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산일지] 철쭉의 동산, 초암산
◌ 일자 : 2018.4.29. (일)
◌ 장소 : 보성 초암산
◌ 동반 : 찔레향
◎ 초암산
매년 5월 초순이면 철쭉꽃이 온 산야에 만개한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군락지를 찾아 사람들은 꽃구경을 간다. 전라도에서 유명한 철쭉 군락지로는 지리산 바래봉, 장흥 제암산, 보성 일림산, 초암산 등이 있다. 수년 전 초등동창생들과 철쭉꽃 피던 날 초암산에 올랐는데, 향산일지에는 기록이 없다. (나중 찔레향의 산행기록에서 보니 2011. 5. 6.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오늘 아침 09:00 찔레향의 역마차로 전대 앞 우리 집에서 출발한다. 10시경에 보성 겸백 면민회관 주차장에 도착한다. (종전에는 반대편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보성군에서 주최하는 철쭉제 기간이 아니어서 도로 통행도 주차장도 붐비지 않아 좋다.
[사진 – 초입지, 지도]
◎ 산행
10:15. 겸백 면민회관에서 출발한다. 한 두 팀이 보이는데, 예전처럼 꼬리를 무는 장사진의 모양이 아니다.
10;20 면민회관에서 5분 거리에 산행 들머리가 나온다.
산 속으로 들어서자마자 소나무 향 등 산 냄새가 물씬 풍긴다.
다소 오르막이지만 임도는 흙길이어서 편안하다.
10;50 압해지 삼거리. 첫 번째 휴식공간이다. 이정표가 있고 편상도 놓여있다. 여기서 쉬어가는 곳인가 보다. 우리도 둘이서 맥주 한 캔을 나누어 마신다.
이정표에 [⇖완만한 길, 급경사 ⇗] 표시가 있다. 나는 완만한 길 체질이건만, 길을 잘 아는 찔레향이 급경사로 가잔다.
[사진- 이정표]
대체나 급경사이다. 안전하게 밧줄 손잡이가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지만, 밧줄이 없다면 바닥에 쌓인 낙엽 등으로 미끄러워 쉽지 않아 보인다. 급경사는 5분 만에 끝나고 평지가 나오는데, 5분정도 더 가니 완만한 길과 합류된다.
봄날답지 않게 따뜻한 금년 날씨 때문에 녹음이 초여름 수준이다. 꽃들도 날짜와 무관하게 서로 다퉈 피기 시작한다. 숲속을 걷는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하다. 토실토실한 바닥의 흙냄새도 상긋하다.
완만한 길, 급경사 안내도면이 또 나타난다. 정상까지 서너 구간에 표시가 있는 듯 하다.
11:30 찔레향이 잠시 쉬어가잔다. 급경사 깔딱고개가 곧 시작된다는 엄포이다. 막걸리 한잔씩을 마시고 바로 출발한다. 배낭 속에서 음료가 조금씩 줄어드니 느낌으로도 가볍다.
깔딱고개라고 하여 긴장하여 출발하는데, 어귀에 이르자 곧장 긴장이 풀린다. 급경사이기는 한데, 계단 길에 양탄자처럼 고운 멍석을 깔아놓았다. 푹신푹신 촉감이 좋다. 5분 거리이다.
철쭉이 나온다. --- 철쭉 밭이다. 철쭉의 바다이다.
때 이른 더운 날씨에 벌써 철쭉꽃이 시들기 시작한다. 가까이서 보니 개화기의 냉해로 꽃망울이 말라비틀어졌다. 가련하다.
[사진 - 철쭉 동산]
12:00 정상 도착
철쭉의 명성에 비해 정상에는 산행객이 한산하다. 표지석에도 붐비지 아니하여 다행이다. 표지석 전면에는 한글로 [초암산 576M], 후면에는 한문으로 [草庵山 576M]라고 적혀있다.
[사진 – 정상 표지석]
소나무 그늘을 찾아 식사자리를 잡는다. 막걸리 한잔에 더위를 씻고, 찔레향이 가져온 오리 가슴살을 상추에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우리보다 먼저 온 옆자리에는 젊은 남녀 5명이 즐겁게 식사 중이다.
여수에서 온 사람들이다. 반가워 앉은 채로 인사를 나누다.
[사진 – 점심]
13:15 자리에서 일어난다. 철쭉의 장관을 그냥 두고 오기 아쉽다. 정상 부근 수남삼거리(정상에서 0.5km)를 돌아서 다시 정상에 올라선다. 종전에 왔던 길이 이곳 수남삼거리 쪽에서 올랐던 기억이 새롭다. 이곳 수남삼거리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바라보는 정상의 철쭉이 훨씬 아름답다. 철쭉의 향(香)이 온 산에 가득하다.
[사진- 철쭉의 향]
13:30 하산
오던 길로 하산한다.
14:10 '금화사지삼거리'에서 베틀굴, 마애불상이 있다는 200m를 내려간다.
베틀굴은 베틀 모양으로 갈라진 커다란 천연 바위인데, 전래된 일화를 기록해 놓았다.
[사진- 확인차 배틀굴 바위에 올랐다 내려온다]
바로 옆에 있는 마애불상은 무심코 지날 칠 정도로 규모가 작고 긴 세월의 풍우에 마모되었다. 안내판을 보니 마애불상의 형상이 뚜렷하다. 다행이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는 밧줄 담이 있어 조금 마음이 놓인다. 역사적 유물이 오랫동안 보존되기를 갈망한다.
[사진 – 마애불상]
15:40 면민회관 주차장 도착하다.
16:50 광주 북구청 앞 ‘강의리 추어탕’에 도착하여, 일정을 마무리한다.
즐겁고 상쾌한 나들이에 철쭉구경까지 ‘꽃길만 걸었으니’ 오늘은 축복 받은 날이다. 역마차에 동행하여 안내까지 해준 친구 찔레향에게 감사드린다.
2018.4.30. 아침에 초고 정리하다.
요산요수 이 철 환
[ # 2011. 5. 6. 다녀온 사진이 찔레향의 기록에 있어서 여기에 빌려온다. 엊그제 같은 7년 전의 사진이다. 초암산도 철쭉도 여전(如前)하건만, 우리 얼굴은 많이도 변하였다. 어, 등산 조끼도 그대로다 ^^] 아래 [2011. 5. 6. 사진]
위 [7년 전 사진 - 2011. 5. 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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