 마침 7:30에 있군요.
개표를 마치고 열차안에 들어가보니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주말임에
도.. 지방선을 거치게 되어 그러는듯..이 열차는 경부선, 충북선, 중앙선
을 번갈아 운행한다는 재미가 있죠.
운행구간은 서울-수원-천안-전의-청주-오근장-충주-제천-단양-영주 구간
을 운행합니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노선으로서는 한적한 노선이 되겠군
요. 제가 탄 열차는 주말열차이고 정기열차로는 #279, #280열차가 있죠.
#713보다 연장된 안동까지 운행하는 열차이죠.
서울역을 출발하여 서울, 안양, 수원 도심을 지날때만 해도 이 열차가 충
북선, 중앙선을 경유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 출발
하는 어느열차와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들죠. 사람이 잘 없는 것을 빼면,
수원을 지나 병점을 넘어서면 비로소 농촌 풍경이 나오기 시작하죠. 몇해
안된 신설고가철로는 부드러운 느낌이 들지만 예전의 철도의 운치는 느
낄 수 없죠. 병점차량기지가 있는 곳으로 다닐때는 작은 학교가 보여 동
심에 빠지기도 했건만, 원래 그자리(전 경부선이 지나간 자리)는 자라의
목부분이었다고 합니다. 일제가 풍수지리의 맥을 끊어놓는다고 일부러
그 자리로 다니게 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보면 이 구간의 이설은 민
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것이 되겠죠. 어떤 의도였는지는 모르나 암
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아파트로 빼곡히 들어서기 시작하는 오산시, 오산역사도 새로 짓고
있군요. 송탄, 서정리를 지나 평택역에 도착합니다. 평택역에서도 수요
가 많죠. 서울에서 또는 서울까지 사람들이 많이 내리거나 탑니다.
평택을 지나면 드넓은 평야가 펼쳐지죠. 그래서 평택이라는 이름이 붙여
진 모양입니다. 참 포근한 고장이름입니다.
넓게 펼쳐진 들판을 따라 20여분 정도가면 성환을 거치고 두정역이라는
곳이 나오죠. 역사조성의 거의 된 상태이지만 개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듯..
건물이 모이고 아파트가 보이는가 싶더니 우리가 타고온 경부선 철로는
여러갈래로 갈라지며 천안역에 도착합니다. 천안역은 장항선과의 분기점
이죠.
천안역을 지나면 1번국도와 마주보며 달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부산방향
으로 오른쪽은 신도로(4차선 도로), 왼쪽으로는 구도로(2차선)과 함께 나
란히 달린다는 점이죠. 전의역을 지나고 경부선에서는 첫번째 터널을 만
나게 됩니다. 바로 연속해서 두번째 터널이 나오죠.
이제는 하천을 따라 철길이 흘러가고..조치원 못가 서창에서는 이제 충북
선과 분기됩니다. 열차 맨 뒤로 나가보니 마침 뒤가 뚫려있군요. 오호!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열차!^^
아침 안개속에 묻혀가는 철로와 새로 만들어지는 전차선로의 모습이 장관
을 이룹니다. 조치원에서 오는 철로와 서창에서 분기된 철로가 만나 오송
에서 서로 섞이며 제자리를 찾아갑니다. 오송역은 고속철로와 교차되는
지점이죠. 경부고속도로를 관통하고 잠시후 청주역에 도착합니다. 작년
에 학교다닐때 많이 이용했었죠. 오근장역과 더불어..
이 열차는 대전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와는 달리 증평, 음성, 주덕, 목행
역은 그냥 통과하는군요. 충북선의 특성은..밋밋한듯 하면서도 알게 모르
게 친근감을 준다고나 할까요? 철로옆으로 보이는 논의 모습이 저의 마음
을 씻어줍니다. 기나길 겨울을 마치고 다시 일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
주덕을 통과하여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들과 시합을 벌이는가 싶더니 달천
을 건너고 이내 충주역에 도착합니다.
충주역을 출발하자 작년에 새로 깔린 고가철로를 지나갑니다. 충주시내
가 더욱 잘 보이는듯..공장속에 묻힌듯한 목행역을 지나고 열차 진행방
향 오른른쪽으로는 직업학교가 보이는가 싶더니 남한강철교를 통과합니
다. 동량역 통과후 4300여 미터의 인등터널을 통과합니다.
인등터널을 통과하면 삼탄유원지가 나옵니다. 삼탄역...三灘물이 세번 굽
이친다는 뜻이죠. 이제부터는 산악지대를 통과하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
게 됩니다. 터널과 다리를 연속해서 달리는 사이에 영화 '박하사탕'의 촬
영지를 지나가게 되죠. "나 돌아갈래" 순수한 자신으로의 회기 소망..
공전을 지나면 다시 조용한 농촌풍경이 펼쳐집니다.
이제 충북선도 끝나갈무렵 저 멀리서 전차선를 단 중앙선 철로가 보입니
다. 봉양역에서 합쳐지고 제천에 도착하기 전에 화차가 길게 늘어선 제천
조차장의 모습이 차창밖으로 보입니다. 2100호대 기관차는 입환을 하거
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모습들.. 이로서 충북선과는 이별이로군요.
제가 이렇게 경치에 취해 있는 사이 제 앞좌석의 한 여성분은 상당히 심
각하신듯..남편이 카지노에서 헤어나지를 못해 정선가서 남편을 데릴러
온다고 하는군요. --;;
제천역에서는 약 4분동안 정차합니다. 우리열차가 출발할때 쯤 건너 홈에
서는 청량리발 영주행(3월 9일 당시) #189열차가 도착합니다. -후에 들
은 이야기로는 조정현군이 타고 있었다는- 심각한 여성분은 #189열차로
갈아타시고..
제천역을 출발하니 이제는 중앙선 여행이 되겠군요. 왼쪽으로 태백선 철
로를 보내고 잠시후 고명역이 나옵니다. 역무원배치 간이역인듯 한데 역
간판은 제법큽니다.
단양, 영주로 내려가는 5번국도와 나란히 내려가다 보면 삼곡역이 나옵니
다. 완행열차가 아니면 손님을 태우지 않는 자그마한 간이역..
철로는 어느새 산속을 헤집고 다니다가 하얗게 쌓인 석회석 더미와 석회
석을 시멘트로 분쇄하는 공장이 보이며 도담역으로 들어섭니다. 역 선로
는 시멘트를 싣기 위해 기다리는 길게 늘어선 양회조차와 입환을 하거나
출발을 기다리는 기관차들로 복잡한 모습입니다. 화물 취급량이 전국에
서 가장 많은 역이죠. 그런지 역사나 역구내는 상당히 큰 규모입니다. 여
객취급량은 별로라고 하죠. 우리의 #713은 통과!
도담삼봉을 자세히 볼려치면 바로 터널로 가려지고 터널을 통과하자 짙
은 녹색의 플랑크톤과 고향을 잃어야만 했던 구단양주민들의 한이 녹아
든 남한강 철교위를 건넙니다.
왼쪽으로는 신단양시내가 강에 한 귀퉁이를 내주며 자리를 잡고 있고 오
른쪽으로는 단양군민들의 한숨을 아는지 모르는지 깊고 맑은 강물이 충주
쪽으로 흐르며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구단양은 1980년 당시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수몰지구가 된 것이죠. 당시 단양시내이 대부분이 잠겨 현재
의 위치고 신단양이 옮겨진 것이죠.
단양역을 출발하고 얼마가다보면 '덕상터널'이라는 터널이 있죠. 저와 같
은 이름을 쓰는 터널을 보니 반갑기도 한데요.^^ 터널과 철교를 통과하
다 보면 단성역이 나옵니다. 구단양이 있던 곳이죠. 철로 아래로 보이는
단성시내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입니다. 아담하고도 개천과 가로수가 조화
를 이루는 아름다운 마을의 모습이죠. 그래서인지 중앙선에서는 이 구간
이 가슴에 많이 와 닿습니다.
단양 인터체인지를 두번 돌 수 있는 또아리굴을 지나고 죽령역을 통과하
면 우람한 근육과도 같은 산 아래로 아름다운 계곡이 흐르고 이따금 만나
는 죽령고개길(국도)은 반가움을 자아냅니다.
그리고..4500M의 죽령터널을 통과하죠. 한참 아래로 내려가나 싶더니 희
방사역을 통과합니다. 희방사까지 올라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하
죠. 그리고 이 근처에는 그 옛날 죽령고개(옛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이 있다고 합니다.
이제는 넓게 펼쳐진 평지의 모습이 눈을 탁 트이게 해 주는군요. 분지지
형이죠. 창밖으로 사과밭과 인삼밭이 보이는가 했더니 이내 풍기역에 도
착합니다. 풍기역을 출발하고 지금은 신호장으로나 쓰이는 안정역이 눈
에 들어옵니다. 안정역 주변은 너른 평지의 모습이죠.
잠시 후 이렇게 경부선, 충북선, 중앙선을 두루 운행한 #713열차의 종착
역인 영주역에 도착합니다.
막상 영주역에 도착하니 그렇게 가고 싶은 곳은 생각나지 않고 영주 대왕
진국설렁탕에서 설렁탕 한끼 식사하고 #1222열차에 오릅니다.
봉양까지 표를 끊으니 보충권으로 나오는군요. 일반 상비권보다 긴 모양
으로 도착역을 역무원이 직접 기입하고 뒷부분은 잘라 역에 보관하고(보
고)일반 상비권보다 더 짧아진 승차권이죠. 역무원이 직접 손으로 쓰는
표의 모습이 인간적이라고나 할까요?
항상 느끼는거지만 통일호 객차를 타는 느낌은 푸근하고 깊은 추억과 생
각을 받는 것 같습니다. 온길을 다른 완급의 열차로 올라오는 느낌도 다
른 느낌을 주는군요.
봉양역에서는 구형입장권을 몇장 구해봅니다. 파는 표는 상비권으로는 울
산, 청량리가 전부로군요. 마침 들어온 에드몬슨 집표권도 얻어보고..
봉양역전은 가게 몇개가 있을 뿐 한가로운 모습입니다.
오늘은 웬지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에 시내버스를 타고 제천터미
널로 향합니다. 제천터미널은 제천시내와는 어느정도 거리가 있는 것 같
군요.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고속터미널이 있습니다. 동부고속에서 운
영을 하고 있군요. 하긴 서울행 동부고속 뿐이니..15:20 우등으로 끊습니
다. 차는 좀 오래된 에어로퀸(WIDE SUS)이로군요.
원주방면으로 올라가는 중앙고속도로 옆에는 중앙선 철로가 보입니다. 막
상 항상 기차로 다니던 또아리굴(금대 2터널)의 모습을 고속도로 상에서
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로군요. 영동고속도로 부터는 차량정체가 심합니
다.예상했던 것보다 늦게 서울강남고속터미널에 도착! 바로 용인으로 가
는 동부고속버스를 타고 용인에 도착하였습니다.
*교통편
서울->영주 #713 무궁화호 12700원
영주->봉양 #1222 통일호 1700원
봉양->제천터미널 시내버스
제천->서울 동부고속 우등 10500원
서울->용인 동부고속 일반고속 1900원
*P.S-1.시간이 오래되어 지금의 계절과는 사뭇 다릅니다.
2.서울-용인 고속버스 노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짧은 노선입니다. 41.9KM 40분 소요
카페 게시글
기차여행(경상도)
NO.31[가자 철마야]영주, 봉양, 제천(2003,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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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때 #189 - #190을 탔었을때.. 정말 풍경이 장관이었습니다. ^^; 내년 겨울에도 그 열차를 다시 타고 싶었으나.. 강릉으로 행선지가 바뀌어.. 더이상은 갈 수가 없지요.. ㅜㅜ
쩝, 환승이 가능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