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스토리] 비타민 공급원 무
다산 정약용 선생은 사계절 내내 무를 즐겨 먹었다고 합니다. 제 어릴 적 기억에도 감기에 걸리면 할머니께서 제일 먼저 강엿을 무채에 녹여서 떠 먹여주셨습니다. 사과나 배 자르듯이 큼지막하게 잘라서 입에 쑥 밀어 넣어주시면서 “겨울 무는 인삼보다 좋은 거야, 먹어!” 하시기도 했습니다. 올겨울에 독감 때문에 고생하고 계신 분들 많이 계시지요? 인삼보다 좋다는 겨울 무에 대해서 알아보고 올겨울 건강하게 마무리하시기 바랍니다.
1. 무를 가리키는 명칭
무를 가리키는 명칭은 여러 가지입니다.
* 나복
나박김치의 ‘나박’은 송나라 때 불리던 ‘나복’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합니다. 그 의미는 밀과 보리음식을 먹다가 체했을 때 좋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체하고 속 불편한데 좋다는 의미이겠지요?
* 토소
겨울 무는 ‘토소’라고 부릅니다. 흙 속에 있는 농축 우유라는 뜻으로 겨울 무가 얼마나 유익한 음식인지 알 수 있습니다.
2. 버릴 것이 없는 무
무는 그 자체로도 매우 훌륭하지만 무청이나 무순 등 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먹거리입니다.
* 무순
무씨에서 발아하는 새순으로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가 풍부하여 혈관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고 몸속에 있는 세포들을 각종 바이러스에서 보호해 주므로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합니다.
* 시래기
시래기에는 겨울철에 모자라기 쉬운 비타민과 각종 미네랄, 식이섬유가 골고루 들어 있습니다. 특히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칼슘 및 식이섬유소가 함유되어 있어서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려 동맥경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또한 시래기는 비타민 D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데, 말렸다고 해서 비타민 D가 다 들어 있는 것은 아니고, 반드시 햇볕에 말려야만 생성이 된다고 합니다.
* 무말랭이
무말랭이를 만들 때에는 싱싱한 무보다 바람 든 무로 말리면 훨씬 잘 마르고 맛도 좋습니다. 무말랭이나 시래기를 말릴 때는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이 좋습니다. 무를 말리게 되면 말리기 전보다 칼슘은 22배, 철분은 48배, 식이섬유는 15배로 증가한다고 합니다.
3. 효능
* 천연 소화제
무의 뿌리에는 각종 소화효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디아스타아제
대표적인 것은 전분을 분해하는 디아스타아제인데, 밥이 주식인 우리나라에 깍두기, 총각김치, 열무김치, 동치미 등 무를 재료로 한 김치가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닌 것 같습니다. 디아스타아제는 탄수화물 소화효소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단백질 분해효소가 다량 들어있어서 천연 소화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백질과 지방 분해 효소인 에스테라아제
체내에서 생기는 해로운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카탈라아제 등 생리적으로 중요한 작용을 하는 효소가 매우 많이 있습니다.
병원이나 약국이 흔치 않았던 옛날에는 체한 듯이 속이 더부룩할 때면, 동치미나 나박김치를 먹이곤 했습니다. 소화기능을 북돋아 주는 소화제로 쓰인 것입니다. 그래서 떡이나 약식에는 무와 배추로 만든 나박김치를, 겨울철 군고구마는 동치미를 함께 곁들여 먹는 것 같습니다.
* 기침, 가래에는 무즙이 최고
무에는 시니그린이라는 무 특유의 향과 매운맛을 내는 유황 화합물 성분이 있습니다. 시니그린은 기관지를 강화시켜 주고 타액 분비를 촉진하여 가래를 묽게 해줍니다. 그리고 기관지 점막을 튼튼하게 해주므로 기침에도 좋다고 합니다.
* 칼슘 덩어리
신선한 채소를 먹기 어려웠던 겨울에 채소를 섭취하기 위하여 우리 조상들은 가을에 수확한 채소들을 말려 두었습니다. 무청은 말려서 시래기로, 배추는 우거지로, 호박은 호박고지로, 무는 무말랭이로 먹었습니다. 이렇게 가을 내내 햇볕에 말린 야채들은 비타민 D가 풍부하여 혈액의 칼슘 농도를 조절해 주므로 골다공증을 예방하여 줍니다. 또한 폐경기 여성과 퇴행성 관절염에도 좋다고 합니다.
* 장을 튼튼하고 깨끗하게
무에 포함되어 있는 리그닌이라는 식물성 섬유소는 소화관의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소화물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므로 유해물질을 막고 대장암 등의 질병을 예방합니다. 리그닌은 자른 면이 크면 클수록 증가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무를 잘게 썰든가, 강판에 갈아서 무즙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습니다.
* 비타민 공급원
무는 추운 겨울 비타민 공급원이 되었습니다. 특히 무의 껍질에는 무 속보다 비타민 C가 2.5배나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껍질째 먹으면 감기 예방과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
무말랭이는 칼슘과 칼륨 함량이 높으므로 혈압조절에 좋습니다. 또한 콜레스테롤이나 담즙산이 리그닌에 흡착되어 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동맥경화나 담석증 예방에도 한몫을 한다고 합니다.
* 혈액순환
무 껍질에는 혈액을 맑게 하고 모세혈관을 강화하는 루틴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껍질을 까서 먹는 것보다 무 껍질째 함께 먹는 것이 더 좋다고 합니다.
4. 약용으로 먹는 무 요리
* 무말랭이 차
무말랭이 차를 만들어 놓고 수시로 끓여 마시면 칼슘이 부족하기 쉬운 폐경기 여성들의 골다공증 예방과 노화 방지에도 좋습니다.
(1) 햇빛에 잘 말린 무말랭이를 기름을 바르지 않은 팬에 볶습니다.
(2) 볶은 무말랭이를 뜨거운 물을 부어 처음에는 그냥 버리고, 다시 뜨거운 물을 붓고 5분 정도 우려내어 마시면 됩니다.
-> 편도가 붓고 열이 나는 경우에는 생강청 등을 첨가하여 드실 것을 추천합니다.
* 무꿀절임
무에 함유된 소화효소가 활발히 반응하는 가장 좋은 온도는 25~40도입니다. 따라서 무를 소화제로 사용하려면 끓이는 방법보다는 따뜻하게 숙성 시킨 무꿀절임이 좋습니다.
(1) 무를 채 썰어줍니다.
(2) 무와 꿀을 1:1로 섞어서 두면 무의 매운맛이 줄어들고 단맛이 강해집니다. 하루 정도 숙성 시킨 후 먹습니다.
-> 1살 미만 아이들은 꿀에 있는 보툴리누스균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 무즙
(1) 깨끗이 씻은 무를 껍질째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녹즙기에 짜거나 강판에 갈아줍니다.
(3) 무즙에 올리고당이나 꿀, 레몬 몇 방울을 넣어서 먹습니다.
5. 무는 껍질째 생으로 먹는 것이 제일
* 무를 푹 끓여 먹게 되면 영양소가 거의 없어진다고 합니다. 무의 주요 성분인 다이스타아제는 소화를 돕는 효소지만, 50도만 되어도 효능이 떨어질 정도로 열에 약한 효소입니다. 소화에 좋다는 무밥도 밥이 되는 과정에서 이미 효소의 활성을 잃기 때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무의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고 소화에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생으로 먹거나 김치처럼 저온 숙성상태로 섭취해 먹어야 합니다.
* 무 껍질에는 항산화 성분을 비롯한 유익한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껍질째 바로 먹거나 살짝 가열해 먹는 게 좋습니다.