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점점 北上하고 있다
인력공사 새벽 사무실
물기 먹은 얼굴들
모여든다
이 비오는데 일 가기로 집 나선
사람들 머리에 하나같이 장마비
고여 있다
고정 인부 빠져나가고
밀물같은 뜨내기 일꾼
처마에 앉아 담배 죽이거나
소파에 기대 졸거나
벽걸이 텔레비젼에 눈 맞추고 있다
노란 비옷 입은 지방국기자
비바람 몰고 나타난다
그의 안경알 위로 연신
빗방울이 튄다
지금 이곳 서안 방파제는 오전 6시 현재
태풍경보 발령으로 심한 파도와
강풍이 몰아치고 있으며...
흰 자막이 그의 아랫도리를
훑고 지나간다
어린이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 됐단다
전 검찰총장이 오늘 소환된단다
이 雨中에...
소장이 문 담배에서 미처 못 달아난
재가 튕겨져 나간다
기자의 가슴팍으로 빗줄기가
흘러내린다 그도
울고 있는 걸까
따르릉!
아, 여보세요 아, 네, 페인트칠요?
페인트는 누구나 다 칠하지요...
아, 네...
누구나 칠하는 페인트...
저쪽에선 기술자를 원하고 있다
마음먹은대로 시키는대로 멋들어지게
뽑아내는 그림같은 삶
강요하고 있다
화면은 중앙센터로 바뀌며
눈꺼풀이 좀 내려간
여자가 날씨를 알리고 있다
그녀를 볼 때마다 아랫도리에
힘줄 잡힌다 제기랄,
중심기압 헥토파스칼 미터퍼섹크 타임퍼섹스...
기상용어를 주르륵 꿰는 그녀의 뒷꼭지가
유난히 튀어나왔다
동굴에 벽화 그렸다는 크로마뇽 사람들...
그들도 오늘같은 비바람 맞고
살았겠지 뜨는 해 지는 해 보며
그들 인생 촘촘한 그림으로 그려냈을까
태풍은 오늘 중에 한반도 중심부를
지날 것이라 한다
젊은 인부 서넛이 들어온다
풀썩 먼지 내며 잠 덜 깬
몸 소파 깊숙이
눌러 담는다
따르릉! 아, 여보세요!
아, 네, 그때 현장요?
몇 사람요?
한 사람이면 됩니까?
젊은 사람요?
수십 개의 눈동자가 일순 켜졌다가 꺼진다
벽 위에 노동부장관의 수칙
깨알같이 박혀있다
동살 무렵 라르고 템포던 빗줄기는
포르테시모로 바뀌고 있다
이런 날 누구는
빈대떡 부친다 했는데
부산스럽던 지방순회 끝나고
스포츠 뉴스가 나온다
월드컵 축구팀 해산했단다
각자 주머니 쏠쏠하게
채우고 종 쳤단다
국민에게 희망 주고 노가다에게 용기
쏘아 올린 그들과 대통령
나란히 서서 사진 박는다
젠장, 스포츠를 구워 먹다니!
집으로 가야하나
새벽 배웅에 조심하란
말 귓전에 생생한데
아내 얼굴 어찌 보나
비온다고
전쟁 안 하나
눈 온다고
밥 굶나
복더위라고
하던 씹 멈추나
중도 아니고 스님도 아닌 것
산판쟁이 도시 밥 먹기로
새벽길 달려왔는데 ...
어느새 하나 둘
사무실 빠져나간다
잔뜩 찌푸린 하늘에선
꾸르륵거리며
창자 꼬이는 소리가 난다
도시를 빠져나간다
건널목을 지난다
논이 보인다
여가수가 속삭인다
외로워 외로워 마세요 사는 게 다 그런거지
그저 허허 웃어봐요
나더러 소이부답(笑而不答) 하란다
일상체념(日常諦念) 하란다
빗속에도 달맞이꽃
환하게 피었는데
그들 상관없이 제 길 가는데
어디로 가나 맥풀린 바퀴 언덕
오르는데
어머니 품 같은 산등
가로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