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이카로스의 신화를 아실 것입니다. 이카로스의 아버지인 건축가 다이달로스는
크레타 섬의 미노스 왕에게 고용되어 미궁을 짓습니다. 하지만 미노스 왕은 미궁 꼭
대기에 감금을 해서 이 부자를 떠날 수 없게 만들지요. 다이달로스는 크레타를 탈출
하기로 결심하고, 새의 깃털을 모아 실로 엮고 밀랍을 발라 날개를 만듭니다.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에게도 날개를 달아 주며 비행연습을 시키고 함께 탈출
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아들에게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에 의해 밀랍이 녹으니 너무 높이 날지 말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물기에 의해 날개가 무거워지니 항상 하늘과 바다의 중간으로만 날아라.”
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탈출하는 날, 날개를 단 이카로스는 자유롭게 날게 되자 좋아서 아주 높이
날았습니다. 결국 태양의 뜨거운 열에 의해 깃털을 붙였던 밀랍이 녹게 되었고,
이카로스는 날개를 잃고 바다에 떨어지고 맙니다. 이 때 이카로스가 떨어져 죽은
바다가 ‘이카로스의 바다’라는 뜻의 ‘이카리아 해’라고 하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카로스처럼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성공만을 바라보며 높이 오르다
떨어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영성적인 모습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어떤 분의 이런 고민을 들었습니다. 같은 레지오를 하는 한 자매님으로부터 예수님을
직접 뵈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접 뵌 적은 없는데요?”라고 답
하자, “아니 신앙생활을 그렇게 오랫동안 하면서 아직도 그런 체험을 하지 못했느냐?”
면서 핀잔 비슷한 말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을 듣고 나니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신앙생활을 헛한 것은 아닐까 싶다는 것이었지요.
자신이 지닌 평범함을 외면하고 이상적인 영성만을 꿈꿔서는 안 됩니다. 이런 영성은
어느 순간 이카로스처럼 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사실 주님께
서도 이 땅으로 스스로 낮춰서 오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들은 왜 위로만 올라
가려고 할까요? 이것 역시 욕심과 이기심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평범한 일상의 삶을 외면하고 특별하고 이상적인 영성만을 꿈꾼다면 우리 역시
예수님을 잘못 이해할 수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함께 하시는 주님 역시 만날 수
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